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6번째 미사일 도발.. 문재인 정부 '이중잣대' 시험대 올렸다

김민순 2021. 9. 28.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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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북한 단거리 미사일 발사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뉴스1

북한이 28일 단거리 미사일을 또 쐈다. 올 들어 6번째 무력 도발이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미사일 발사에 관한 남측의 ‘이중잣대’를 거두라며 남북정상회담 카드를 던진 지 사흘 만이다. 문재인 정부의 대화 의지를 시험해 보려는 전형적인 ‘강온전략’이자,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확실히 잡겠다는 노림수로 보인다. 연이어 공을 넘겨받은 청와대와 정부는 고민에 빠졌다. 미사일 발사를 ‘도발’로 규정하는 것조차 망설이고 있다. 북한을 규탄하면 모처럼 찾아온 관계 복원 기회는 물 건너가고, 무작정 침묵하자니 안보 위기를 자초한다는 반발 여론이 거세질 게 뻔한 탓이다.


"이중잣대 철회" 남측 의중 떠보기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6시 40분쯤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동쪽으로 발사된 단거리 미사일 추정 발사체 한 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무력 시위는 ‘열차 탄도미사일’ 발사 신기술을 선보인 15일 이후 2주 만이다. 군 관계자는 “정확한 제원을 분석 중이지만 북한의 기존 단거리 미사일과는 고도와 속도 등이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북한 미사일 개발의 기술적 진보가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북한 미사일 발사 일지. 그래픽=송정근 기자

하지만 새 미사일의 정체보다 주목되는 건 도발에 담긴 북한의 의도다. 앞서 김 부부장은 25일 담화를 통해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호응,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재설치, 정상회담 개최 등 다양한 ‘당근’을 제시하면서도 “(남측의) 이중기준은 절대로 넘어가 줄 수 없다”고 했다. 우리 군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는 대북 억제력으로 포장한 반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도발로 규정한 문 대통령의 발언을 겨냥한 것이다.

결국 이번 미사일 발사는 남측이 이런 이중잣대를 포기할 의향이 있는지를 떠보려는 시험대 성격이 짙다. 정상회담을 하고 싶으면 미사일 발사를 도발이 아닌 ‘북한식 시간표’에 따른 정당한 군사활동으로 인정하라는 요구다. 북한은 올해 1월 8차 당대회에서 핵무기 소형화와 전술무기화 촉진 등을 포함한 ‘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을 세웠다. 정대진 한평정책연구소 평화센터장은 “이중잣대를 두고 우리 정부의 반응을 살피기 위한 정형화된 수법”이라며 “남측에 재차 결단을 촉구하면서, 동시에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결정권은 북한에 있다는 사실을 과시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종착역은 美 변화 유인... 김정은 '입' 주목

북한이 15일 열차를 활용해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하고 있다. 평양=AP 뉴시스

최근 남북관계 복원에 치중하는 듯 보이지만, 북한의 궁극적 지향점이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에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27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연설에서 “항시적 긴장과 대립 악순환을 벗어나지 못하는 근원은 미국의 대조선 적대정책”이라고 강조했다. 한반도 긴장 국면의 책임을 미국에 떠넘기면서 선(先)비핵화 기조를 고수하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확실한 유화책을 보여주지 않는 이상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재차 드러낸 것이다.

북한의 최종 입장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겸 노동당 총비서의 ‘입’을 통해 구체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대는 28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5차 회의가 유력하다. 김 위원장이 참석했을 경우 이르면 29일쯤 달라진 대남ㆍ대미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 위원장의 언급에 따라 남북 통신연락선을 즉각 복원하든, 아니면 추가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든 북한의 대응 방향이 결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도발 언급 안한 靑·정부, 해법 찾기 난제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5차 회의에 참가하는 대의원들이 27일 평양 만수대 언덕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동상에 화환을 진정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8일 보도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도발→대화 제안→도발로 이어지는 북한의 냉ㆍ온탕 공세에 정부는 당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긴급회의를 열고 “한반도 정세 안정이 매우 긴요한 시기”라며 유감을 표했다. 다만 청와대와 통일부 모두 미사일 발사를 도발로 지칭하지 않았다. 미사일의 정확한 성격이 파악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분히 북한이 내건 대화의 조건을 의식한 반응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담화와 미사일 발사 상황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대응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대화 불씨를 꺼뜨리지 않는, ‘묘수’를 찾아야 하는 셈이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여러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해 해법 도출이 쉽지 않음을 내비쳤다.

김민순 기자 s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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