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맞춤형 인재양성 프로그램 'ICT멘토링'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3년 넘게 취업하지 못한 올해 청년 인구가 27만8000명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가운데 20대 후반이 63.5%를 차지한다. 취업을 하지 못한 채 나이만 먹어가는 청년이 늘고 있다.
반면 대기업을 비롯해 중소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스펙 좋은 지원자는 넘쳐나지만 기업이 원하는 인재는 보이지 않는다고 하소연한다. 특히 한국 산업에서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첨단기술 비중이 늘어나면서 기술인력 수요는 급증했지만 대학 졸업생 수준이 기업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기업의 구인난 속에서 신입직원을 채용했다 하더라도 게임회사에서는 해당 직원에게 코딩 과외를 제공하고, 배터리 회사는 물리학 수업을 개설해 관련 교육을 실시하는 등 학교 현장에서 이뤄져야 할 기본교육을 기업이 떠안게 되는 등 기업의 부담이 날로 가중되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자주 접하게 된다.
필자가 글로벌 ICT 기업 근무 경험과 학교 현장 교육자로서 현재 상황을 바라볼 때 사회 변화를 이끄는 ICT 분야는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지만 교육 현장은 그런 변화의 속도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ICT 분야는 한 번 배워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술 발전에 따라 재교육이 필요하고, 전문가 역시 학습이 지속되지 않으면 시대에 뒤떨어지기는 마찬가지다.
이 같은 배경으로 대학에서는 사회에 나가서 곧바로 응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교육하는 것이 어려운 현실이다. 모든 영역에서 필요로 하는 ICT 역량은 해당 분야의 전공이 아니면 학생들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역량을 유지시키기가 어려운 등 대학 현장의 노력만으론 한계가 있다.
'한 아이를 기르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모든 분야가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서는 시장이 원하는 인재 양성을 위해 정부, 기업, 대학 등 사회 전반의 이해관계자 간 전폭적인 지지와 상호작용이 더욱 절실하게 요구된다.
이미 우리 정부는 오래 전부터 산업 현장 전문가, 학생, 대학교수가 한 팀을 구성해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ICT 인재 양성 사업을 적극 추진해 오고 있다. 그런 사업 가운데 하나가 최근 대학생 및 기업 실무 담당자의 주목을 받고 있는 ICT멘토링 사업이다.
ICT멘토링 사업은 정보통신 및 소프트웨어(SW) 분야 대학생들의 실무 역량을 향상시키기 위해 지난 2004년부터 시작해 ICT 분야 기업 전문가(멘토)와 대학생(멘티), 지도교수가 한 팀을 이뤄 실무기술이 반영된 프로젝트를 수행함으로써 개발이론과 실전을 겸비한 문제해결형 인재를 양성하는 사업이다. 실무 역량을 갖춘 산업계 멘토가 멘티 문제에 적극 개입해 사회에서 진행되는 새로운 기술 동향을 제시하기도 하고 팀마다 설정한 프로젝트 주제와 적용해야 할 기술 범위, 팀별로 서로 다른 블렌디드 러닝 학습 과정을 거친다. 팀으로 구성된 멘티들은 아이디어 회의부터 설계·구현까지 주도적으로 진행하며, 스스로 정의한 문제를 실현해 보는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특히 실제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례로 진행하기 때문에 현장감 있는 구현이 가능하다. 참여한 팀에는 공모전에 출품할 기회가 주어지고, 프로젝트 주제로 논문을 작성하거나 특허 컨설팅 또는 애플리케이션(앱)이나 프로그램 등록 기회가 주어진다. 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여러 도전을 경험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대학 내 한 수업에서 이런 과정을 다 적용하기는 어렵지만 ICT멘토링 사업에 참여하면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다.
올해로 18년 동안 지속해 온 ICT멘토링 사업은 자유주제형 한이음 멘토링 프로그램 외에도 사회공헌형 프로젝트를 위한 프로보노 멘토링, 여성특화형인 이브와 멘토링으로 세분화돼 있다. 2014년부터는 공대나 ICT 관련 학과 학생뿐만 아니라 인문·사회 계열 등 비ICT 전공 학생도 이 프로젝트에 다수 참여하고 있다.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로 구성된 팀원은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문제해결 능력을 배우고 경험할 수 있다. 지금까지 ICT멘토링 사업을 통해 수행한 누적 프로젝트가 1만5000건 이상, 참여 멘티가 5만명 이상, 수행 멘티의 평균 취업률이 80% 이상의 양적 성과를 거뒀다. 이 외에도 프로그램에 대한 높은 만족도, 재참여 의사, ICT 인재 양성이라는 질적 성과를 통해 대한민국의 대표 ICT 인재 양성 사업으로 성장해 왔다.
4차 산업혁명의 결과물이 일상 곳곳에 깊숙이 스며들면서 ICT 인재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고 있지만 기업이 원하는 실무 능력을 보유한 전문인력 공급은 아직도 산업 현장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일자리 미스매치를 해결하는 첫걸음이 산업 현장에서 요구하는 실질적인 맞춤형 ICT 인재를 양성하고, 이와 같은 인재 양성 프로그램 확대와 지원이 하나의 대안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ICT멘토링 사업에 대한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 확대, 산업 및 대학 현장 간 관심과 협업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나정은 연세대 교수 jenah@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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