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치' OST 부른 신인 가수, 유튜브부터 소설까지 범상찮은 '서리'의 세계 [인터뷰]

김지혜 기자 2021. 9. 28.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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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마블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OST에 참여해 화제를 모은 신인 가수 서리는 내면에서 출발하는 몽환적 음악과 우주를 배경 삼는 초월적 세계관으로 Z세대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지난달 마블의 첫 아시안 히어로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개봉과 함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OST) 참여 아티스트 목록이 화제가 됐다. 가수 자이언티, 비비, DPR 라이브 등 한국 아티스트들이 대거 이름을 올린 것이다. 국내 음악 신에서 뚜렷한 족적을 그려온 이들 사이에 낯선 이름이 눈에 띄었다. 바로 인도네시아 래퍼 워런 휴와 함께 ‘워리어스(Warriors)’를 부른 싱어송라이터 서리(25)다. 데뷔 1년5개월차에 접어든 신인이지만 K팝을 사랑하는 Z세대 대중에게는 이미 익숙한 가수다. 데뷔 전부터 조회수 500만회에 육박하는 커버곡 영상 ‘탱고(Tango)’로 얼굴과 목소리를, 데뷔 후에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데이식스 등 K팝 아이돌 그룹과의 협업으로 이름을 알렸다. 방탄소년단 멤버 정국의 플레이리스트에도 올라 화제가 됐다. 국가와 플랫폼의 경계를 넘나들며 신선한 매력을 선보이고 있는 서리를 지난 14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만났다.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굉장한 팬이라, 모든 영화를 빼놓지 않고 챙겨보거든요. 정말 설레었고 지금까지도 진짜 일어난 일이 맞나 싶어요.”

들뜬 표정으로 <샹치> OST 참여 소감을 밝혔다. 서리는 샹치 OST 제작에 참여한 미국의 미디어 회사 88라이징과의 인연으로 이번 작업에 참여하게 됐다. 아시아계 아티스트들의 활동을 주로 지원하는 88라이징은 한국을 제외한 글로벌 지역에서 서리의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제안을 받아 88라이징과 함께하고 있어요. 이전엔 프로듀서 그래픽스(GRAPHIX)와 둘이 곡 작업하는 것에 익숙했어요. 88라이징과의 협업 이후 나온 곡 ‘러버스 인 더 나이트(Lovers in the Night)’의 경우 처음으로 해외 프로듀서와 작업해봤어요. 좀 더 글로벌 시장에 걸맞은 곡을 만들기 위한 시도죠.”

2019년 5월 개인 유튜브 계정에 올린 가수 아비어(Abir)의 곡 ‘탱고(Tango)’ 커버 영상은 500만회 가까운 조회수를 올리며 Z세대 누리꾼들 사이에 입소문을 탔다. 유튜브 캡처


정식 데뷔는 지난해 5월이지만 그전부터 그는 유튜브 스타였다. 2019년 5월 개인 유튜브 계정에 올린 가수 아비어(Abir)의 곡 ‘탱고(Tango)’ 커버 영상은 500만회 가까운 조회수를 올리며 Z세대 누리꾼들 사이에 입소문을 탔다. “2019년 1월쯤부터 유튜브에 노래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어요. 에이브릴 라빈, 지드래곤, 콜드플레이 등 제가 영향을 받은 많은 아티스트들이 자신의 곡을 직접 쓴다는 데 착안해 작곡에 집중하다보니 정작 원래 꿈인 노래를 부르는 일과 멀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내 노래를 생판 모르는 사람들이 들었을 때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 업로드를 시작했죠.”

우울하면서도 몽환적인, 독특한 개성을 지닌 그의 목소리는 대중을 금세 매혹시켰다. 회사를 대표할 목소리를 찾던 국내 기획사 아티스파우스는 곧바로 그의 가능성을 알아봤다. 파란색 티셔츠 한 장, 손에 쥔 마이크 하나로 500만 누리꾼의 마음을 빼앗던 그는 아티스파우스와의 만남 이후 우주 속 다양한 행성을 오가는 거대한 세계관의 주인공이 됐다. 세계관이 K팝의 기본 요소가 된 시대라지만, 독특한 행보다. 싱어송라이터로서 서리 개인의 내면과 일상에서 출발한 곡들을 만들면, 기획사에 소속된 미술·소설·비디오·사진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이 곡의 토대 위에 고유한 세계관을 지어가는 방식이다. 서리는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형식으로 콘텐츠를 선보일 때 더 큰 관심과 집중을 받을 수 있는 시대”라고 했다.

서리의 데뷔 앨범 타이틀 곡인 ‘러닝 스루 더 나이트(Running through the Night)’ 뮤직비디오 중 한 장면. 유튜브 캡처


서리의 공식 홈페이지에는 그가 주인공인 소설이 담겨 있다. 한국에서 가수의 꿈을 품었던 한 소녀가 어느날 문득 정체를 알 수 없는 한 행성에서 깨어나는 이야기다. 소녀는 고양이를 키우고, 한때 몸이 아팠고, 할머니의 죽음에 아파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음악을 사랑한다. 이 이야기는 데뷔 앨범의 타이틀 곡인 ‘러닝 스루 더 나이트(Running through the Night)’를 비롯해 다양한 뮤직비디오의 서사와 이미지를 연결하는 바탕이 된다. “아주 자전적인 이야기는 아니에요. 제 삶에서 몇 가지 키워드를 뽑아내 작가님께서 쓴 소설입니다. 이런 세계관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우선이 되고 중심이 되는 건 무엇보다 음악이에요. 실제 곡을 쓸 때도 오히려 세계관을 염두에 두기보다 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려 하고요.”

서리 음악세계의 중심은 그리하여 항상 내면의 이야기다. 우철훈 선임기자


서리 음악세계의 중심은 그리하여 항상 내면의 이야기다. 한때 자가면역질환인 루푸스를 앓았던 그는 자신과 같은 질병으로 아팠던 가수 셀레나 고메스를 보며 힘을 얻었다. 그는 “고메스는 투병하면서도 계속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며 “억지로 메시지를 만들어내기보다 그저 내 음악을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내면의 깊은 곳을 건드릴 수 있는 뮤지션” 그리고 “색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것을 시도하는 도전적인 아티스트”가 되는 것이 꿈이라는 서리의 다음 행보를 응원할 수밖에. 서리는 11월에는 미국에서 열리는 ‘HITC 페스티벌’에 참여한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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