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가 뜬다"..'리셀테크' 시장의 명과 암

이현석 입력 2021. 9. 28.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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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공급제한으로 수요 급증
플랫폼·유통기업 잇따라 진출
명확한 관리기준·시스템 필요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상품을 재판매해 수익을 올리는 '리셀테크'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시장 형성 초창기 한정판 스니커즈로 시작돤 시장은 최근 들어 명품 등으로까지 영역을 넓혔다. 이에 대형 플랫폼·유통기업의 시장 진출도 활발하다. 이들은 한정판 스니커즈 플랫폼 운영 노하우를 갖춘 후 취급 상품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리셀테크 시장이 계속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소비자 피해가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리셀테크 시장의 특성상 '과시 소비' 탓에 가격 거품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개인간 거래(C2C)가 중심인 만큼 피해를 입는 경우가 나올 우려도 있다. 따라서 플랫폼을 중심으로 관련 관리 시스템을 정비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영역 넓히는 리셀테크

리셀테크의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주요 상품이던 한정판 스니커즈를 넘어 명품·패션까지 리셀의 대상이 됐다. 롯데멤버스에 따르면 지난해 20대 명품 소비자의 45%가 중고 명품을 구매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주요 거래채널은 온라인 커뮤니티가 52%로 가장 많았다. 중고거래 플랫폼(31%), 중고명품 매장(29%) 등이 뒤를 이었다.

리셀테크 시장의 영역 확장은 명품 브랜드의 고가·공급제한 정책의 결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보복소비' 수요가 명품에 집중됐다. 명품 브랜드들은 가치 유지를 위해 가격을 올리거나 공급을 줄였다. 이 탓에 모든 상품이 '한정판'이나 다름없는 상황이 됐다. 미개봉급 상품의 가격이 치솟은 것은 당연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리셀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가격 상승에 따라 상품을 '소유'하는 것이 아닌 '지분'을 보유하는 형식의 리셀 거래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바이셀스탠다드의 현물 조각 투자 플랫폼 '피스'는 2억원 상당의 롤렉스 집합 포트폴리오를 판매했다. 10만~2000만원까지 투자할 수 있는 이 포트폴리오는 론칭 1분만에 완판됐다. 상품 투자자의 70%는 MZ세대 소비자였다. 이들은 20% 가량의 예상 수익을 기대하고 지분을 매입했다.

때마침 성장한 중고거래 플랫폼도 리셀테크 시장 확대에 힘을 보태고 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2019년 531만명이었던 중고거래 플랫폼 사용자는 지난해 1100만명까지 늘었다. 전체 시장 거래액은 20조원에 달했다. 상품 수요가 꾸준히 발생하면서 거래 편의성까지 높아지진 것이 리셀테크 시장의 성장 요인으로 꼽힌다.

플랫폼·유통기업 속속 '참전'

리셀테크 열풍이 불자 기업들도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네이버의 리셀테크 플랫폼 '크림'은 지난 8월 100만명 규모의 네이버 카페 '나이키매니아'를 80억원에 인수했다. 한정판 스니커즈 리셀 시장 핵심 브랜드인 나이키를 통해 시장 주도권을 쥐겠다는 구상이다. 무신사는 스니커즈 리셀 플랫폼 자회사를 분사한 후 1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최근에는 글로벌 1위 리셀 플랫폼 '스탁엑스'도 국내 진출을 선언했다.

리셀테크의 영향력은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커지고 있다. 번개장터는 지난해 10월 스니커즈 커뮤니티 '풋셀'을 인수했다. 이후 여의도 더현대서울에 풋셀의 첫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12월 영등포점 리뉴얼과 함께 스니커즈 거래소 '아웃오브스탁'을 입점시켰다. 갤러리아백화점도 최근 리셀링 슈즈 편집숍 '스테디움굿즈'를 압구정 명품관에 열었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현재 이들은 스니커즈 리셀 시장 공략에만 주력하고 있다. 당장의 수익성보다 핵심 소비자인 MZ세대의 시선을 끄는 것이 목적이어서다. 하지만 조만간 명품·패션·잡화 등으로 취급 상품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각 업체가 스니커즈 리셀 사업으로 확보된 노하우를 활용해 시장을 키워나갈 것이라는 예상이다. 특히 플랫폼·유통기업은 거대 자본을 배경에 두고 있다. 공격적 투자로 스스로 시장을 확장할 여력이 충분하다.

업계 관계자는 "리셀 대상 상품군이 확대되는 시점에서 거대 플랫폼과 기업이 앞다퉈 시장에 뛰어드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며 "스니커즈 리셀만으로는 수익성을 보장하기 어렵다. 당연히 취급 상품군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망은 밝지만…'관리' 필요

미국 리셀테크 플랫폼 '스레드업'은 지난해 33조원 수준이던 글로벌 리셀테크 시장 규모가 오는 2025년 75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코웬앤드컴퍼니는 스니커즈 리셀 시장이 2025년 6조5000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바라봤다. 주력 상품인 한정판·명품이 MZ세대 소비자의 가치소비 트렌드와 과시욕구를 만족시키는 핵심 상품이어서다.

리셀테크는 새로운 투자 수단으로도 각광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주식·가상화페와 달리 리셀테크의 대상은 '현물'이다. 일정 수준의 하한 가격이 정해져 있다. 투자자 관점에서는 리셀테크가 최소한의 '수익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투자 상품이나 마찬가지다. 실제로 사용하지 않는 상품임에도 희소성만 있다면 수많은 소비자가 구매를 시도하는 이유다.

글로벌 리셀 시장의 성장세는 높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일각에서는 부작용을 우려하기도 한다. 시장 과열은 상품 가격에 거품을 발생시킨다. 이렇게 되면 실수요자는 상품을 구매할 기회를 잃게 된다. 수요 예측에 실패하면 리셀을 위해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도 피해를 본다. 또 리셀 거래는 C2C 중심이다. 거래 과정에서 분쟁은 물론, 탈세 등 법적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개인 거래인 만큼 정부가 조율하기도 어렵다. 결국 신뢰할 수 있는 거래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리셀 상품 수요를 개인 구매자가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가격 혼란을 초래해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가 피해를 볼 수 있다. C2C 거래의 특성상 신뢰도 문제도 피할 수 없다"면서 "플랫폼과 유통 기업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만큼 이들이 안전결제 등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을 주도적으로 만들어야 시장이 건전한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현석 (tryo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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