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약수 로드 "물맛보다 가는 길이 약수"
강원 동북부 설악산과 방태산 험준한 산자락에 국내에서 딱 3곳만 지정된 천연기념물 약수가 있다. 인제 개인약수, 홍천 삼봉약수, 양양 오색약수가 그것이다. 천연기념물은 문화재보호법에 근거해 보존가치가 높은 동물, 식물, 지질·지형 3가지로 구분되는데 약수는 세 번째에 해당된다. 달리 말하면 약수뿐만 아니라 주변 자연 환경까지 뛰어나다는 의미다. 물맛보다 찾아가는 길이 약수인 셈이다.
서울에서 출발하면 인제 개인약수가 가장 가깝다. 서울양양고속도로 인제 내린천휴게소IC로 빠져 나와 상남면 소재지에서 홍천 내면으로 이어지는 446번 지방도로(내린천로)를 따라간다. 내린천에서도 경치가 빼어나다고 평가받는 미산계곡과 나란히 가는 길이다.
약수 가는 길은 미산약수교를 건너고 꼬불꼬불 고갯길을 넘어 도로가 끝나는 곳, 미산너와집 식당에서 시작된다. 여기까지 오는 고갯길 자체가 웬만한 계곡보다 깊고 험준한데 진짜 시작은 이제부터다. 개인약수는 해발 960m, 국내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약수이기도 하다. 주차장이 해발 650m 언저리이니 1.4㎞ 탐방로를 걸으면 표고는 300m 이상 높아진다. 끝없는 오르막이라 가는 데만 40분 이상 잡아야 한다.
중간중간에 세워진 천연기념물 지형과 마을 주민 이야기, 약수에 얽힌 전설 등을 적은 안내판이 힘든 발걸음을 쉬게 한다. 모세혈관까지 신선함을 전달할 듯한 맑은 공기와 탐방로를 따라 이어지는 계곡 물소리도 든든한 길동무다. 탐방로 자체가 건강 약수다.
경사면 돌 틈에서 새어 나온 약수 주변은 온통 황톳빛이다. 철분과 탄산 함량이 높아 특유의 비린 맛과 톡 쏘는 맛이 동시에 느껴진다. 1891년 함경북도 출신 지덕삼 포수가 발견했다고 전해진다.
홍천의 삼봉약수도 방태산 자락이지만 찻길로 30km 이상 떨어져 있다. 개인약수에서 내려와 다시 미산계곡을 따라가는 길은 깊고도 부드러워 가을 동화 속으로 빠져드는 듯하다. 천천히 차를 몰면 조선시대 예언서인 정감록에서 일곱 군데 피난처로 꼽았다는 삼둔사가리 중 살둔마을도 지나고, 가을에만 한정 개방하는 홍천은행나무숲도 스친다.
그러나 아쉽게도 올해는 삼봉약수에 갈 수 없다. 약수는 삼봉자연휴양림 계곡 상류에 위치하는데, 12월까지 휴양림까지 가는 도로와 시설을 정비 중이다. 대안으로 구룡령 넘어 양양 갈천약수를 추천한다.
삼봉휴양림에서 아홉 마리 용이 지난 것처럼 구불구불한 구룡령(1,013m)을 넘으면 고개 아래 첫 동네 갈천마을에 닿는다. 마을에서 약수터까지는 1㎞ 남짓하다. 계곡을 거슬러 오르는 것은 같지만, 개인약수에 비하면 경사는 양반이다. 수량도 개인약수보다 풍부해 눈길 닿은 곳마다 물줄기가 작은 폭포를 이루고 있다. 탐방로 주변에 유난히 단풍나무가 많아 가을이 깊어가면 황홀함이 배가 될 듯하다. 갈천약수 역시 철분이 많은 탄산수다.
갈천약수에서 오색약수까지는 또 30㎞ 이상 떨어져 있다. 오색약수는 국내 최고의 단풍 명소로 꼽히는 설악산 주전골 입구여서 많은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곳이다. 11월 14일까지는 용소폭포에서 만경대까지 이어지는 탐방로도 한시적으로 개방되니 가을이면 절정의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곳이다.
주변 환경에 비하면 약수터는 오히려 초라하다. 탐방로 입구 개울가 암반에서 아주 조금씩 새어 나오는 약수는 나트륨과 철분을 함유하고 있다. 1500년경 계곡 상류에 있는 오색석사 사찰의 스님이 발견했다고 전해진다.
오색약수에서 다시 서울로 돌아오려면 서울양양고속도로 서양양IC를 이용하면 편리하지만, 기왕에 약수 드라이브를 나섰다면 한계령을 넘는 길을 추천한다. 고속도로 개통 이후 단풍철을 제외하면 대체로 한산한 길이다. 한 굽이 돌 때마다 웅장한 설악의 바위 능선이 그림처럼 다가선다. 한계령휴게소에서 설악의 절경 사이로 펼쳐지는 변화무쌍한 자연의 조화도 놓치기 아까운 장관이다.
인제ㆍ홍천ㆍ양양 = 최흥수 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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