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코로나 치료제'도 외산에 목매야 하나

이재명 기자 2021. 9. 28.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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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 경구용 2·3상 임상 착수
해외제약사 연내 상용화 점치는데
국내선 경쟁력 밀려 성과 못내
당국도 해외구매에 초점 맞추면서
국산치료제 개발 지원 예산 줄어
백신주권 실종 상황 재연 가능성
[서울경제]

국내 제약사들의 '먹는(경구용) 코로나 치료제' 개발 경쟁력이 글로벌 제약사들에 비해 크게 뒤쳐지고 있다.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사들은 대규모 임상 시험을 진행하며 연내 긴급사용승인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지만, 국내 제약사들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치료제 개발에도 백신 못지않은 개발·제조 비용이 들어가는데 정부가 해외 치료제 구매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백신 개발에 크게 뒤쳐저 아직까지 ‘백신 주권’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 치료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미국 CBS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화이자는 미국에서 먹는 알약 형태의 코로나19 감염 억제제에 대해 대규모 2·3상 임상 시험에 착수했다. 화이자는 18세 이상 2,660명의 초기 환자를 대상으로 ‘PF-07321332'를 투약할 예정이다. 코로나19 감염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거나 바이러스에 노출된 초기 환자용 치료제다. 화이자 측은 올해 말까지 코로나19 치료제 출시를 목표로 지난 3월부터 임상 시험을 진행해 왔다.

머크(MSD), 로슈와 같은 글로벌 제약사도 연내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상용화를 목표로 3상을 진행 중이다. MSD의 ‘몰누피라비르’는 이르면 다음 달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할 것으로 보여 가장 속도가 빠르다. 미국 정부는 이미 12억 달러(약 1조 4,000억 원)를 들여 MSD의 코로나19 치료제 170만 개를 선구매했다.

국내 방역당국도 해외 치료제 구매를 추진하고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 26일 "올해 연말께 미국 등에서 '먹는 치료제'가 나오면 상대적으로 역병과의 싸움에서 인류가 유리한 위치가 되고 우리가 생각하는 일상으로도 되돌아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도 같은 날 “경구 치료제 추가 확보를 위해 국회 예산 심의과정이나 예비비를 통해 (구매 예산을) 추가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가장 상용화가 빠른 MSD의 몰누피라비르 구매를 검토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구매 예산으로 362억 원을 편성했고 더 늘릴 계획이다.

정부가 해외 치료제 구매에 힘을 쓰는 사이 국내 제약사들의 치료제 개발 지원은 오히려 줄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내년 치료제 구매 비용은 늘었지만, 임상 지원 예산은 475억 원으로 올해(627억 원) 보다 24.2% 축소됐다. 현재 국내 제약사 중에는 신풍제약(019170)의 '피라맥스'가 임상 3상을 승인받았으며 부광약품(003000)·대웅제약(069620)은 2상을 마쳤고, 진원생명과학(011000)·크리스탈지노믹스(083790) 등은 2상을 승인받았다.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 중인 한 제약사 관계자는 “해외에서 코로나 치료제 임상을 하려면 최대 피험자 1인당 1억 원까지 비용이 들어갈 정도로 비싸고, 국내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적어 임상 피험자 모집 자체가 어렵다”며 “국내 제약사들도 책임감으로 치료제 개발을 이어가고 있지만 정부의 임상 지원은 부족하고, 구매는 글로벌 제약사가 우선이라 다소 힘이 빠지는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일부 제약사들은 아예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코로나19 치료제 수요가 국내에 비해 해외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의 경우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2,000명 안팎이지만, 미국은 18만 명이 넘는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막대한 임상·개발 비용에 비해 한국의 코로나19 치료제 시장성은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며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목표로 임상에 속도를 높이는 전략이 글로벌 시장 공략은 물론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긴급사용승인을 받는 데도 더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국내 제약사에는 임상 비용에 최대 75%까지 지원하고 있다”며 “치료제 구매 예산을 늘려 국민에게 최대한 빠르고 안정적으로 코로나19 치료제를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now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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