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도 제대로 못먹고 휴게시간도 없어"..보육교사는 슬퍼요

한겨레 입력 2021. 9. 28. 16:56 수정 2021. 9. 28.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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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사회노동교육원 연쇄 기고 1
소외된 노동자의 '나의 삶과 나의 노동'
아이들과 국수를 이용한 빗소리 탐색 퍼포먼스 놀이수업

나는 결혼 전 여행사에서 직장 생활을 했다. 하지만 결혼 후 내내 전업주부로 살았다. 10년 남짓 시골에서 전원생활을 하며 아이들을 키우다, 다시 서울로 이주했다. 직업을 갖고 싶었지만 오랜 기간 단절된 경력 탓에 일자리를 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다행히 지인의 소개로 어린이집에서 보조교사로 아이들을 돌볼 기회를 얻었다. 아이들은 너무나 사랑스러웠고, 어린이집 생활은 재미있었다.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 영유아를 돌보며 교육하는 일인 것 같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뒤늦게 자격증 공부를 시작해 본격적으로 보육교사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현재 보육교사로 재직 중이다.

나는 ‘엄마 선생님’

나는 그동안 민간, 가정 어린이집을 오가며 보육교사 경험을 쌓았다. 주로 만 1세~만 5세 반의 담임을 맡다 보니, 나는 아기들에게 자신을 ‘엄마 선생님’이라고 소개한다. 올해는 교사 1명이 아기 3명을 돌보는, 가장 어린 만 0세반(한국식 나이로 1~2세) 담임을 맡았다. 학기 초 교사 2명(다른 한 명은 원장 선생님)이 7명의 아기를 돌봐야 해서 조금 힘들었으나, 이후 아이 1명이 더 등원해 보조교사 1명을 충원했다. 나는 공식적으로 너무 어려 걷지도 못하는 아기 2명과 갓 걷기 시작한 아기 1명을 돌보는 교사다. 그런데도 실질적으로는 이 교실에 있는 8명의 아기들 모두에게 신경을 써야 한다. 눈 깜짝할 사이 불미스러운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규 채용된 보조교사는 일반 교사인 나와 달리 원장님이 돌보는 아기들 2명을 전담하는 업무를 맡았다. 원칙적으로는 이 교사가 행정적인 업무까지 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이 아이들과 관련한 행정적인 서류가 고스란히 나를 비롯한 다른 교사에게 관행적으로 전가되고 있다. 보조교사에게 행정업무를 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졸지에 원장의 업무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억울하지만 당당하게 “이건 아니다”라고 반발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아기들은 예쁘고 사랑스럽지만 수유·식사·배변 처리 등을 혼자 처리하지 못한다. 때문에 일상적인 돌봄 활동이 버거울 때나 아기들이 동시다발로 울음을 터뜨릴 때는 0세반 교사 대 아동 비율이 교사 1명당 아기 2명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현재 교사 1명당 아동 비율은 만 0세 3명, 만 1세 5명, 만 2세 7명, 만 3~5세 15명이다. 교사당 아동 비율 축소를 바라는 건 비단 영아반 선생님들 뿐일까! 굳이 0세반이 아니라 더 큰 아이를 가르치는 반 교사들도 아동 비율이 줄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수시로 내비친다. 그마저도 도시지역 형편은 나은 편이다. 농어촌 지역 보육교사는 수급난 등으로 규정보다 더 많은 아이들을 돌봐야 할 때가 많다고 한다.

1순위 요구사항 ‘아동 비율 축소’

보육현장의 1순위 요구사항이었던 교사 대 아동 비율 축소 운영이 2021년 7월부터 서울시내 110개 국공립어린이집에서 시범적으로 시작됐다. 만 0세 반은 교사 1명 당 아동 3명에서 2명, 만 3세 반은 15명에서 10명 이하로 줄이도록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규정이 하루 빨리 모든 어린이집에 적용되었으면 한다.

보육교사들이 아동 비율 축소를 요구하는 이유는 열악한 근무환경 때문이다. 하루종일 돌봐야 하는 아동이 많다보니 휴게시간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다. 식사시간인데 밥을 먹는건지 마시는건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순식간에 먹어야 한다. 식사 도중 배변하는 아기를 돌봐주거나, 우는 아이를 달래는 일도 허다하다.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화장실도 제 때 못 가는 보육교사들은 평소 위장질환, 역류성 식도염, 방광염 같은 질환에 시달린다. 나도 재작년 급성 신우염을 앓아 심하게 고생한 적이 있다.

