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코로나19 하루 확진자 1만명씩 나와도 종식까지 3년 걸린다"

이정아 기자 2021. 9. 28.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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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인공지능빅데이터융합센터장 페북에 시뮬레이션 소개
현재 매일 3000명대 안팎으로 발생하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결코 많은 것이 아니며, 이 같은 수준에서 집단면역을 이루려면 계산상 10년이 걸린다는 국내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하기 위해 사람들이 대기하는 모습. 이정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매일 3000명씩 나와도 집단면역을 이루면 계산상 최소 10년이 걸린다는 국내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다. 만에 하나 코로나19가 3년 내로 종식되려면 하루 신규 확진자가 최소 1만명씩 발생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인공지능빅데이터융합센터장은 최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코로나19 델타 변이로 백신을 통한 면역 수준은 64%로, 추가로 약 19%가 직접 감염돼 자연면역을 얻어야 한다는 시물레이션 결과를 공개했다. 

정 센터장에 따르면 연구팀은 델타 변이의 기초감염재생산수를 6으로 가정하고 수리모델링한 결과 코로나19에 대한 집단면역을 달성하려면 전체 국민의 약 83%가 면역력이 있어야 한다는 결과를 얻었다. 하지만 델타 변이로 백신 효과가 80% 이하로 떨어지는 점을 감안하면 집단면역을 확보하려면 추가적인 직접 감염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정재훈 센터장(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은 "이 결과는 약 1000만 명 가량 누적 확진자가 필요하다는 뜻"이라며 "계산상 백신 미접종자 중 600~700만명, 접종자 중 300~400만 명이 추가로 감염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국내 백신 2차 접종률은 50%를 달성하지 못했고 코로나19에 감염돼 완치하면서 생기는 자연면역이 유럽 주요 국가 대비 20분의 1에서 10분의 1 수준으로 면역 수준이 상당히 낮다. 게다가 사회적 거리두기 효과도 지속적으로 떨어져 지난 7월과 비교해 절반 이상 감소했다고 분석됐다. 

정 센터장은 "앞으로 매일 신규 확진자가 3000명씩 나온다고 가정하면 집단면역 수준에 도달하려면 거의 10년이 필요하다"며 "물론 이렇게 오랫동안 사회경제적인 피해를 감수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가혹하지만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되면 신규 확진자 발생 규모는 이보다 더 커질 것"이라며 "최소한 매일 1만명이 새롭게 감염돼야 3년 이내에 코로나19가 잦아들 것으로 전망된다"이라고 말했다. 또한 하루 신규 확진자가 수만명씩 발생하고 의료시스템이 이를 감당할 수 있다면 2~3년 내에 코로나19가 끝날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진은 이런 분석 결과가 대중의 혼란을 야기할 것을 우려해 시각적인 자료로 공개하지는 않았다. 

정 교수는 "하지만 불필요한 사회경제적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단계적 일상회복을 미루기느 어렵다"며 "피해 규모를 최소화하기 위해 치열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고위험군에게 최대한 접종 기회를 주고, 몇 년을 버틸 수 있는 중환자 치료병상과 의료인력을 갖춰야 한다"며 "경증환자는 재택치료를 하도록 준비해야 하고, 접촉자 추적 체계를 최대한 단순화, 자동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다른 전문가도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인해 국내 신규 확진자 수가 폭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바이러스 유행에 여러 가지 변수가 관여할 수 있겠지만 수리 모델링으로 충분히 추정해볼 수는 있다"며 "문제는 코로나19에 대한 대중의 경각심이 낮아져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마스크 착용이나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 수칙을 잘 지키던 대중이 오랜 대유행 기간 동안 지친 데다, 단계적 일상회복에 대한 이야기가 '이른 희망'으로 다가왔다는 분석이다. 

김 교수는 "백신 접종률 82%로 방역 모범국인 싱가포르에서 단계적 일상회복을 하며 신규 확진 2000명씩 발생하는데 인구 대비 한국으로 치면 2만명씩 나오는 꼴"이라며 "국내에서도 이미 서울, 경기에서 각각 1000명씩 나오는 등 엔데믹 같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엔데믹은 말라리아, 뎅기열처럼 특정 지역에서 주기적으로 감염병이 발생하는 현상을 말한다. 그는 "인도는 지난 4월 델타 변이 발생으로 대규모 피해를 입었지만 결국 인구의 약 95%가 자연면역을 얻어 현재 신규 발생이 비교적 적다"며 "국내에서는 자연면역 인구도 극히 적기 때문에 단계적 일상회복을 시작하면서 올 겨울 최악의 상황이 닥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백신을 맞았더라도 5개월 지나면 효과가 70~80%로 떨어지는 만큼 당분간은 코로나19에 대해서 여전히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식적으로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되더라도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사회적 거리두기 같은 수칙들을 지키는 게 좋다는 얘기다.

[이정아 기자 zzung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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