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조립땐 휴대폰 놔두고 일에만 전념"..GGM, 품질 높이기 몰두
노사협의로 휴대폰 반입금지
35만대 달성까지 無파업 약속
노조 역할, 상생협의회가 대체
기수 없애고 매니저 호칭
2030 직원많아 소통 활발
호봉제 버리고 시급제 채택
내년엔 성과급제 도입 검토
◆ 광주글로벌모터스 현장 르포 ◆
지난 27일 방문한 광주 빛그린산업단지 내 광주글로벌모터스(GGM) 입구에는 GGM의 성공을 기원하는 지역사회의 응원 메시지가 담긴 현수막이 줄지어 걸려 있었다. 원색적 표현으로 회사를 비난하는 현수막이 부착된 인근 금호타이어 광주 공장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GGM 공장 내부 곳곳에도 '상생의 일터'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연면적 10만9194㎡ 용지에 들어선 GGM 자동차 공장은 차체·도장·의장 공정을 거쳐 현대자동차의 엔트리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캐스퍼를 시간당 22대씩 생산하고 있다. 국내 완성차 제조 공장의 시간당 생산량이 60대를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생산성은 다소 낮지만 직원 570여 명이 별도 교대 없이 근무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GGM 공장은 국내에 23년 만에 신규 설립된 완성차 공장으로 최신 자동화·친환경 설비가 대거 들어서 있었다. 프레스 철판을 용접하고 조립하는 차체 공정은 로봇을 도입해 100% 용접 자동률을 자랑했고 차체의 방음·방진·방청 처리를 맡은 도장 공정은 건식부스, 수성페인트 등으로 환경오염을 최소화했다.
GGM 관계자는 "휴대폰 사용 제한에 대해 처음에는 일부 직원이 불만을 표시했지만 직원들 안전과 품질 향상을 위해 노사 협의를 거쳐서 확정했다"며 "공정별로 매주 2~5일간 잔업을 실시하고 있는데 참여율이 90%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최신 설비보다 더 색다른 것은 GGM의 파격적인 노사 문화다. 누적 생산 35만대를 달성할 때까지 파업을 하지 않겠다는 '무노조 체제'를 바탕으로 △호봉제 폐지 △개방적 사내 문화 △전문성 위주 운영 등 다양한 시도로 업계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GGM에는 국내 완성차 업계를 쥐락펴락하는 노동조합이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근로자 대표 6인과 사측 대표 6인으로 구성된 상생협의회가 분기별로 회의를 열고 애로·건의 사항 등을 논의한다.
또한 근속연수에 따라 기본급이 상승하는 호봉제를 채택하지 않고 근무시간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는 시급제를 채택했다. 내년부터는 성과에 따라 보상을 차등 지급하는 직능급과 성과급 제도를 도입할 방침이다.
이와 더불어 연공서열에 얽매이지 않는 개방적인 사내 문화 형성을 위해 직급을 없애고 모든 직원이 서로를 '매니저'로 부르도록 했다. 매니저 제도는 일부 스타트업, 대기업 등에서 근로자들의 창의성 제고를 위해 도입하는 인사 시스템 중 하나다.
GGM은 또한 젊음과 패기로 무장한 'MZ세대'와 숙련된 기술을 보유한 경력직을 연결시키기 위한 '서포터즈' 제도도 새롭게 도입했다. 완성차 업계에서 오랜 경력을 보유한 숙련공들을 서포터즈로 위촉·영입해 신입 직원들에게 기술과 경험을 전수해주기 위해서다.
기아 공장에서 인턴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정상훈 GGM 조립부 매니저(30)는 "2.3m 공간에서 2분40초 동안 차량 한 대에 6가지 작업을 실시하고 있다"며 "업무시간에 딱 맞춰진 작업 강도에 근무 환경도 쾌적하다. 무엇보다 직원 중 20·30대 비중이 높아 서로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다"고 전했다.
물론 GGM이 캐스퍼의 흥행 성공으로 좋은 출발을 했지만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유수의 완성차 브랜드들로부터 위탁생산 물량을 받는 마그나와 달리 GGM은 자체 연구개발(R&D) 능력이 없다. 또 추가로 차종을 수주하고 수출 판로 개척 등이 이뤄지지 않으면 손익 분기점 달성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GGM 직원들이 기대하고 있는 성과급 역시 아직까지 구체적인 지급 방식 등이 정해지지 않았다.
[광주 = 박윤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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