2018년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어린이집 교사의 근무 중 휴게시간이 의무화 됐고, 4시간 근무마다 30분씩 휴게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물론 법 개정 이전에도 대다수 어린이집이 근로계약서나 취업 규칙에 1시간 휴게시간을 명시하긴 했다. 하지만 이 규칙이 현실에 반영되는 일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보육교사들은 법 개정을 계기로 휴게시간 확보를 기대했다. 하지만 8시간이 아닌 9시간 노동을 당연하게 여기는 보육교사의 현실은 이후에도 변함 없었다.

퍼포먼스 놀이수업 후 수박화채 먹기

법 개정에도 요원한 휴게시간

일부 어린이집에서는 명목상 ‘휴게시간 관리대장'을 만들어 놓고, 쉬지도 않은 휴게시간을 쉬었다고 서명하게 강요했다. 보육교사들은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아이들 잘 때도 자리 비우지 말라면서 무슨 자유롭게 휴게시간을 가지라고…. 차라리 수당을 달라”고 요구했다. 휴게시간은 고사하고 아이들이 낮잠시간에 깨지 않고 숙면을 취해야 교사가 그 시간에 보육일지, 관찰일지 같은 문서작업이라도 할 수 있다. 아이들이 낮잠을 자지 않거나, 도중에 낮잠에서 깨는 아이들이 있으면 문서 작업은 커녕 노트북도 꺼내지 못한다. 아이들 낮잠 시간에 이후 진행할 수업놀이 준비를 해야 하는 일도 빈번하데, 수업 준비 시간조차 갖지 못하는 셈이다.

보육교사들의 이러한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어린이집에서는 2020년부터 연장반을 운영했다. 외벌이 가정 자녀를 4시에 하원하도록 하고, 이후 맞벌이 가정 자녀들만 연장반에 모여 놀이활동을 하도록 한 것이다. 각반 담임교사들의 공식적인 업무는 4시에 끝나게 되고, 이후 교실 청소를 하거나 퇴근할 때까지 문서 작업 또는 다음날 수업 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연장반 담임교사를 별도로 두지 않거나, 원장이 연장반 담임인 경우 교사들은 문서 작업과 수업 준비 업무를 퇴근 시간 이후에 해야 한다. 남은 업무를 집으로 가져오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바깥놀이를 하며 놀이터에서 시소 타기

각종 보육교사 관련 정책만 보면 보육 교직원들이 꽤나 좋은 조건에서 근무하는 것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열악한 보육현장이 수없이 많다. 일례로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어린이집이 휴원이 마땅하지만, 휴원 이후 원생이 줄 것을 염려하는 가정·민간 어린이집이 전면 등교를 고수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교사들은 업무 외에 코로나19 감염이라는 두려움 속에서 근무해야 했다.

보육교사들은 일반 직장인처럼 연차 등 휴가를 쓰기도 쉽지 않다. 내 경우만 해도  이전 어린이집에서 근무할 때는 그나마 연차를 쓸 수 있어서 재충전의 기회를 가졌는데, 지금 근무하는 어린이집에서는 휴가를 쓰지 못하고 있다. 학무모들이 대체교사가 왔을 때 아기들이 낯설어 울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교사의 휴가 사용을 반대하고 있어서다. 그런데도 나는 휴가 사용을 못하는 현실을 책임감 때문에라도 불평하거나, 불마을 토로할 수 없다. 

원장들의 보복(?)도 불평을 꺼리게 만드는 이유 중의 하나다. 연차와 관련한 불만들을 제기하거나 불합리한 상황을 신고하는 교사들을 상대로 “다시는 어린이집에 취업을 못하게 하겠다”고 협박하거나, 소속 어린이집연합회 연락망에 해당 교사를 블랙리스트로 올려 교사들의 이직을 방해하는 악덕(?) 어린이집 원장들이 있기 때문이다. 혹여 불이익이라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교사들이 불만이나 불합리한 일들을 마주해도 당당히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지 못하는 까닭이다. 근로기준법에서 원장이 이런 행위를 못하게 금지했다고 하지만, 별 소용이 없다.

결혼을 하지 않거나, 결혼해도 딩크족을 선언한 부부들이 많아 저출산 문제가 큰 이슈로 떠올랐다. 어린이가 줄고 있는 상황에 더해 코로나19 여파로 아이를 가정에서 양육하는 사례가 늘면서 어린이집 폐업이 증가 추세다. 보육교사들의 취업난이 심각해지는 구조다. 교사들이 부당함을 참고, 불평과 불만을 감추고, 바른말을 하지 않는 현실은 더 가속화할 것이다. 요즘 아이들 말로 ‘존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지금 나와 모든 보육교사들 앞에 놓인 현실이다.

