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 올 한해 적자만 1조7000억.."연말 어음 부도 우려"

허남설·김흥일 기자 입력 2021. 9. 28. 18:06 수정 2021. 10. 1.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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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철도 지속가능경영 정책포럼-재정악화 해법은

[경향신문]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28일 열린 ‘도시철도 지속가능경영 정책포럼’에서 김시곤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위 사진 왼쪽에서 세번째)가 좌장을 맡아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포럼에는 고홍석 서울시립대 교수, 김시곤 교수,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 김석종 경향신문 사장, 윤후덕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 김상범 서울교통공사 사장(전국도시철도운영기관 대표·아래 사진 왼쪽에서 다섯번째부터) 등이 참석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정부·지자체 ‘손실 보전’ 책임 회피…기재부, 법 개정 반대
지하철 운영사 ‘디폴트 선언’ 등 극약 처방으로 ‘압박’ 필요
미국·프랑스 등 선 재정 적극 지원 …공공교통 투자 늘려야

만성적인 지하철 재정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서울교통공사 등 지하철 운영사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을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부가 무임승차에 따른 손실을 보전해 달라는 요구를 외면하고, 지방자치단체도 요금 인상에 소극적이어서 반복되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강력한 행동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고홍석 서울시립대 국제도시과학대학원 교수는 28일 경향신문·서울시의회가 주최한 ‘도시철도 지속가능경영 정책포럼: 도시철도 재정악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지하철 재정적자의 악순환을 끊는 과감한 행동이 필요하다”며 디폴트 선언을 거론했다.

서울교통공사는 7000억원대 공사채를 추가로 발행해야 자금 위기를 넘길 수 있는데, 행정안전부가 이 공사채 발행을 허가하지 않을 경우 12월15일 만기인 기업어음(CP) 7200억원 상환이 불가능해 지불유예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판단에서다.

고 교수가 디폴트 선언 같은 ‘극약 처방’을 제시한 것은 이처럼 지하철 적자가 불어나는 상황에서도 정부와 서울시가 책임을 회피해 왔다고 진단하기 때문이다. 지체된 요금 인상, 증가한 무임승차 등이 지하철 적자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데, 서울교통공사의 경우 올해 적자 규모가 1조7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초 예상했던 1조6000억원보다 1000억원 이상 늘어난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 때문에 지하철 수송 인원이 급감한 영향도 반영됐다.

고 교수는 “무임승차 제도를 시행한 주체는 정부이며, 관련 법에 따라 무임승차가 이뤄지고 있지만 정부든 서울시든 지원은 전혀 없는 상황”이라며 “무임승차에 따른 손실금은 2019년 기준 3700억원에 달할 정도이고 무임승차 인원과 손실금은 지속해서 증가해 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15년 서울시의회가 ‘대중교통 기본조례’를 제정하면서 2년마다 적정한 요금 수준을 분석해 조정해야 한다고 규정했지만, 운송원가가 지속해서 상승했는데도 불구하고 2015년 이후 요금 인상은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서울지하철 요금은 2015년 1050원에서 1250원으로 인상된 이후 지금까지 동결 상태다. 여기에 무임승차 비용을 고려하면 승객 1명에게서 받는 운임은 2020년 기준 평균 954원으로 떨어진다.

