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에 물집 잡히는 '수포성표피박리증'..극심한 통증으로 일상 어려워 [극복해요! 희귀질환]

헬스경향 이원국 기자 2021. 9. 28.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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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유형별로 단순형, 연접부, 이영양형으로 구분
단순형 수포성표피박리증, 산정특례 대상 제외
신약 올리오젤 및 줄기세포치료로 한줄기 희망

희귀질환자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사회적인 관심이 부족하다 보니 희귀질환자들은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제대로 된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희귀질환자들의 고통분담을 위해 ‘희귀난치성질환자 산정특례제도’를 발표했지만 아직도 실질적인 지원이 많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에 본지는 희귀질환자들의 진단과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극복해요! 희귀질환’이라는 기획기사를 마련했습니다. <편집자 주>

수포성표피박리증은 유전적결함으로 표피와 진피 사이의 단백질이 결핍돼 수포가 발생하는 희귀질환이다. 심할 경우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전신수포, 통증 등이 동반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알 수 없는 두려움과 설렘… 산모라면 갖고 있는 감정입니다. 특히 산통이 오면 이 감정은 배가 됩니다. 부디 건강하게 나오길 빌며 아이를 출산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는 ‘수포성표피박리증’으로 태어난 다음 날 피부이식수술을 진행했습니다.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작은 손등에 수많은 주사가 꽂혀있는 것을 보자니 저 바늘의 무게를 대신 감당하고 싶은 맘이 굴뚝 같았습니다. 힘든 치료와 수술이 연속됐지만 아이는 잘 버텨내줬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커갈수록 두려움도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제 아이의 웃음처럼 저 아이의 앞에도 따뜻함이 묻어져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의 웃음이 평생 이어지길 바라고 바랍니다 – 환아 보호자의 편지>

나비의 날갯짓은 그 자체로도 매우 우아하다. 그 날갯짓은 때론 사람들에게 희망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나비의 날개는 연약하기 짝이 없다. 이번에 소개할 희귀질환 ‘수포성표피박리증(EB)’ 역시 나비의 날개처럼 쉽게 부스러진다고 알려져 ‘나비천사’ ‘나비아이들’이라 불리고 있다.

피부는 바깥쪽부터 ▲각질 ▲표피 ▲진피로 구분된다. 문제는 수포성표피박리증은 유전적결함으로 표피와 진피가 떨어지지 않게 고정하는 단백질이 결핍돼 출생과 동시에 끊임없이 상처와 수포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표피는 우리 몸 면역시스템의 첫 관문인 만큼 수포성표피박리증환자는 감염에 취약하고 수포로 인해 극심한 통증이 전신에 발현된다. 또 심한 경우 눈, 혀, 식도 등에 병변이 침범해 근육위축과 손발가락 변형이 발생하기도 한다.

■양상에 따라 3가지 유형으로 나뉘어

수포성표피박리증은 미국에서 소아 2만명당 1명 정도의 비율로 나타나고 있는 희귀질환의 일종으로 국내에는 약 250여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수포성표피박리증은 유형에 따라 크게 ▲단순형(EB simplex) ▲연접부(JEB) ▲이영양형(DEB) 등 3가지로 나뉘며 분류 내에서도 다양한 아형이 존재한다.

따라서 수포성표피박리증은 치료에 앞서 어떤 유형인지 구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우선 수포성표피박리증이 의심되면 피부소견 진찰과 가족력에 대한 분석이 일차적으로 진행된다. 이후 수포가 발생하는 부위의 조직검사를 통해 케라틴섬유, 반교소체, 제7형콜라겐 등을 관찰, 유형을 구분한다. 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유전자검사, 직접면역형광검사 등을 통해 유전자돌연변이를 찾아내기도 한다.

우선 ‘단순형 수포성표피박리증’은 상염색체우성질환이다. 피부의 바깥층인 표피의 기저세포에 있는 케라틴섬유의 이상으로 인해 기저세포층이 분리, 수포가 발생한다. 단순형으로는 전신형(Koebne), 국소형(Weber-Cockayne), 포진형(Dowlling-Meara), 근육이영양증동반형 등이 있다. 이때 국소형은 단순형 수포성표피박리증 중 가장 흔한 형태로 수포들이 대부분 손바닥과 발바닥에 국한돼 있다. 단순형 수포성표피박리증은 대체로 신체발육은 정상이며 손발톱, 치아, 점막에는 침범하지 않지만 환자의 1/3에서는 구강수포와 상처 등이 생겨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다.

연접부 수포성표피박리증은 상염색체열성질환이다. 표피와 진피 경계부 기저판 아래에서 층 분리가 일어나 수포가 생긴다. 이때 출생 시부터 피부에 광범위한 수포들이 생겨 쉽게 벗겨지고 극심한 통증이 동반된다. 상처는 나을 수 있지만 흉터가 남고 병변이 손발톱에도 생길 수 있다. 만일 유아의 상부호흡기도에 수포가 생기면 호흡기도폐쇄 등 생명이 위험해진다.

