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캐스퍼' 대박 뒤엔 직급없는 수평문화..실패할 거라던 '반값연봉'의 반전
"노사문화의 새 패러다임이 진행 중이다."
지난 27일 오후 3시30분쯤 찾은 광주 광산구 빛그린 산업단지 내 광주글로벌모터스(GGM) 조립부 생산라인은 젊었다. 평균 연령 28.8세의 직원들이 '완공후 5개월' 공장에서 출시 한 달도 안된 신차를 만들고 있었다.
대다수는 회사 유니폼을 입었지만 브랜드 로고가 적힌 상의를 입은 이들도 있었다. 휴대전화를 공장 중간중간 위치한 '스마트폰 보관함'에 맡긴 직원들은 간간이 서로 의사소통을 하면서도 묵묵히 자신의 업무를 수행했다.
사전예약 첫날에만 1만8940대가 팔리며 내연기관차 중 최다 기록을 세웠다. 사전계약 전체 물량이 연간생산량을 넘어서면서 GGM 출범 당시 제기됐던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를 씻어내고 있다.
GGM 공장은 지역사회 일자리를 창출하고 완성차업계의 고임금·저생산성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로 23년 만에 국내에 신설된 완성차 공장이다. 지분 21%를 보유한 광주광역시가 1대주주, 현대자동차(19%)가 2대주주다.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출범 단계부터 기존 완성차업계 노조의 반대가 심했다. 평균 연봉 3500만원으로 기존 완성차업계의 절반 수준의 임금을 받는데다가 35만대 판매 달성 전까지 무노조 원칙 유지를 노사가 합의하는 등 기존과는 다른 형태의 노사문화가 정착하면서다.
이에 기존 완성차업계 공장에서 생산되지 않는 '엔트리형(경형) SUV'이라는 생소한 차급이 배정됐다. 대형 SUV가 강세인 한국 시장에서 전문가들도 실패를 점쳤지만 결국 대박이 터졌다. 온라인 동호회를 중심으로 사전판매 대수가 4만대를 넘어섰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같은 캐스퍼 흥행의 분위기는 직원들 사이로도 확산 중이다. 기존 완성차업계 대비 낮은 연봉이지만 성과급으로 그 간격을 메울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가 없어 공동쟁의도 어렵지만 이들은 회사가 내건 '상생'의 가치를 신뢰한다. 회사가 돈을 벌면 그만큼 직원들을 챙겨주리라는 믿음이다.
3번의 이직 끝에 지난 5월 GGM에 정착한 주용훈(32) 조립부 매니저는 "전 직장에서는 서로 협약을 어기면서 노조가 필요한 일들이 많았다"며 "여기는 상생협의회가 고충을 잘 들어주고 협의점을 찾아 반영을 해주기 때문에 아직 불만이 없다"고 밝혔다.
주씨는 GGM에 들어오면서 연봉을 1000만원 가까이 깎았다. 거주지인 목포에서 광주까지 매일 50분을 넘게 출근하지만 행복하다. 그는 "입사 후 급여 차이가 너무 커 사실 고민이 컸다"면서도 "막상 차가 나오고 출시되고 인기를 끄니까 '잘 들어왔다'는 확신이 든다"고 밝혔다.
이어 "일을 (처음부터) 배워 만든 차가 주행하는 모습을 봤을 때 보람 이상으로 가슴이 뭉클했다"며 "다른 직원들도 마찬가지 아니었을까"라고 강조했다.
주씨를 비롯한 대부분의 직원들은 자동차 생산에 일면식도 없던 이들이다. 그러나 수개월 간의 교육을 통해 공정 시간에 맞춰 작업을 마치고 품질도 확보할 수 있다고 인정받았다.
입사 전 자동차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다던 황수빈(24) 도장부 매니저도 문제 없이 도장 작업을 수행한다. 그는 회사의 직급 없는 수평적인 분위기를 호평했다. 황씨는 "서로 매니저라고 부르고, 직원들 연령대가 비슷하다보니 대화하기 편하고 스트레스가 적다"고 했다. 이어 "노조·파업 등이 아닌 상생을 통해 협력해 좋은 소식만 알렸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완성차업계서 26년간 근무한 장두진 GGM 조립부장은 "새 공장에 새 사람들이 들어섰다"며 "노조는 없지만 상생협의회를 통해 문제를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소통의 분위기가 자리잡았다"고 밝혔다. 이어 "새 패러다임의 노사문화가 형성돼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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