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가스·가솔린 등 전방위 급등..'에너지발 불안' 오나

이윤주 기자 2021. 9. 28.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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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전세계적으로 에너지 가격이 심상치 않은 속도로 급등하면서 물가 상승을 자극하고 경기 둔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산업활동이 위축되고, 가계의 소비여력도 줄어드는 ‘에너지발 불안’ 요인이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탄소 배출을 억제하는 정책이 진행되면서 에너지 수급이 큰 차질을 빚으면서다. 유럽에서는 에너지 공급업체가 파산을 선언하고, 중국에서는 전력난이 심화하면서 돌발 정전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전력난이 글로벌 공급망에도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8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최근 몇 주 동안 영국에서는 전기공급 업체가 급등하는 가스 가격을 감당하지 못해 파산했고,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전기요금이 비싼 독일에서는 올 2월 이후에만 전기 요금이 두 배 이상 뛴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와 키움증권 집계에 따르면 최근 1년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70.95%, 가솔린은 78.66%, 천연가스 가격은 77.98% 상승했다.

특히 유럽과 중국에서 에너지 수급 불안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난다. 탄소배출을 줄이는 친환경 정책 실시의 영향으로 공급이 제약을 받는 반면, 수요는 늘어났기 때문이다.

WSJ는 “글로벌 수요 증가로 석탄 가격이 지난 1년간 3배 상승했고, 유럽의 탄소배출권 거래제도는 가격을 더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올 여름에는 북해의 바람이 잠잠했던 바람에 유럽의 풍력 발전 공급이 예상에 미치지 못하면서 가스와 석탄 의존도가 높아진 것도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다가올 겨울 이상한파가 예상돼 전력 수요가 늘어날 경우 에너지 가격의 상승세를 부추길 가능성도 있다.

중국의 전력난은 더 극단적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23일 밤 중국 선양(瀋陽)시 신베이(新北)구 도로에서는 가로등은 물론 신호등까지 꺼졌다.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이 지난해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2060년에는 탄소 중립을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이후, 중국에서는 올해부터 탄소 배출 저감이 최우선 정책과제로 부상했다. 중국 국무원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에너지 소비량을 연간 3% 줄이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각 성·직할시 등이 중앙정부 계획에 부합하기 위해 이달 중순부터 공장에 전기공급을 줄이거나 아예 끊으면서 전력 대란으로 이어졌다.

문제는 중국의 전력난이 안그래도 심각한 글로벌 공급망 차질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는 자동차 부품, 반도체 공장 등이 당장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날 중국경영보 등에 따르면 애플 공급업체인 대만 유니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지방정부의 전력 공급 제한에 따라 지난 26일부터 4.5일 동안 중국 내 공장 3곳의 가동을 중단했다. 루팅 노무라홀딩스 수석 중국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에 “섬유에서 장난감, 기계 부품까지 글로벌 시장은 공급 부족으로 타격을 입을 것”이라면서 “중국에 관한 가장 뜨거운 화제는 금방 ‘헝다’(恒大·에버그란데)에서 ‘전력난’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에너지 수급 불안은 시차를 두고 인플레이션을 더욱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해상운임가격 상승 등으로 전세계 공급망이 차질을 빚으면서 올 8월 기준 미국, 영국, 유로존, 대만 등 21개 국가에서의 공급업체 배송시간 지수가 팬데믹 직전에 비해 평균적으로 23.9%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친환경정책에 따른 원자재가격 급등을 뜻하는 그린플레이션 현상은 추가적 물가 불안을 자극할 여지가 높고, 경기 사이클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면서 “전력요금 상승으로 가계의 소비 여력을 줄이고, 중국 정부의 강력한 탄소중립정책이 산업활동을 크게 둔화시킬 우려도 있다”고 밝혔다.

하이투자증권.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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