[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오징어 게임' 한국에서 나온 이유

2021. 9. 28.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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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 문화평론가

한국에서 제작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세계적 인기가 계속 이어진다. 27일 기준으로 미국에서 6일째 정상을 지킨 것을 비롯해 아르헨티나 오스트리아 벨기에 캐나다 덴마크 프랑스 독일 아일랜드 멕시코 뉴질랜드 노르웨이 폴란드 싱가포르 터키 등에서도 '오늘 넷플릭스 톱 10 TV 콘텐츠' 부문에서 1위에 올랐다. '넷플릭스 오늘 전 세계의 톱 10 TV 프로그램' 부문에서도 4일간 1위 행진을 이어갔다. 드라마 속에 나오는 도시락, 달고나, 의상 등도 해외에서 인기 조짐을 보인다.

'대장금' 같은 한류 드라마는 한국 방영 후에 시차를 두고 다른 나라들에서 인기를 끌었었다. 요즘은 '킹덤' '스위트홈' '디피'에 이어 '오징어 게임'까지 공개되자마자 동시에 세계적인 화제작이 되고 있다. 한국 드라마가 더욱 본격적인 국제 콘텐츠로 진화하는 것이다. 질적인 향상과 OTT라는 국제적 플랫폼 덕분에 가능해진 일이다.

국제적 영상 플랫폼으로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 인기를 끈 사례가 이미 유튜브에서 있었다. 싸이가 생각지도 않게 국제스타가 되고 방탄소년단이 팝의 정상에 섰다. 그리고 이번엔 넷플릭스를 통해서 한국 드라마가 뜬다. 그만큼 국제적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 콘텐츠는 마치 헐리우드처럼 보편적 공감대가 있는 작품을 만든다. 중국과 인도 콘텐츠가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지 못하는 것은 그들만의 코드가 너무 강해서 국제적인 공감이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에 우린 서구문화나 세계적 트렌드를 바로바로 수용하면서 헐리우드처럼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든다.

그런데 완전히 헐리우드와 똑같은 것은 아니고 그 안에 우리의 색깔이 추가된다. 이것이 새로운 것을 찾던 세계인들에게 한국 콘텐츠가 발견된 이유다. 아예 공감이 힘들 정도로 지역성이 강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너무 진부할 정도로 헐리우드적이지도 않다. 보편적이며 특수한 선을 절묘하게 지켜간다. '오징어 게임'도 그렇다. 국제적으로 팬층이 형성된 서바이벌 데스 게임 장르다. 그런 장르물임을 그대로 드러내는 구조로 이루어졌다. 그에 따라 기존 장르 팬들이 바로 몰입할 수 있다. 그런데 똑같지는 않다. 인간적인 스토리가 들어가고 한국의 과거 게임 모습들도 추가됐다. 이것이 해외 시청자들에게 이 작품을 익숙하면서도 신선하게 느끼도록 만들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슬레이트 매거진'은 '이 장르의 다른 사촌들과 주요하게 다른 점은 (오징어 게임이) 감정적인 펀치를 날린다는 것'이라고 했다. 서구 서바이벌 데스 게임 콘텐츠들이 건조하게 게임 위주로만 흘러가는 데에 반해 '오징어 게임'은 휴먼스토리로 감정을 움직인다는 뜻이다. 미국 영화비평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오징어 게임'의 신선도 지수는 26일 현재 100%에 달한다. 반면에 국내에선 이 작품을 두고 진부하다는 시선이 나왔다. 인간적 스토리가 추가되는 관습을 신파라며 지긋지긋해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오징어 게임'의 휴먼스토리에도 부정적 반응이 나온 것이다. 우리에게 그렇게 익숙한 요소들이 외국인들에겐 신선하고 창의적인 새로움으로 다가갔다.

사회적 묘사도 외국에서 호평 받는 요인이다. '기생충' '킹덤' '스위트 홈' '디피' 등에 모두 부자와 가난한 자, 또는 강한 자와 약한 자 사이의 수직적 위계 관계를 그리는 설정이 들어갔다. '오징어 게임'도 그렇다. 게임장 자체가 자본주의 경쟁 사회의 축소판처럼 그려지고, 각자의 몸뚱아리로 경쟁하는 게임장에 비해 온갖 부조리가 켜켜이 쌓인 바깥 사회가 더 지옥이라는 시각이 제시된다. 최약자인 게임 참가자와 총을 든 관리자, 그리고 가장 높은 곳을 차지한 VIP들로 이루어진 수직적 구조로 사회를 풍자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스페인 매체 시네마 가비아는 '한국 사회와 자본주의의 어두운 부분을 스릴러 장르로 파헤친다'고 했다.

양극화 문제가 심각해졌다. 그런데 과거부터 이랬던 것이 아니라 외환위기 이후 단기간에 갑자기 사회의 성격이 달라졌기 때문에 우리사회에 큰 충격파가 닥쳤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우린 콘텐츠엔 이런 사회적 묘사가 많아졌고 절박한 느낌도 강해졌다. 그런 것이 역시 빈부격차가 있는 해외에서 공감도 받으면서 작품적으로 높은 평가도 받는 이유다. 이런 콘텐츠가 국제 디지털 망을 타고 공급되니 세계 콘텐츠업계에 지각변동이 나타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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