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첫 독일 연방의회 입성하는 한국계 이예원 의원

방성훈 2021. 9. 28.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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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정가 세대교체 대표주자..비례대표로 의회 입성
한인 이민자 2세..입법부·행정부 두루 거친 인재
"슈미트 후계자 되고파..'불공정'이란 단어 없앨 것"
(사진=이예원 독일 연방의회 하원의원 홈페이지)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당신이 나의 이름을 어떻게 발음하든 나는 베를린에서 유권자들을 위한 정치를 펼치겠다.”

지난 26일(현지시간) 치러진 독일 연방 총선에서 한국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하원의원에 당선된 이예원(Ye-One Rhie·34) 씨는 유세 기간 홈페이지 등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 씨는 중도좌파 사회민주당(사민당·SPD) 소속으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州)의 광공업 도시 아헨 1지역구에 출마했다. 연방의원직을 향한 첫 도전의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한인 이민자 2세…입법부·행정부 두루 거친 인재

이 씨는 한인 2세다. 그의 부모가 독일에 정착한 지 1년 뒤인 1987년 아헨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는 아헨 대학에서 한국어 강사로 일하다 은퇴했으며, 어머니는 간호사다. 남동생까지 식구는 총 4명이다. 이 씨는 아버지가 일하던 아헨 대학에서 언어학·커뮤니케이션·정치학을 공부했다. 석사 과정까지 마친 뒤 노스트라인-베스트팔렌주 주정부 문화·학술부 공무원으로 일했다.

그는 대학 재학 시절인 2005년 사민당에서 지역 청년 당원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또 2008년엔 서울에 있는 독일문화원 괴테 인스티튜트에서 인턴으로 일하기도 했다. 2010년 아헨 대학원에 진학한 그는 석사 첫해를 서울대학교에서 교환 학생으로 보냈다.

독일로 돌아간 후 2013~2015년엔 슈미트 전 의원 밑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했다. 이를 계기로 이 씨의 인생이 크게 바뀌기 시작했다. 그는 2014년 아헨시 시의원에 당선돼 지난해까지 6년 간 일했다. 이 기간 동안 이 씨는 사민당의 이동성 정책 대변인으로 활동했다. 2015년 지역구에서 뛰어난 젊은 여성 정치인들에게 수여하는 ‘헬레나 베버상’을 받기도 했다.

2015년부터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문화과학부 고문 일도 병행해오고 있다. 입법부와 행정부에서 두루 경력을 쌓아온 그는 올해 처음으로 연방의원에 도전해 하원 입성에 성공했다.

울라 슈미트(왼쪽) 전(前) 독일 연방의회 부의장과 이예원 연방 하원의원. (사진=NTV홈페이지 캡쳐)
獨정가 세대교체 대표주자…비례대표로 의회 입성

이 씨는 선거에서 녹색당, 집권 기독민주당(CDU) 후보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독일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어 이 씨도 연방의회에 입성할 수 있게 됐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마다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후보와 별개로 정당에 대한 지지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는 제도다. 지역구에서 낙선해도 소속 정당의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원이 될 수 있다. 사민당은 이번 선거에서 25.7% 득표율을 기록했다. 독일 정당들 중 가장 많은 지지율이다. 이에 따라 정당 명부 30위권이었던 이 씨도 연방의원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씨는 자신의 홈페이지와 트위터·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통해 “사민당에 대한 놀라운 결과(지지율)는 나를 연방의회에 속할 수 있게 해주었다. 모든 유권자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소감을 밝혔다.

현재 독일에선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비롯해 이번 총선을 통해 대대적인 세대 교체가 진행되고 있다. 사민당의 경우 소속 의원들 중 3분의 1 가량이 40세 미만이다. 이 씨 역시 ‘젊은’, 그리고 ‘여성’ 정치인을 대표하는 인물로, 독일 연방의회 하원 부의장을 지냈던 같은 지역구 출신 울라 슈미트 전 의원의 후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슈미트 후계자 되고파…‘불공정’이란 단어 없앨 것”

앞서 이 씨는 홈페이지에서 선거에 임하는 자세를 밝히면서 “나는 운이 좋았다. 많은 사람들이 얻지 못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며 자신이 여성이자 이민자로서 어느 정도 사회적 차별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스스로도 인지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모든 사람은 사회 생활에 참여할 수 있는 ‘공정한’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씨가 정치에 발을 들여놓게 된 이유도 비슷하다. 그는 “단순히 무언가를 바꾸고 싶은 것이 아니라 개선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는 불공정하다고 자주 말하곤 한다. 사람들은 (노후) 연금에 대해 걱정한다. 간호사와 교사들은 아직도 공정한 노동 조건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 나는 우리가 (평소 하는) 말에서 ‘불공정’이라는 단어를 없애고 싶다”고 밝혔다.

이 씨는 지난 19일 슈미트 전 의원과 함께 한 독일 NTV 방송 인터뷰에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정부에서 일했던 경험을 토로하며 “기후변화 대응이나 장애인 보호 등 우선적으로 시행돼야 하는 법률은 의회의 압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당선 이후 입법 활동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아울러 31년 만에 독일 연방의회를 떠나는 슈미트 전 의원을 ‘선구자’라고 추켜세우면서 그의 뒤를 잇는 의원이 되고 싶다는 뜻도 내비쳤다.

이 씨의 하원 입성으로 한국과 독일의 관계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이와 관련, 조현옥 주독대사는 트위터에 독일어로 “(이예원 의원에게) 전화로 진심 어린 축하를 전했다. 우리의 협력이 정말 기대된다”고 썼고, 이 씨는 조 대사의 트윗을 공유했다.

방성훈 (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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