지하철 운영사가 강경한 움직임을 보여야 무임승차 손실분 해결에 관한 각 주체 간의 진지한 논의를 촉발할 수 있다는 게 고 교수의 주장이다. 정부와 서울시의 손실액 부담 비율, 선거 등 정치적 이유로 미룬 요금 인상, 코로나19 특별재난지원금 지급, 원가 절감을 위한 운영사 경영혁신 등이 쟁점이다. 고 교수는 “디폴트를 선언하면 서울시가 책임을 지게 돼 있다”며 “정부가 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면 결국 시민들의 부담으로 귀결되는 상황이 온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를 주관한 윤후덕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은 “무임승차라는 생색은 중앙정부나 정치 지도자들이 내고 경영의 어려움은 여러분(지하철 운영사)이 다 짊어진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윤 위원장은 “법을 고쳐서 적자가 누적되지 않게 해야 도시철도가 제대로 생존할 수 있다는 걸 다 알지만 해결을 못하고 있다. 부끄러운 일”이라며 “국회와 정부가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윤후덕 위원장은 이어 “이 문제를 이번 국회에서만큼은 꼭 해결했으면 하는 바람과 의지를 밝힌다”면서 “그리고 예산심사할때 어떻게해서든 조금이라도 더 운영에 도움이될 금액을 확보하겠다는 각오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은 이날 무임승차에 따른 재정 악화가 심각하다고 진단하면서 빠른 해결책 마련을 촉구했다. 윤관석 사무총장은 “도시철도는 시민들의 교통복지를 위한 서민대중교통의 발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우리사회가 급격한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무임승차 손실보존 비용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관석 사무총장은 “지난해 기준으로 6개 전국 광역지자체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적자는 1조 8234억원에 달하고 있다”면서 “재정악화는 시민의 안전 문제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이른 시일 내에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라고 밝혔다.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은 인사말을 통해 “지난 40년간 시민의 발이 돼 준 도시철도가 앞으로도 안전하게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노후화된 인프라에 대한 안전진단, 유지보수 그리고 시설 재투자가 절실하지만 꾸준히 증가한 무임승차로 손실이 누적돼 재투자는커녕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우형찬 서울시의회 교통위원장은 “기획재정부가 관련 법 개정을 끊임없이 반대하는데 시민들이 이 부분을 잘 알지 못한다”며 “여론전을 통해 기재부를 이겨야지, 설득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현재 21대 국회에 무임수송을 포함한 도시철도 공익서비스 비용을 지원한다는 취지를 담은 도시철도법·철도산업발전기본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기재부 반대에 부딪힌 상태다. 지난해 11월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소위원회 심사를 통과했지만 여전히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이날 토론회에선 코로나19 확산 이후 재정위기에 처했지만 적극적인 재정 지원으로 극복 중인 해외 공공교통 사례들도 제시됐다. 수열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은 이날 ‘도시철도 재정지원 해외 사례 및 법 개정 필요성’이란 주제를 발제하면서 “거리 두기 정책과 교통수요 감소로 공공교통 운영기관들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고, 여러 나라에서 운영 손실을 메우기 위해 재정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 사례로 미국의 ‘케어스 액트(Cares Act)’가 꼽힌다. 2020년 4월 전국적으로 교통 행정기관과 운영사에 250억 달러를 지원했고, 지난 2월엔 경기부양책으로서 대중교통 지원액으로 200억 달러를 편성했다. 프랑스는 파리 대중교통 네트워크 ‘IDFM’에 요금 손실의 최대 90% 보전 등을 위해 26억 유로를 지원했다. 수열 정책위원은 “장기적인 교통 계획을 수립하고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비용을 지원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미국·캐나다 등에선 코로나19 위기에 대한 긴급 지원을 넘어 위기 이후 ‘더 나은 재건’을 위해 교통 인프라 투자를 통한 경기부양이 추진됐다”고 했다.

이 같은 지원을 정당화하는 명분은 결국 도시철도 등 공공교통이 뒷받침하는 공공적·사회적 가치다. 수열 정책위원은 공공교통의 ‘보편적 이동권 보장’과 ‘사회적 정의와 재분배’ 효과를 들어 “여러 나라에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지원하며 이동권을 보장하고 공공교통 축소에 따른 악영향을 최소화하고자 노력한다”고 말했다. 프랑스가 IDFM을 지원하며 교통서비스 유지를 전제로 내건 것이 그 대표적 사례다. 이후 IDFM에서는 18세 미만 학생을 대상으로 무상교통을 실시하거나 4~11세 시민을 위한 연간 할인 승차권을 도입하는 개선 조치들이 나왔다.

기후변화 대응 등 환경적 가치도 거론된다. 송상석 녹색교통운동 정책위원장은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자동차 위주 교통체계에서 대중교통·녹색교통 체계로의 전환은 오래된 이야기”라며 “장기적으로 탄소중립 실현으로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공공교통에 대한 투자는 당연하면서도 반드시 해야 하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명순필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정책자문위원장은 “도시철도의 존재가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며 “가장 어려운 사람들이 누려야 될 권리인 이동권을 위해 공공교통 경쟁력을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허남설·김흥일 기자 nsh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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