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이제 안보 문제, 자국중심주의로 대응하다 더 악화됐다"

조승한 기자 2021. 9. 28.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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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회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바이오경제포럼
강선주 국립외교원 경제통상개발연구부 교수는 28일 온라인으로 열린 27회 과총 바이오경제포럼에서 발제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발발 이후 각국이 협력 대신 각자 역량을 키우는 '자국중심주의'로 대응하다가 오히려 대유행을 악화시켰다는 분석이 나왔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바이오 안보 문제는 다른 안보문제와 달리 국제적 협력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게 됐다는 것이다.

강선주 국립외교원 경제통상개발연구부 교수는 28일 온라인으로 열린 27회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바이오경제포럼에 발제자로 참여해 “코로나19 대유행에서 우리는 21세기는 감염병을 의학적 상황이 아니라 국가안보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교훈을 배우게 됐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인류는 그동안 의학 발전과 생활환경 개선이 이뤄지며 인류를 위협하던 감염병 위험에 둔감해지게 됐다. 그러나 코로나19 발발은 감염병이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강 교수는 “사회가 발전하면 감염병에 대한 인식이 낮아진다”며 “그러나 코로나19를 통해 감염병이 얼마나 사회경제를 혼돈으로 몰고갈 수 있는지를 겪게 됐다”고 말했다.

감염병이 몰고 오는 안보 위협을 뜻하는 바이오안보도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다. 강 교수에 따르면 바이오안보는 의도적이거나 우발적으로 살포되는, 혹은 자연에서 발생하는 병원성 미생물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는 행위다. 바이오무기와 바이오테러, 혹은 자연 발생하는 감염병이 국가의 정상적 기능을 떨어트릴 때 이를 막는 것이다.

문제는 바이오안보는 아무리 국가적으로 수준을 높여도 충분히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바이오안보는 원인 제공자는 불분명해도 대응 책임자는 분명한 특성을 띤다. 공격을 해도 전파가 눈에 보이지 않아 피해를 한정하기도 쉽지 않다. 여기에 도시화와 환경파괴, 기후변화로 감염병이 다시 등장하는 상황이다. 인구 이동이 잦아 미생물 전파도 쉬운 상황이다. 강 교수는 “감염병은 일상 속에서 나타나기 때문에 충분히 준비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 간 협력으로 꼽힌다. 병원체에 대한 이해를 공유하고 발생하고 전파하는 경로에 관해서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데이터를 축적하는 데 국제협력이 필수가 되고 있다. 강 교수는 “최초 발생 국가가 세계에 이를 알리고 시간을 벌어주면 주변국은 최초 발생국이 국가 내에서 잘 마무리짓도록 돕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최근 불어온 자국 우선주의가 국가간 협력을 막으면서 코로나19 대유행을 오히려 악화시켰다는 점이다. 강 교수는 “코로나19를 개별적으로 대응하면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보건의료 경쟁을 펼쳤고 코로나19가 필요 이상으로 악화됐다는 게 안보전문가들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규정상 여행제한 등이 불가능하지만 실제로는 각국이 이를 실행하는 등 협력 대신 각국이 스스로 코로나19를 막으려다가 오히려 확산이 가팔라졌다는 진단이다.

코로나19가 더욱 빠르게 확산한 데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도 일정한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강 교수는 “강대국인 중국에서 처음 발생하고, 또 다른 강대국 미국이 최대 피해국이 되며 강대국 간 정치 문제가 됐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리더십이 협력하고 조율된 방식으로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노력이 없다 보니 필요 이상으로 상황이 악화됐다”고 말했다. 백신이 개발된 이후에도 자국에서 개발한 백신은 자국민에게 우선 접종하는 백신 민족주의의 영향으로 백신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문제도 있었다.

강 교수는 바이오안보는 다른 안보처럼 군사력과 같은 다른 요소가 영향을 줄 수 없고 오로지 보건의료 역량에만 의존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생물학무기나 테러는 군사력이 어느 정도 억지력을 주지만 피해 복구도 보건의료에만 의존한다”며 “감염병은 군사력의 의미가 없는 만큼 대응이 전면적으로 보건의료에 의존한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바이오안보 문제가 커지는 데 발맞춰 자국의 보건의료 역량을 최대한 키우면서 협력을 이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과거에는 생물학무기같은 것이 문제가 됐다면 이제는 감염병이 가장 중요한 바이오안보 문제가 되고 있다”며 “보건의료에 의존하기 때문에 결국에는 바이오제약 산업이 충분히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감염병이 계속 등장하는 상황인 만큼 바이오제약 선진국과의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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