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 황동혁 감독 "스트레스로 치아 6개 빠져..훈장이자 부담"[인터뷰]
"세계적 돌풍 얼떨떨..실감 안 나"
"시즌2..어떻게든 보답해야"
닷새째 전 세계 넷플릭스 1위를 지키고 있는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은 글로벌 신드롬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황 감독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우화나 삶의 극한 경쟁 등을 묘사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동시에 우리가 현실에서 만나봤던 캐릭터들을 담고 싶었다”며 “‘오징어 게임’은 서바이벌 게임 장르의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담은 휴먼 드라마로 작품 속 게임들의 룰은 간단하고 모두 이해하기 쉽다. 이로 인해 시청자는 게임 규칙보다 등장인물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자평했다.
2011년 영화 ‘도가니’로 주목을 받은 황 감독은 ‘수상한 그녀’(2014), ‘남한산성’(2017) 등 연출작마다 높은 완성도를 인정 받았다. 그리고 첫 드라마 연출작이자 첫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도전작인 ‘오징어 게임’을 통해 글로벌 스타 감독으로 발돋음했다. 28일 황동혁 감독과 가진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이렇게까지 단시간에, 그것도 전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킬 거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애들이 하는 게임을 (어른들이) 목숨 걸고 한다는 게 통할까? 비웃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작품을 만들며 한 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는데...얼떨떨하다. 감정의 롤러코스터가 심하고, 실감도 잘 안 난다. 저뿐만 아니라 출연 배우들 모두 같은 마음인 것 같다. 수시로 연락하며 지내고 있는데 모두가 믿기지 않는 눈치다. ‘꿈인가 생시인가’ 하고 있다(웃음).
Q. 흥행 비결을 꼽자면?
심플함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하고 이해하기 쉬운 게임 방식, (우리 사회)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현실감 있는 등장인물들 덕분에 해외에서도 쉽게 몰입할 수 있다고 본다. 복잡한 게임 규칙이 아닌 사람들에, 이야기에 더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에도 깊이 공감해주는 것 같다.
Q. 참신한 아이디어, 연출 그리고 스토리에 대한 찬사가 이어진다
처음 이 이야기를 구상한 건 2008년이었다. 당시에는 '기괴하고 비현실적'이라는 평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동심의 놀이로 살인을 일삼는 집단 서바이벌 게임으로 간다는 것에 대해 관계자들이 낯설어했다. 서글프지만 10년이 지난 지금은 이 이야기를 두고 '현실감 있다'는 평을 가장 많이 해준다. 세상이 그만큼 바뀐 것이다.
이제는 남녀노소, 아주 어린 아이들조차 게임을 하는 세상이다. 로또나 주식, 코인 등 일억천금을 노리는 욕망도 더 커졌다. 이 이야기가 10년전과 전혀 다른 평가를 받고 있는 현실에 씁쓸해지기도 한다.
Q. 넷플릭스 테드 서랜도스 최고경영자(CEO)가 컨퍼런스에서 '오징어 게임'을 극찬했다(이날 테드 서랜도스는 한 컨퍼런스에서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 역대 최고 인기 드라마가 될 수 있다"고 극찬했다)
놀라운 일이다. 수치나 순위 등 뭐든 직접적 노출을 잘 안하는 넷플릭스잖나. 그런데 우리 작품 속 옷을 입고,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나선 걸보며 저도 깜짝 놀랐다. 기왕 이렇게 된 이상, 정말로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잘 된 콘텐츠가 됐으면 하는 욕심도 내보고 있다(웃음).
Q. 넷플릭스는 어떤 파트너였나?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였기에 탄생 가능한 작품이었다고 확신한다. 이 정도 수위, 분량, 제작비, 플랫폼을 모두 갖춘 곳은 넷플릭스 밖에 없었기 때문에 감사한 마음뿐이다. 작업 환경 역시 말도 안 되는 배려를 받았고 강한 신뢰를 보여주었다. 창작자의 능력과 열정을 최대치로 끌어 올려 준 최고의 파트너라고 생각한다.
Q. 장르의 유사성으로 표절 시비도 있다
제가 생각하는 가장 큰 차별점은 장르물이지만 게임보다 사람이 중심이라는 것, 영웅이나 천재 주인공이 아닌 루저들의 이야기라는 점이다. 게임의 승자 또한 진정한 승자가 아닌 남의 도움을 받아 한 단계 한 단계 겨우 겨우 살아간다. 세계관 자체도 너무 다르다.
Q. 한미녀가 육체를 재화로 삼는 설정, 보디프린팅 된 여성의 도구화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한미녀가 몸을 재화로 삼는다기 보다 극한 상황에 몰린 사람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본능적인 행동을 생각했다. 여성을 비하하거나 혐오하겠다는 뜻은 전혀 없었다. VIP로 대변되는 권력자들이 사람을 어디까지 경시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고자 사람을 도구화한 보디 프린팅을 선택했다. 7080의 보편적인 기억을 쓴 것이지 남성을 초점에 두고 쓴 건 아니다.
Q. 극찬 세례를 받고 있는 해외와 달리 국내에서는 호불호가 갈리기도 한다
남녀노소, 세대와 인종을 포괄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자는 야심으로 시작한 작품인데 초반에는 불호 반응이 나온다고 해서 '역시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국내 반응 이후 외국에서는 좋은 반응이 더 많다고 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자칫 말도 안 되는 이야기, 소수 마니아들만을 위한 작품이 될까봐 현실적인 이야기로 만들려고 굉장히 노력했다. 판타지적 요소와 현실적인 요소를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구현해내는 것에 가장 공을 들였다.
처음에는 1000명이 참가하고 우승 상금은 100억원으로 생각했는데 10년이 지나면서 100억원이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이 돼버렸다. 그래서 상금을 올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로또 역대 최고 당청금이 407억원이어서 비슷한 금액대로 설정했고,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하기 좋은 숫자로 설정하다보니 456억원에 456명이 됐다.
Q.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아무래도 미술적인 부분이 가장 어려웠다. 보통 작품은 현실을 참고하는데 오일남이 만든 섬 안의 게임장은 레퍼런스가 없는 공간이라 상상에 의지해야 했으니까. 미술 회의를 몇 번이나 했는지 셀 수도 없다. 흔하지 않지만 향수를 자극하고, 놀기 위한 공간이므로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느낌이 좋겠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말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다.
Q. 시즌2를 기대하는 이들이 많다. 계획은?
‘시즌1’을 하면서 행복하면서도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글을 쓰고 촬영하고 편집하는 등 모든 작업을 혼자하다 보니 스트레스가 상당했다. 이빨이 6개나 빠졌을 정도였으니...당분간은 이 작업을 절대 못하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반응이 너무 뜨거워 어떻게든 보답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일단 진행 중인 다른 작업이 있어 그것부터 마무리 하면서 머리를 좀 환기시킨 뒤에 기회가 된다면 다시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대로는 틀니를 해야 할 지경이다.
Q. 끝으로 황동혁에게 ‘오징어게임’이란?
평생 훈장인 동시에 꼬리표로 따라다닐 것이다. 제 인생의 훈장이자 부담이다(웃음).
[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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