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연락선 응답하라'는 靑에 미사일로 화답한 北

임재섭 2021. 9. 28. 16:3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달들어 3차례 미사일 발사에..靑 NSC 긴급상임위 개최하고 유감표명
전문가들 "北의 길들이기 의도"..남북대화 재개 여부 전망엔 의견 엇갈려

북한이 28일 또다시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번 달에만 3차례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청와대가 남북연락통신선에 응답에 대한 기대감을 표출한지 하루 만에 다시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일단 '종전선언' 제안으로 임기 말 남북관계 회복을 노리는 문재인 정부를 북한이 길들이려는 의도가 있다고 해석했다. 다만 남북대화가 열릴 가능성에 대해서는 엇갈린 전망을 내놨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이 오전 6시 40분쯤 내륙에서 동쪽으로 미상 발사체 1발을 발사했다"며 "추가 정보에 대해선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합참은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에 무게를 실으면서 추가발사에 대비해 감시태세를 유지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3일에 장거리 순항미사일, 15일에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하면서 한반도의 긴장감을 끌어올린 북한이 이달에만 3차례 미사일 발사를 감행한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청와대도 기민하게 움직였다. 청와대는 미사일 발사 1시간 20분쯤 뒤인 8시부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의를 개최한 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상황과 의도에 대해 검토하고, 한반도의 정세 안정이 매우 긴요한 시기에 이루어진 발사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NSC 회의 결과를 접한 문재인 대통령 또한 "최근 북한의 담화와 미사일 발사 상황을 종합적이며 면밀히 분석하여 대응 방안을 마련하라"고 말했다.

특히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청와대가 북한을 향해 남북연락통신선에 응답할 것을 촉구한 지 하루 만에 이뤄진 것이어서, 일종의 답변 성격으로 해석된다. 지난 27일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종전선언'을 언급한 것에 북한이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은 부분과 관련해 "통신선 복원에 대한 북한의 응답을 통해 북한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당시 박 수석은 "이렇게 1단계로 나아가는 것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최소한의 시나리오인 것 같다"고 말했는데, 북한은 남북연락통신선에는 응답하지 않았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날 북한 미사일 발사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담화에서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언급했던 '적대시 정책 철회'와 '이중잣대'와 연결지어 해석하고 있다. 북한의 담화에 아무런 입장을 보이지 않으면서 대화를 촉구하자, 직접 미사일을 발사해 남한이 계속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도발로 규정하는지 등을 확인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가능성이 높은 것은 지난 7월 27일 남북연락통신선을 복원으로 유화적인 제스쳐를 취하고 이후 미사일을 쏜 것의 데자뷰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당시 남북연락통신선을 복원한 지 며칠 만에 한미연합훈련을 문제 삼으며 다시 응답하지 않기 시작한 것처럼, 이번에도 일방적인 명분 쌓기일 수 있다는 의미다. 박 교수는 "오히려 최근에는 적대시 정책 철회는 물론 '이중잣대'까지 북한의 요구조건이 늘어났다"는 말도 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한국 정부를 길들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 센터장은 "북한이 도발한 것을 우리 정부가 도발이라 하는지 등의 반응을 보겠다는 의도"라면서 "우리 정부는 나름대로 수위를 조절해 탄도미사일이라 부르지 않고 있는 것 같은데, 북한의 반응이 어떻게 나올지는 지켜봐야겠지만 그런 부분들이 북한입장에서는 긍정적으로 해석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남북이 대화 가능성으로 접어들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박 교수는 "대화와 도발 중 완전히 한쪽으로 가긴 힘들다고 보이지만, 대화의 가능성을 열었다고 하면 대화에 응해야 할 것"이라며 "지금처럼 미사일 도발 국면이 계속되면 대화국면으로 넘어가기는 어렵고, 그렇게 보면 내년 베이징 올림픽이나 대선까지는 봉쇄국면으로 가지 않을까 판단 된다"고 말했다.

반면 신 센터장은 "북한은 통신선 복구 여부가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미국을 설득하고, 도발에 말하지 않는다면 그 결과로 정상회담을 베풀어줄 수 있다는 판단을 할 수 있다"며 "내년 2월을 목표로 잡고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 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임재섭기자 yjs@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