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봉틀의 '선한 영향력'..미얀마 여성 위한 광주 여성단체의 프로젝트

정대하 입력 2021. 9. 28. 15:36 수정 2021. 9. 28.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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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민주화 시위]광주아시아여성네트워크·광주여성가족재단 28일 워크숍
미얀마 소수민족 무장단체 중 하나인 와주연합군(UWSA)이 2019년 4월17일 자신들의 창군 30주년 기념 열병식을 열고 있다. 제인스 누리집 갈무리/AFP 자료사진

“무서워요. 코로나19보다 전투가 벌어지는 것이 더 무서워요. 비행기가 마을 근처에 항상 날아다녀요.”

미얀마 친주 팔레트와 지역에 사는 한 주민의 호소다. 20여개 마을 4000여명의 주민은 2015년 시작된 ‘무력분쟁’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 분쟁은 라카인주 무장세력인 아라칸 아미(AA)가 미얀마 정부군을 습격하면서 시작됐다. 황현철 광주광산구장애인복지관장은 28일 ‘미얀마 분쟁지에서의 인권과 광주시민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열린 워크숍에서 미얀마 분쟁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이번 워크숍은 광주아시아여성네트워크와 광주여성가족재단이 공동 주최했다.

황 관장은 ‘빼앗긴 미얀마에도 봄은 오는가?-친주 팔레트와를 중심으로’라는 발표에서 “두 무장세력의 분쟁으로 인해 국내 난민(IDP)이 된 주민들이 겪고 있는 인권 침해의 유형은 사살, 납치, 재산 강탈, 구금, 강제노동 강요 등이 있다”고 말했다. 친주의 인구는 47만8800여명이고 19개의 읍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 2월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뒤 친주는 사냥용 총으로 가장 먼저 무장투쟁을 시작한 지역이다.

황정아 광주아시아여성네트워크 대표가 28일 ‘풀뿌리 주민들의 국제 연대와 국내난민 여성들의 인권 :지방, 여성 인권, 연대의 관점에서’라는 제목으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화면 갈무리

지난해 4월 광주 여성단체가 미얀마 친주 팔레트와 지역 29개 마을 주민 15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심각한 인권 침해가 자행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원들을 통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0% 이상이 “무장세력 (AA와 군부)들 때문에 인권 침해가 있었다”고 답변했다. 언어폭력 32%, 신체적 폭력 20%, 정신적 폭력 15%, 몽둥이 등 도구를 이용한 폭력 12%, 총기를 이용한 폭력 8.7% 등이었다.

황 관장은 “쿠데타 이후에도 친주를 비롯한 대부분의 소수민족 지역의 분쟁으로 펠레트와의 주민들이 겪어야 했던 인권 침해가 되풀이되고 있다”며 “유엔인권사무소, 국제 앰네스티 등 국제인권기구가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의료인과 약품, 식량, 국내 난민 캠프의 운영 지원 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정아 광주아시아여성네트워크 대표도 이날 ‘풀뿌리 주민들의 국제 연대와 국내 난민 여성들의 인권 : 지방, 여성 인권, 연대의 관점에서’라는 제목으로 미얀마 분쟁지역 난민들의 실태를 전달했다. 까친주 바모 지역엔 국내 난민 캠프(마을) 20여곳이 있으며, 2만여명이 살고 있다. 황 대표는 “난민 캠프에 거주하는 90%의 여성들이 가정폭력, 성폭력, 성희롱, 언어폭력, 강제 결혼, 인신매매 등 여성폭력이 일반적이라고 인식하고 있지만 대부분 폭력에 대해 신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광주 여성단체에서 시작한 ‘미얀마 여성들의 삶을 바꾸는 재봉틀 한 대’ 프로젝트는 이들에게 작은 희망의 불씨가 되고 있다. 2019년 말 바모의 국내 난민 여성들에게 재봉틀 익히기와 버섯재배훈련 등 기술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021년 8월까지 12명의 여성이 재봉틀과 버섯재배 기술을 익힌 뒤 자신의 노동으로 수입을 얻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광주의 한 여성단체가 재봉틀 10대를 기부하면서 시작됐다. 아이쿱협동조합, 세상을이어가는끈, 한전케이피에스 등 지역 단체와 기관들이 힘을 보탰다. 황 대표는 “적은 금액으로 서툴게 시작한 프로젝트였지만 지금은 12명의 국내 난민 여성들과 그 가족들의 중요한 생계수단이자 미래 희망이 되었다”며 “깨끗한 물, 식량 같은 인도적 지원이 절실하다. 인권도시를 표방하는 광주에서 지방정부 차원의 체계적이고 규모 있는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워크숍은 유튜브 광주여성가족재단 채널에서도 생중계됐다. 미얀마 현지 인권운동 단체 아이작 티케이아(TKI) 대표는 “미얀마 사람들은 가진 것과 가능한 모든 수단으로 군사 독재에 맞서 싸울 준비가 되어 있다. 도와달라. 한국 정부와 국회, 국민 여러분의 성원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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