보육교사들의 권리는 어디에

보육교사들의 처우는 또 어떤가. 미래세대를 돌보는 보육교사가 받는 급여는 최저임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매년 정부에서는 호봉대로 인상한 급여를 발표하지만 이는 국공립 또는 서울형 어린이집만 해당될 뿐 민간 및 가정 어린이집에서는 호봉과 별개로 급여가 결정된다. 대체로 최저임금 수준에서 결정된다. 보육교사의 노동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급여이기에, 물가가 오르는 만큼 최저임금이 인상되지 않을 경우 교사들의 걱정과 실망감은 커지는 구조다.

어린이집을 대상응로 한 평가인증 제도가 있다. 보육의 질을 높인다는 취지로 시행되고 있는데, 실은 정반대다. 평가인증을 하는 어린이집은 평가인증 전 3~5개월은 완전 초토화된다. 어린이집을 리모델링 수준으로 정비하게 되는데, 새로 작성해야 할 각종 서류가 엄청나고, 이 때문에 아이들을 제대로 돌볼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귀한 아이들의 보육은 뒷전으로 밀린다. 보육교사들은 “보여주기식 행정업무에 진이 빠진다”고 호소한다. 전적으로 보육과 교육에만 전념해도 하루가 바쁘게 지나가는데 서류 준비와 환경미화 등 평가인증 기간 동안 교사는 녹다운이 되고 만다. 이 상황에서도 학부모는 교사가 아기에게 온전하고 안전한 보육과 교육을 해주기 원하니, 교사들은 이중삼중고에 직면한다. 보여주기 위한, 감사를 위한, 무의미하게 서류에 동그라미를 치는 행정서류는 제발 없어져야 한다. 내년에 있을 평가인증만 생각하면 나 역시도 벌써부터 스트레스가 쌓인다.

누구를 위한 평가인증인가

예부터 양육과 보육은 엄마들이 당연히 담당한다고 믿어왔다. 양육과 보육을 노동이나 가치 있는 것으로 여기지 않고, 보육교사의 희생·배려·봉사를 당연하게 여기는 문화가 자리잡았다. 보육교사의 노동 가치를 평가절하 하는 인식이 팽배하다. 여기에 보육교사는 사소한 것까지 간섭하고 불평을 제기하는 학부모들의의 항의에 시달려야 한다. 또 혹시라도 아이가 다치는 사고가 생기면 보육교사가 대역죄를 지은 듯 부모에게 용서를 구해야 하는 극심한 감정노동을 해야 한다.

어린이집의 최대 고객은 아이들이 아닌 부모들이다. 학부모는 가정에서 해주지 못하는 것까지 어린이집에서 도맡아해주기를 바라고, 원장으로서는 그런 학부모들의 요구를 최대한 들어줘야 하니, 원장이 교사들에게 무리하게 업무 지시를 내릴 때가 많다. 가정에서도 못하는 것을 왜 어린이집 교사에게 요구하는지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아이들이 사랑스럽고 귀한 존재이며, 국가가 이런 아이들을 키우겠다고 출산을 장려한다. 하지만 정작 그 귀한 존재를 돌보는 보육교사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처우는 너무나 열악하기만 하다.

보육교사들은 아동과 부모에게만 초점을 맞춘 보육정책 속에서 어린이집 원장과 부모 양쪽 모두에게 시달리며 보호받지 못하는 존재다. 나처럼 아이들이 마냥 예쁘고 좋아서 보육교사를 시작했어도 추후에 직업을 포기하는 교사들 다수는 이런 이유 때문에 보육  현장을 떠날 수 없다고 말한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내가 어린이집 원장이 된다면 어떻게 운영을 할까? 원장도 교사도 아이들도 모두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그런 어린이집, 교사들이 열악한 처우에 눈물 흘리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아기들만 돌볼 수 있는 어린이집을 만들고 싶다. 그런 내 꿈이 실현될 수 있도록 정부 정책이나 지원이 풍성해졌으면 좋겠다.

전희아(17년차 보육교사)

평등사회노동교육원(대표 단병호, 민주노총 지도위원 및 17대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은 2011년 창립한 노동자 교육기관으로, 창립 10주년을 맞아 노동의 의미를 묻고 노동자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하는 기획전시 ‘힘展'을 10월 21일(목)부터 30일(토)까지 민주노총 서울본부 3층 교육장에서 진행합니다. 별도의 신청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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