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지분은 고가매각, 소수주주는 헐값에..'불공정 게임' 반복

한광덕 2021. 9. 28.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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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매각과정에서 대주주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은 높은 가격에 지분을 팔고, 소수주주는 지분을 매각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불공정한 사례가 당연한 일인양 반복해서 일어나고 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인테리어·가구업체 한샘이 최대주주 조창걸 명예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30.21%)을 사모펀드 아이엠엠(IMM)에 넘기는 가격은 주당 20만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대주주 지분 가격의 할증은 남아있는 일반 주주들의 지분가치 할인에서 나온 대가라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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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샘 대주주 지분 매각 가격
경영권 프리미엄 100% 추정
소액 지분은 매수 대상 빠져
2대주주 외국계펀드 반기 들어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 목소리
한샘 주가 추이

기업 매각과정에서 대주주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은 높은 가격에 지분을 팔고, 소수주주는 지분을 매각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불공정한 사례가 당연한 일인양 반복해서 일어나고 있다. 소수주주의 권리가 차별받지 않도록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인테리어·가구업체 한샘이 최대주주 조창걸 명예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30.21%)을 사모펀드 아이엠엠(IMM)에 넘기는 가격은 주당 20만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지난 7월 지분매각 양해각서(MOU) 체결 소식이 전해지기 전 한샘 주가는 10만원대였다. 한샘 지배주주 일가가 경영권 프리미엄 100%를 받고 지분을 파는 셈이다. 대주주와 제3자간 장외 지분매매는 합병이나 주식교환과는 달리 일반주주에게 매수청구권이 주어지지 않는다. 한샘 3대주주(6.92%)인 국민연금도 회사의 주주가치 개선방안을 기다리거나 장내에서 팔고 떠나야할 처지에 놓였다. 한샘 주가는 이날 11만9천원으로 하락 마감했다.

​​이에 한샘 2대주주(8.43%)인 미국계 펀드 테톤캐피탈파트너스가 나섰다. 한샘 사내이사들이 아이엠엠의 기업실사에 협력하는 어떤 행위도 할 수 없게 해달라는 가처분신청을 최근 법원에 낸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 눈에는 이러한 한국적 상황이 불합리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에서는 30% 이상의 지분을 인수하려면 일반주주의 주식도 매수해야 한다. 미국은 소수주주 보호에 더 엄격하다. 대주주 지분만 인수해 이해상충으로 소송이 제기되면 일반주주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입증 책임을 회사 쪽에 지운다.

대주주 지분 가격의 할증은 남아있는 일반 주주들의 지분가치 할인에서 나온 대가라는 지적도 나온다. 2016년 현대증권 대주주가 케이비(KB)금융에 넘긴 지분가격은 주당 2만3182원이다. 반면 합병에 반대한 소수주주들이 행사한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은 6637원에 그쳤다. 인수 뒤 주가가 많이 떨어지면 지분을 싸게 사들이기도 한다. 이번 한샘 인수에 나선 아이엠엠은 이런 전력이 적지 않다. 2015년 골판지 제조업체 태림포장 경영권을 인수할 때 대주주 지분을 주당 5334원에 사들였다. 이후 소액주주들의 지분은 상장폐지 카드로 압박해 3600원에 매수했다. 김주영 법무법인 한누리 대표는 “대주주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독점하고 소액주주들을 헐값에 몰아내는 행태가 반복되는 것은, 인수·합병과정에서 주주들의 권익을 보호할 제도적 장치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소수주주의 피해를 막기 위한 제도개선 방안으로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이 거론된다. 대주주 주식을 비싸게 매입하는 경우 소수주주 주식도 같은 가격으로 사도록 강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수주주가 회사를 떠날 기회를 주면서 가격을 공정하게 책정해 주주평등권을 보장한다는 취지다. 우리나라도 1997년 이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하지만 외환위기가 터지자 기업구조조정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바로 폐지했다.

소수주주 피해에 대한 구제가 원활히 작동하려면,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회사 뿐 아니라 주주의 이익도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상법의 해당 조항(제382조의 3항)에는 ‘이사는 회사를 위해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고만 돼 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주주 간 부당한 부의 이전이 일어나더라도 회사 이익이 침해되지 않는 한 이사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 시민단체 경제개혁연대는 “대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관계 충돌 상황에서 이사들이 의사결정을 할 때 회사에 대한 충실의무를 다하도록 한 것은 지배주주가 아닌 회사와 전체 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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