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인생 65년 이순재 "'리어왕'은 필생의 마지막 중요한 작품"

이순재 '리어왕 필생 마지막 작품이란 각오로'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배우 이순재가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인춘아트홀에서 열린 '연극 리어왕'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앞으로도 연기할 기회가 생기겠지만 (연극 '리어왕'은) 필생의 가장 마지막 중요한 작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연기 인생 65주년을 맞은 배우 이순재(88)는 28일 예술의전당 인춘아트홀에서 열린 연극 '리어왕'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작품이 자신에게 주는 의미를 이같이 밝혔다.

'리어왕'은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가장 숭고하고 압도적이라고 평가받는 작품으로, 오만함에 눈이 가려져 진실과 거짓을 분별하지 못한 어리석음이 초래하는 갈등과 혼란을 다룬다.

극 중 이순재는 모든 것을 소유한 절대 권력자에서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고 미치광이 노인이라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리어왕' 역을 맡아 연기한다.

이순재는 이번 작품에 참여하게 된 것에 대해 "누가 '이제 더 하고 싶은 역할이 뭐냐'고 물어보길래 늙은이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연극은 셰익스피어의 리어가 아니겠는가 했다. 개인적인 소신을 표한 건데 공론화가 돼서 한 번 해자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많은 셰익스피어가 있었지만, 풀버전이 없었는데, 이번에 한번 원전 그대로 해보자고 했다. (공연 시간을) 3시간 정도로 해서 원전 그대로 의상, 분장을 제대로 해보자고 합의해서 공연에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이순재는 단독 캐스트로 23회 공연에 모두 출연한다. 이에 대해 그는 "욕심이 나고 해볼 만한 역할이지만 사실 만용이라 생각한다"며 "대본에 충실하고 상황이나 인물의 심리적 변화에 맞춰 연기의 변화를 가져와야 할 것이다. 또 힘이 필요한 장면이 몇 개 있는데 그런 부분은 반복된 연습을 통해서 하는 수밖에 없다.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또 "배우로서 최고의 행운은 좋은 작품과 좋은 연출을 만나는 거다. 연극에서 고전을 접할 기회는 쉽지 않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 리어왕 역할을 이해할 수 있고, 표현하는 데도 연령이 맞다.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리어왕 연출 맡은 이현우 교수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인춘아트홀에서 열린 '연극 리어왕' 기자간담회에서 연출을 맡은 이현우 순천향대 교수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간담회에 함께 참석한 이현우 연출은 '리어왕'의 특징에 대해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 가장 완성도가 높다"며 "셰익스피어 극본 중 가장 긴 대작임에도 군더더기 없이 잘 짜인 극 구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리어왕은 기쁨부터 절망의 나락으로 빠져드는 감정 등 인간의 온갖 감정이 집약돼 있다. 이런 것이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젊은 배우들이 하기 힘든 배역이다. 이번에 이순재 선생님이 리어왕을 맡아주셔서 연출로서, 팬으로서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이번 공연에서 리어왕의 첫째 딸 고너릴 역은 소유진·지주연, 둘째 딸 리건 역은 오정연·서송희, 셋째 딸 코딜리아 역은 이연희가 연기한다. 오정연과 이연희는 이번 작품이 연극 무대 데뷔작이다.

이현우 연출은 오정연에 대해 "오디션 겸 면접을 봤을 때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기하는 걸 본 적이 없어서 주저하는 마음이 컸는데, 리딩하는 걸 보고 이 배우한테 이런저런 도움만 드리면 이만큼 성장해서 보여줄 수 있겠다는 확신을 하게 됐다. 열심히 연습하고 있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 같다. 굉장히 우수한 학생이다"라고 칭찬했다.

또 이연희에 대해선 "코딜리아 캐스팅은 고심을 많이 했다. 공주의 고결함과 잔 다르크 같은 강인한 여성상에 광대까지 할 배우를 찾다가 이연희 씨를 만나게 됐고, 진정성과 각오를 확인할 수 있었다. 리딩 과정에서 가능성을 발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순재는 '리어왕'이 현재에 갖는 의미에 대해 "'리어왕'은 절대 권력자가 노후의 안락을 위해 나라를 나눠 딸들에게 나눠주지만 결국 딸들에게 쫓겨나고 버림받아 최상에서 최악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리어왕은 가난한 자들의 고통을 생각한다"며 "리더는 자기를 보는 게 아니라 밑에 있는 사람, 어렵고 힘들고 가난한 사람의 고충을 안고 가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령의 현역 배우로서 건강 유지 비법에 대한 질문에 "건강은 아직 괜찮지만 나이가 든 사람은 장담하기 힘들다. 중간에 잘못되면 큰일 나겠구나 싶어 아내에게 보약도 준비하라고 했다"면서 "판을 벌이면 저희는 신이 난다. 잘 관리해서 제대로 해보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연은 오는 10월 30일부터 11월 21일까지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진행된다.

dk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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