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에 입힌 소나무의 결.."예술과 인간의 공존 담아냈죠"

조상인 미술전문기자 2021. 9. 28.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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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2001년) 수상자인 세계적 건축가 듀오 헤르조그 앤 드 뫼롱(Herzog & de Meuron·이하 HdM)이 한국에 설계한 첫 건축물인 송은문화재단 신사옥이 28일 내부를 공개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복판에 날카로운 삼각형 형태로 우뚝 솟은 송은문화재단 신사옥의 비밀은 소나무 껍질 문양을 본 뜬 콘크리트 외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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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은문화재단 신사옥 개관전
프리츠커상 받은 HdM 韓 첫 설계
미디어아트 등 13개팀 작품 선봬
송은문화재단 신사옥 외관. /사진제공=송은문화재단
[서울경제]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2001년) 수상자인 세계적 건축가 듀오 헤르조그 앤 드 뫼롱(Herzog & de Meuron·이하 HdM)이 한국에 설계한 첫 건축물인 송은문화재단 신사옥이 28일 내부를 공개했다. HdM은 중국의 반체제 예술가 아이웨이웨이와 협업한 새둥지 형태의 베이징올림픽 주 경기장, 런던 템즈강의 발전소를 개조해 지은 테이트 모던 미술관으로 유명하다. 송은문화재단은 ST인터내셔널(구 삼탄)이 1989년에 설립한 비영리 재단이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복판에 날카로운 삼각형 형태로 우뚝 솟은 송은문화재단 신사옥의 비밀은 소나무 껍질 문양을 본 뜬 콘크리트 외벽이다. 차를 타고 지나거나 길 건너편에서 내다봐서는 알아채기 힘들다. 건물 안에 들어갈 요량으로, 출입구 쪽을 제대로 보고 섰을 때 비로소 눈에 들어온다. ‘숨어있는 소나무’를 뜻하는 송은(松隱)의 이름에서 영감을 얻은 선택이다. 목판 거푸집을 사용해 가로·세로 1m의 콘크리트 타일을 만들어 붙인 결과, 나무의 문양과 결이 건축물의 중량감에 촉감을 더하게 됐다.

헤르조그 앤 드 뫼롱이 국내 첫 프로젝트로 설계한 송은문화재단 신사옥 외벽에는 소나무 문양이 숨어있다. 송은(松隱)의 이름에서 영감을 얻어 목판거푸집로 콘크리트 타일을 찍어내 제작됐다. /조상인기자

HdM을 대표해 방한한 건축가 피에르 드 뫼롱은 28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는 콘크리트 전체에 문신(tatoo)을 새겼고 숨 쉬는 느낌을 입혔다”면서 “콘크리트가 가질 수 있는 인간미 부족과 거친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방식으로 (남들도 사용하는) 같은 콘크리트를 다르게 활용했다”고 말했다. 일일이 다른 나무 문양을 사용했기에 같은 무늬가 없이 펼쳐지는 모습이 마치 인간의 지문과도 같아 개개인에 대한 존중감 마저 느끼게 한다.

“우리가 현대미술관을 설계할 때 주목해 온 것은 ‘어떻게 예술과 사람들을 함께하게 할 것인가’였습니다. 예술과 예술가, 대중과 컬렉터 모두에게 유효한 공간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송은문화재단의 새로운 공간이 서울의 다양성과 문화적 지형에 소중한 보탬이 되기를 바랍니다”

송은문화재단 1층 로비와 외부 정원. /조상인기자
송은문화재단 신사옥 개관전에 선보인 HdM의 전시 전경.

건축물은 8,000㎡ 규모로 지상 11층, 지하 5층으로 구성됐다. 기하학적인 삼각형 건물 오른쪽 옆으로 난 오솔길 같은 진입로를 통해 들어서면 소박한 정원이 관객을 맞는다. 작은 자연이지만 도심 한복판에서는 의외의 청량감을 전한다. 위쪽에 달린 2개의 조명은 나뭇잎 끝에 매달린 이슬이 뭉치고 더해져 바닥에 떨어지기 직전의 곡면 형태를 따 제작했다. HdM이 이 정원에 꼭 맞춰 직접 디자인했다. 1층 로비에서는 곡선형 계단이 2층 전시장으로 부드럽게 안내한다. 개관전 1부는 지난 2017년 이후 4년간 진행된 건축 과정을 보여준다. 뾰족한 삼각형은 까다로운 건축 요건을 충족시키면서도 최대치의 연면적을 고려한 결과다. 미디어아티스트 박준범은 이곳 미술관 건너편의 오피스텔 꼭대기층에서 3년간의 공사과정을 거의 매일 촬영했고, 제작된 500여 편의 영상 중 다시 200여 편을 걸러 위트있는 작품으로 탄생시켰다.

헤르조그 앤 드뫼롱이 설계한 송은문화재단 신사옥의 지하2층 갤러리 전경. /조상인기자
헤르조그 앤 드뫼롱이 설계한 송은문화재단 신사옥의 지하2층 갤러리 전경. /조상인기자

2층 갤러리는 HdM의 건축 사진전을 방불케 한다. 스위스 바젤의 도시개발 기본계획 공모전에 당선된 이들이 선보인 명물 ‘신호기’가 눈길을 끈다. 동판에 액체를 넣어 만든 신호기는 물이 차고 빠지는 원리로 신호의 변화를 알 수 있게 만들어 바젤 기차역 부근에 세워졌다. 이후 제작된 모형도 전시장에 놓였다. 1992년 독일 뮌헨에 지어진 괴츠미술관은 HdM의 첫 미술관 프로젝트라 의미가 남다르다. 지하 2층의 탁 트인 전시공간은 천장을 통해 1층 로비와 이어지며 집중력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국내외 작가 13팀이 참가한 이번 개관전은 11월20일까지 열린다.

조상인 미술전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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