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제 손을 떠났습니다" 프로 지명된 두 아들보며 미소짓는 김승기 감독

[스포츠경향]

김승기 안양 KGC인삼공사 감독이 28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1 KBL 신인드래프트에서 지명을 하고 있다. KBL 제공

“이젠 제 손을 떠났습니다. 알아서 하겠죠.”

아들 두 명이 모두 프로 지명을 받았다. 김승기 안양 KGC인삼공사 감독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비록 자신의 손으로 키우지 못하게 됐지만, 지명된 것만으로도 대만족이다.

김 감독은 28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1 KBL 신인드래프트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오전에 트라이아웃에서 자기가 잘하는 것만 하라고 했는데 진짜 그렇게 해서 괜찮겠다 싶었다”며 “장점보다는 약점이 더 많은 선수들인데 전창진 전주 KCC 감독님과 유도훈 대구 한국가스공사 감독님이 잘 봐주셨다. 열심히 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김 감독의 둘째 아들인 김동현(19)이 1라운드 전체 9순위로 KCC의 지명을 받았고 이어 열린 2라운드에서 맏아들 김진모(23)가 전체 13순위로 한국가스공사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특히 둘째 아들을 데려간 KCC 바로 다음 순서가 KGC였기에 다들 김 감독이 안타까워 할 것이라는 예상을 했는데, 정작 김 감독은 그렇지 않았다고 했다.

김 감독은 “솔직히 왜 뽑고 싶은 마음이 없었겠나. 둘째는 신체조건이 좋고 첫째도 좀 모자라지만 슈팅력이 워낙 좋아서 (뽑고 싶은) 생각은 있었다”며 “그런데 내가 아들을 키우는 것은 다른 선수들에게 공평하지 않은 것 같아서 안 뽑으려고 했다. 다행히 전 감독님과 유 감독님이 선수 육성에 일가견이 있으신 분들이라 잘 키워주실 것이라고 믿는다”고 미소를 지었다.

프로 대선배인 김 감독이 아들들에게 강조하는 부분은 강점을 키우라는 것이다. 김동현은 자질이 충분하나 아직 경험이 일천해 경기 조율 능력을 더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있고, 김진모도 슛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의문부호가 붙는다. 김 감독은 “이제부터 중요한 것은 프로에 열심히 적응하는 것이다. 적응만 하면 강점은 둘 모두 한 가지씩은 있다”며 “약점을 줄이고 강점을 키워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시간을 내 두 아들의 맞대결도 현장에서 보지는 않겠다고 했다. 김 감독은 “나도 우리팀을 챙겨야 하는데 가서 볼 시간이 없다”며 웃은 뒤 “둘 모두 대학교에서 운동을 많이 못했다. 프로에 와서 운동을 많이 하면 이번 시즌보다 내년 시즌에 더 좋아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한 믿음을 보였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