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전세대출 규제
규제하자니 실수요자 타격 커
놔두면 가계부채 확대 불가피
금융위 규제 필요 인정했지만
대출조건 강화 정도로 그칠 듯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28일 정책금융기관장 간담회에서 "전세대출은 실수요자 대출이기에 세밀하게 봐야 하는 측면이 있는 반면 금리라든지 조건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지적이 있어서 그런 부분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대출 금리 인상, 대출 한도 축소, 보증 비율 축소 등 전세대출 조건을 까다롭게 해 대출을 억제할 수 있다는 말이다. 9월 둘째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평균 전세대출 금리(한국주택금융공사 보증 기준)는 연 2.64~3.03%로 다른 대출 금리에 비해 낮은 편이다. 다만 고 위원장은 "구체적인 안을 확정하지 않았으며 여러 문제를 검토하는 단계"라면서 "가계부채 대책에 어떻게 담을지, 실수요자 부분 등을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 위원장의 발언은 전세대출 규제의 필요성은 있지만 실제 규제 여부와 규제안은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위 내부에서도 다음달 중순께 발표 예정인 가계부채 대책 중 전세대출만큼은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규제하자니 실수요자의 원성을 살 수 있고, 안 하자니 가계부채를 잡기 어려울 수 있어 딜레마에 빠진 모양새다.
전세자금대출 규제가 어려운 것은 무엇보다 실수요와 투기수요가 뒤섞여 구분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전세계약서가 있어야 대출이 나오기 때문에 90% 이상 실수요로 볼 수 있지만 여유 자금이 충분한 전세입자도 낮은 금리로 전세대출을 받아 주식 투자 등에 사용할 수 있다. 최근 고가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이른바 '갭 투자'가 성행하면서 전세대출이 투기의 징검다리로 작용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금융당국이 실수요자 피해 가능성 때문에 섣불리 규제 카드를 꺼내 들기 어려운 상황인 반면 은행권에서는 전세대출을 잡지 않고는 가계대출 증가세를 멈추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올 들어 시중은행 가계대출 증가를 이끌고 있는 것은 전세자금대출이다. 5대 은행에서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105조2127억원에서 올해 8월 말 119조9670억원으로 14%(14조7543억원) 늘어났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가계대출 증가액(28조6610억원)의 절반이 넘는 수준이다.
전세대출 증가율도 가파르다. 신한은행을 제외한 시중은행의 전세대출 증가율은 모두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대비 이달 27일 기준 우리은행 전세대출 증가율은 21.4%, 국민은행은 19.5%에 달한다. 하나은행의 전세대출 증가율은 17.1%였다.
금융당국이 전세대출 규제를 공식화하지는 않았지만 가계대출 증가율을 가이드라인(5~6%)에 맞추라고 시중은행에 엄포를 놓으면서 농협은행, 하나은행 등은 실질적으로 전세대출 규제를 시작했다.
가계대출 증가율이 7%를 넘어선 농협은행은 지난달 전세대출을 포함한 부동산 관련 대출을 전면 중단했다. 국민은행은 29일부터 전세대출 한도를 대폭 줄인다. 전세계약을 갱신하는 세입자가 전체 보증금의 80%까지 받을 수 있었던 대출 한도는 보증금 상승분으로 줄어든다.
하나은행도 일부 대출모집법인을 통한 가계대출을 10월 말까지 중단한다.
[윤원섭 기자 / 김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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