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동창 사진 '능욕방'에 유포.. 男고생 전학 불복에 법원은

김명진 기자 2021. 9. 28.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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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동창 여학생의 사진을 타인에게 유포해 ‘지인 능욕방’에 게재되도록 한 고등학생이 전학 처분을 받자 가혹하다며 행정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지인 능욕방은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의 얼굴 사진을 음란물에 합성한 콘텐츠를 공유하는 소셜미디어상의 대화방이다.

인천지법 청사 전경. /인천지법

인천지법 행정1-2부(재판장 박강균)는 A군이 인천시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를 상대로 낸 전학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고 28일 밝혔다.

수도권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A군은 지난해 3월 다른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B양의 사진 2장을 소셜미디어에서 내려받았다. 두 사람은 같은 중학교에 다녔지만,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 이후 A군은 트위터를 통해 신원을 알 수 없는 네티즌 C씨에게 B양 사진을 보냈다.

C씨는 B양 사진을 받은 뒤 A군에게 ‘B양의 개인정보를 달라’고 요구했고, A군을 통해 B양의 이름과 소셜미디어 계정 주소까지 추가로 파악했다. 이 과정에서 A군은 C씨에게 “B양은 성적으로 문란하다”는 허위 사실을 전달하기도 했다.

B양의 사진과 이름은 얼마 뒤 텔레그램 ‘지인 능욕방’에 올라갔다. B양은 같은 해 7월 자칭 ‘자경단(자율경찰단)’이라는 한 네티즌의 제보를 받고서야 이 같은 사실을 알게됐다. B양은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 혐의로 A군을 경찰에 고소했다.

해당 지역 교육지원청 학교폭력 대책심의위원회는 “A군이 B양의 동의 없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진과 개인정보뿐 아니라 허위 내용을 전송했다”며 출석정지 15일과 특별교육 5시간 등의 처분을 내렸다. A군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B양은 A군에게 퇴학 조치가 내려져야 한다며 교육지원청에 각각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학폭위는 지난해 11월 A군의 청구는 기각했고, B 양의 요청은 일부 수용해 A군에게 ‘출석정지 15일’이 아닌 ‘전학’ 처분을 내렸다. 퇴학 다음으로 센 처분이다. A군은 행정심판 결과에 불복하고, 다시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군은 재판에서 “성명불상자의 협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B양과 관련한) 허위 내용을 전송했다”며 “전학 조치는 퇴학 다음으로 무거운 처분이어서 가혹하다”고 했다. “B양과는 합의했고 이미 다른 학교에 다니고 있어 전학의 실효성도 크지 않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A군이 B양과 합의한 시점은 전학 처분이 내려진 이후”라며 “행정처분의 위법 여부는 처분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므로 둘의 합의를 전학 처분의 위법 여부를 판단하는 근거로 삼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A군과 B양이 다른 고교에 다니고 있지만, A군에게 전학 조치의 엄중함을 깨닫게 해 같은 잘못을 재차 저지르지 않도록 선도할 필요가 있다”며 처분이 적법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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