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등 꺼지고 엘리베이터 멈추고..중국 '전력 공급' 심각
석탄값 상승으로 화력발전량 급감..전력공급 차질
수도 베이징, '정전계획' 뜬소문에 혼선·문의 빗발
멀쩡하던 신호등이 꺼지면서 심각한 교통체증을 불렀다. 갑작스런 정전으로 아파트 엘리베이터마저 멈춰서기 일쑤다. 제조업 공장도 줄줄이 가동 중단에 들어가고 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수도 베이징에선 정기 전력망 정비계획이 ‘정전 계획안’으로 잘못 알려지면서 관련 문의가 빗발쳤다. 이달 중순 이후 이어지고 있는 중국의 전력공급 차질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모양새다.
28일 관영 <중국중앙방송>(CCTV)과 경제전문 매체 <차이징>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중국의 갑작스런 ‘전력난’의 원인은 크게 두가지로 모아진다. 먼저 정책적 측면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9월 유엔 총회 연설에서 중국의 탄소가스 배출량은 오는 2030년 정점(탄소피크)를 찍은 뒤 감소를 시작해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중국 당국은 올해 시작되는 14차 경제개발 5개년 규획(계획) 기간에 에너지 소비 총량과 탄소가스 배출량을 각각 13.5%와 18%씩 감소시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 경제가 빠르게 회복하면서 목표치를 이루기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중국 경제의 사령탑 격인 국가발전개혁위(발개위)가 지난달 12일 내놓은 <2021년 상반기 각 지역 에너지 소비 강도 및 총량 통제 목표 완성 상황 통지문>을 보면, 이같은 상황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발개위 쪽은 통지문에서 상반기 에너지 소비 강도(단위 국내총생산(GDP) 당 에너지 소모량)가 떨어지지 않고 되레 상승한 광둥·푸젠·장쑤 등 9개 성급지역에 1급 경고를, 하락률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한 저장·헤이룽장·랴오닝 등 10개 지역엔 2급 경고를 각각 내렸다. 또 에너지 소비 총량에서도 광둥·장쑤 등 8개 성급지역에 1급 경고를, 저장·쓰촨 등 5개 지역에 2급 경고를 내렸다.
이어 발개위 쪽은 같은달 25일 ‘제9차 저탄소의 날’ 맞아 에너지 소비량과 탄소가스 배출량이 많은 이른바 ‘양고 업종’에 대해 “무분별한 발전을 억제하고 에너지 절약 적극 추진하라”고 주문했다. 특히 △석탄(화력) 발전 △철강 △비철금속 등을 특정해 “저탄소 공정으로 혁신하고, 친환경 제조체제 전면 구축하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각급 지방정부 즉각 해당 업종을 중심으로 전력 공급량을 제한하면서 반강제적 공장 가동 중단 사태로 이어지게 됐다.
랴오닝·지린·헤이룽장 등 동북 3성의 상황은 이와는 성격이 다른 것으로 보인다. 이 일대 전력난은 실제 전력 공급량이 수요를 충족시키기 못한 탓이 크다. 관영 <랴오닝일보>는 지난 26일 “최근 바람이 잣아들어 풍력발전량이 급감하면서 가용 전력 공급량이 10~20% 감소했다”고 전했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석탄(화력) 발전량이 큰 폭으로 감소한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동북 3성의 전력 생산량 가운데 약 63%가 석탄 발전으로 충당됐다. 하지만 최근 이 지역의 석탄 발전소 발전량은 설치 용량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0월 중국 당국이 무역갈등을 겪고 있는 오스트레일리아(호주)산 석탄 수입을 잠정 금지시키면서, 발전용 석탄 가격이 큰 폭으로 뛴 탓이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중국이 수입한 발전용 석탄의 약 40%가 호주산으로 채워졌다.
<차이징>은 “발전용 석탄의 톤당 가격은 최근 1600위안 안팎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초에 견줘 3배 가량 폭등한 수치“라며 “중국 주요 화력발전소의 가용석탄 보유량은 평균 10.3일 분으로, 최저기준인 20일의 절반 수준”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날 오후 온라인을 중심으로 ‘베이징 정전 계획’이란 문건이 돌면서 시민들의 문의가 빗발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문건을 보면, 시청·둥청·차오양·하이뎬 등 베이징 모든 구의 특정 지역이 전날인 27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 사이에 일부 또는 전면 정전된다는 내용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
이와 관련 <신경보>는 베이징시 전력공사 쪽 발표 내용을 따 “인터넷에 유포된 ‘정전 계획안’은 통상적인 전력망의 안정적 운영을 설비 점검 계획일 뿐”이라며 “베이징의 전력 공급량은 충분하고 안정적”이라고 전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검찰·경찰 모두 ‘대장동 특별수사팀’ 꾸렸다
- [단독] 이성문 대표 사퇴 뒤 화천대유 부회장으로…“수사 대비 차원”
- 1시간 대기 부른 스타벅스 ‘다회용컵 대란’…정말 환경보호 맞나요?
- 하루 확진 3천명대라도 11월 ‘위드 코로나’ 전환…‘백신 패스’도 검토
- 성폭력으로 ‘성적 수치심’? “불쾌하고 짜증 나고 역겨웠어요”
- 국민의힘 “곽상도 제명”…뒤늦은 ‘꼬리 자르기’ 논란
- “‘오징어 게임’ 속 달고나 뜬다고 농담했는데 진짜 떠서 얼떨떨”
- 백신 접종 뒤 월경 이상 700건 이상…주요 신고가 ‘기타’로 분류되는 까닭은
- 안산 선수 경기중계에 웬 ‘오빠’ 타령?…번번이 찬물 끼얹는 해설
- 제주 중고 냉장고서 발견된 1억원…주인은 고인된 서울 60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