반면 이영양형 수포성표피박리증의 경우 상염색체우성·열성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기본적으로 넓은 부위의 피부에 수포들이 생겨 쉽게 벗겨지지만 상대적으로 열성형 증상이 더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열성형의 경우 혀, 눈, 식도, 치아, 손, 발, 손톱부위에 이상이 생겨 치아기형, 손발톱빠짐, 손발기형 등 심각한 후유증과 편평세포암으로 악화할 수도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피부과 이상은 교수는 “수포성표피박리증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고 여러 연구를 통해 원인유전자가 규명되고 있지만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모든 종류의 수포성표피박리증은 환자에게 극심한 고통과 스트레스를 동반하기 때문에 증상완화뿐 아니라 스트레스 관리까지 전반적인 치료가 이뤄진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중 연접부 유형은 가장 희귀한 아형으로 수개월 내 사망하는 치사형이 여기 포함돼 있다”며 “이영양형의 경우에도 열성 이영양형은 치사율이 높은 중증질환”이라고 강조했다.

■근본적인 치료법 없어, 하루빨리 신약 개발돼야

안타깝게도 수포성표피박리증의 근본적인 치료방법은 존재치 않다. 따라서 증상에 따라 약물치료, 감염관리 확산 방지 등 대증치료가 주를 이룬다. 특히 전신적으로 수포가 발생할 경우 환자에게 큰 스트레스가 되기 때문에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도 병행된다.

이때 수포는 감염위험이 있기 때문에 환부드레싱을 포함한 대증요법이 지속적으로 이뤄진다. 다행히 최근 세포치료, 유전자치료, 약물치료 등 새로운 치료법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면서 환자들에게 한 줄기 빛이 되고 있다.

한 예로 올해 6월 아일랜드의 암릿 파마(Amryt Pharma)의 수포성표피박리증치료제 ‘올레오젤-S10(Oleogel-S10)’이 FDA 허가신청서를 접수했다. 올레오젤-S10의 허가신청서는 연접부 및 이영양성수포성표피박리증 치료제로 이뤄졌으며 허가신청서는 글로벌 본임상3상 ‘EASE 시험’에서 확보된 결과를 근거로 제출됐다. EASE 시험은 지금까지 수포성표피박리증환자들을 대상으로 이뤄진 최대 규모의 글로벌 임상3상 시험이자 수포성표피박리증에 긍정적인 결과를 입증한 최초의 임상3상인 만큼 그 기대가 크다.

이밖에도 국내에서는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피부과 이상은 교수, 용인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김수찬 교수팀이 이영양형 수포성표피박리증에서 ‘제대혈 유래 중간엽 줄기세포치료 가능성’을 밝힌 임상 1/2a를 발표한 바 있다.

제대혈은 중간엽줄기세포가 풍부해 윤리적 문제없이 채취할 수 있다. 또 제대혈 유래 중간엽 줄기세포는 증식력과 상처 재생능력이 우수하다. 연구팀은 중등증 이상의 이영양형 수포성표피박리증 성인환자 4명과 2명의 소아환자를 대상으로 동종 제대혈 유래 중간엽 줄기세포 정맥 내 주입치료(1-3x106 cells/kg)를 실시했다. 치료 후에는 8~24개월에 걸쳐 추적관찰을 진행했다.

연구결과 치료 56일 후 중증도 점수, 질환의 신체 표면적 침범 정도, 수포의 개수, 가려움증 및 통증 지표가 각각 15.7%, 33%, 28%, 40% 개선됐다. 특히 피부염증반응을 뜻하는 홍반의 정도가 확연히 감소함을 확인했다.

이상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이영양형 수포성표피박리증환자의 동종 제대혈 유래 중간엽 줄기세포 전신 주입 치료를 시행한 세계 첫 임상 연구”라며 “현재까지 특별한 치료법이 없는 이영양형 수포성표피박리증환자의 치료에 제대혈 유래 중간엽 줄기세포치료가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형 수포성표피박리증, 산정특례 제외돼

국내에 등록된 희귀질환은 1000개 이상이다. 하지만 진단이 어려운 희귀질환자의 수는 약 80만명이다. 문제는 희귀질환 대부분은 보험대상자가 아니라 의료부담이 크다는 것. 이에 정부에서는 산정특례를 제정, 희귀질환자들에 대한 의료비지원을 이어가고 있지만 아직까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많다. 또 산정특례 역시 5년 동안 한시적으로 인정해주는 지원 제도이기 때문에 평생을 갖고 가야 하는 환자 입장에서는 억장이 무너진다.

수포성표피박리증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수포성표피박리증은 이영양형과 경계형만이 산정특례대상으로 적용되고 단순형 수포성표피박리증은 제외돼 있다. 이에 올해 7월 14일에는 ‘희귀난치질환의 수포성표피박리증의 분류에 따른 산정특례 제한 개정을 요구합니다(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99829?navigation=best)’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올해 5월에 태어난 청원인의 아이는 단순형 수포성표피박리증을 앓고 있다. 하지만 매일 전신에 3도 화상수준의 상처를 입고 기저귀도 차지 못한 채 화상용드레싱을 온몸에 감고 있다. 일반드레싱제를 사용하고 싶어도 질환 특성상 피부에 손상이 가기 때문에 자극이 없는 화상환자용드레싱제를 사용해야 하는 것. 여기에 항생제 등 기타연고, 부대비용을 포함하면 한 달에 100만원에 육박하는 비용이 들어간다고 밝혔다.

청원인은 “아이의 피부가 너무나 연약해 엄마인 저도 함부로 만질 수 없다”며 “단순형 수포성표피박리증이 모두 경증으로 포괄돼 산정특례에 제외, 어떠한 의료혜택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먹먹하다”라고 토로했다.

헬스경향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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