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4위' 삼성바이오로직스, 5% 넘게 하락.."코로나 종식 전망에 백신 기대치 낮아져"
기술주 조정·모더나 CEO 발언 영향
"기업 펀더멘탈에는 문제 없어"
‘바이오 대장주’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주가가 28일 5% 넘게 하락하며 약 두 달 만에 90만원선을 내줬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국내 상장사 가운데 시가총액이 네 번째로 큰 대형주인데, 이날 하루 만에 시총이 3조원 넘게 증발했다.
증권 업계 관계자들은 이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 하락이 회사의 펀더멘탈(기초체력)보다는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기대치 하락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백신 제조 업체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잇달아 코로나 유행의 종식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자, 코로나 백신을 위탁생산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투자 심리도 약해졌다는 것이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전날보다 5.33% 내린 87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가 종가 기준으로 90만원선을 내준 것은 지난 7월 30일(89만원) 이후 약 두 달 만이다.
주가가 5% 넘게 하락함에 따라 시총 순위도 한 계단 내려왔다. 전날 시총은 60조8700억원으로 국내 상장 종목 가운데 4위 규모였지만, 하루 만에 시총이 57조6300억원으로 줄어들며 삼성전자우(005935)에 밀려 5위가 됐다. 다만 업체 기준으로는 여전히 삼성전자, SK하이닉스, NAVER에 이어 4위다.
이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 하락을 이끈 것은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순매도였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하루 동안 322억원을, 기관은 508억원을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개인 투자자들은 반대로 815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올 들어 꾸준하게 상승 곡선을 그려온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지난 달 중순 이후 하락세로 전환했다. 8월 18일 장중 한때 104만70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지만, 이후 점진적으로 하락해왔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이 같은 주가 하락은 기술주에 대한 전반적인 투자 심리 악화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27일(현지 시각) 미 뉴욕 증시에서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지수는 전날보다 0.52% 하락한 1만4969.97로 마감했다.
기술주의 하락은 미 국채 금리의 급등에 기인한다. 28일 오전 4시 40분(현지 시각) 기준으로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1.5391%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지난 22일(1.311%)과 비교해 50% 이상 급등한 수치다. 이처럼 채권 금리가 급등하면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지며, 기술주가 미래 성장성 때문에 받았던 주가 프리미엄이 어느 정도 깎일 수밖에 없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오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가 하락한 것은 채권 급리 급등과 기술주의 조정 등 매크로 이슈 때문이었다”며 “매크로 이슈가 오늘 이후 소멸할지, 아니면 지속될지 불확실한 만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가 추가로 조정 받을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주가 하락이 코로나 백신에 대한 기대치 하락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오승택 케이프증권 연구원은 “그간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가 모더나 백신의 위탁 생산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많이 올랐는데, 최근 들어 모더나와 화이자 최고경영자(CEO)들이 잇달아 코로나 유행 종결에 대한 전망을 내놓자 백신에 대한 기대치도 낮아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23일(현지 시각) 폭스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스테판 방셀 모더나 CEO는 스위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늘 기준으로 1년 안에 (코로나의 유행으로부터 벗어나) 일상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앨버트 불라 화이자 CEO 역시 26일(현지 시각) 미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비슷한 견해를 내놓았다.
실제로 지난 밤 기술주의 하락 국면에서 코로나 백신 제조사들의 주가 하락이 두드러졌다. 모더나 주가는 전날보다 4.95% 하락한 408.84달러를 기록했으며, 화이자 주가는 0.84% 내렸다. 얀센 백신을 만드는 존슨앤드존슨 주가도 1.19% 하락했다.
국내 바이오 대형주들의 주가도 동반 하락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는 전날보다 4.42% 내린 27만500원에, SK바이오팜(326030)은 3.24% 내린 10만4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증시 전문가들은 다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실적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오 연구원은 “앞서 2분기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1, 2공장이 풀가동되고 3공장 역시 거의 풀가동되자 좋은 실적이 나왔는데, 3분기에도 비슷한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 연구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120만원의 목표주가를 제시했다. 교보증권은 지난 달 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목표주가를 기존 100만원에서 105만원으로 상향했으며, 유안타증권이 제시한 목표주가는 108만원이다. 서미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25% 가량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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