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화 칼럼] 대장동의 하이에나들
"공공개발 아닌 민간개발 방식은 개발이익을 민간사업자와 투기세력이 독점적으로 사유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공공성 강화가 정책의 근본 방향이 돼야 한다."
주택개발의 바람직한 방향을 주장하는 이 말은 '대장동 게이트'로 울화가 치민 국민이나 피해자들이 할 말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당시 시장으로서 대장동 게이트 인허가권을 쥐었던 이재명 경기지사의 말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재개발단지의 규제를 완화한다고 하자 27일 이 지사가 SNS를 통해 훈수를 둔 것이다. 사돈이 남말을 해도 유분수지 기가 막힌다. 공공개발이란 허울 뒤에서 몇몇 사람에게 수천억 원의 이익을 안기게 했던 사람이 이런 말을 한다. 육체와 정신이 이탈된 화법이다.
이 지사는 자신을 대장동 사업의 설계자라고 주장하는 데에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하며 고소 으름장을 놓고 있다. 그러나 그건 사실이다. 이 지사는 지난 1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실 이 설계는 제가 한 겁니다"라고 분명히 말했다. 대장동 게이트의 핵심은 소수 몇몇 민간인에게 지금까지 드러난 이익만 6300억원을 돌아가게 한 '사업설계'를 누가 했는가에 있다. 이 지사는 그것을 자신이 했다고 시인한 것이다. 배임 가능성이 높다.
배임에만 그치지 않는다. 이 지사는 화천대유 경영진과 모르는 사이고 관계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화천대유와 그 관계사인 천하동인1호에 이재명 지사가 임명한 이화영 경기부지사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을 지냈던 이한성 씨가 임원으로 있는 것이 드러났다. 경찰은 화천대유의 수상한 자금흐름과 관련, 이씨를 조만간 조사할 예정이다. 이 지사는 14일 자신이 했던 말을 잊었는지 줄곧 대장동 개발은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알아서 한 일이고 자신은 관여하지 않았다고 하고 있다. 성남시 직원들에 따르면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이 사업을 실질적으로 추진했던 유동규 당시 기획본부장이 시장실 정모 실장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진행했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대장동 게이트의 거대한 공익 편취 사건은 이재명 지사의 설계가 원인제공을 한 것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여기서부터 요지경, 복마전이 시작됐다. 천당 아래 분당에 잔칫상이 거나하게 차려졌으니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다. 파티의 호스트는 응당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다. 정의롭지 않은 일에 얽히면 으레 그렇듯 대장동 파티에는 인간의 적나라한 치부들이 드러난다. 이 지사의 철면피 오리발은 살펴본 대로고 냄새맡고 꼬인 파리떼의 면면을 보면 이 나라 방귀께나 뀐다는 사람들의 머릿속이 얼마나 구린지 알 수 있다. 윤리니 도덕이니 따지는 건 사치다. 최소한의 염치와 체면도 없다.
특히 높은 지성과 도덕성이 요구되는 법조인들이 꾸러미로 이번 게이트에 엮인 것을 보면 이 나라 법치가 추락한 원인이 타락한 법조인들 탓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31세 50억 퇴직금과 더불어 시가 15억 짜리 아파트를 7억원에 매입해 앉은 자리에서 배를 남기는 것도 충격적이지만, 이보다 더 비상식적이고 희극적인 일은 어제 소송전을 벌였던 이들이 오늘 대장동에서 한 배에 타는 것이다. 박영수 전 특검은 천화동인4호의 남욱 대표가 대장동 개발 로비의혹으로 기소됐을 때 변호사였고 강찬우 변호사는 수사를 지휘한 검사장이었다. 몇년 후 이들은 피고인의 관계사에서 고문, 자문변호사로 다시 만났다. 이 사람들 비위가 좋다고 해야 하나. 먹잇감을 보면 무조건 달려드는 하이에나와 뭐가 다른가.
대장동 게이트의 이권에 눈먼 자들을 보며 그게 우리에게도 가능한 자화상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이익이 눈앞에 보일 때 과연 우리는 고개를 돌리고 아니라고 외칠 수 있을까. 단호히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많은 사회를 만드는 것이 우리 모두의 바람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비록 오래 걸리더라도 교육과 성찰, 제도정비를 끊임없이 해야 한다. '정의론'의 존 롤즈는 우리 모두 '무지의 장막'을 치자고 했다. 내가 비록 불리한 입장이거나 내 목에 칼이 들어와도 원칙과 약속은 무조건 따르자는 의미다. 여기는 하이에나가 아닌 인간이 사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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