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반도체가 일으키는 자동차 전쟁

2021. 9. 28.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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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 전쟁에서 반도체 영향 절대적

 1952년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GM의 CEO인 '찰스 어윈 윌슨(Charles E. Wilson)'을 국방장관 후보로 선택했다. 찰스는 1차 대전 중 발전기 개발을 감독했던 전기 엔지니어 출신으로 전쟁 후에는 GM 산하 전기 기술기업인 레미 일렉트릭(Remy Electric)의 수석 엔지니어로 일을 했다. 그리고 1941년에는 GM의 사장이 됐고 2차 대전 때는 GM의 방위산업을 지휘하며 공로훈장을 받기도 했다. 이때의 인연으로 아이젠하워는 찰스를 국방의 적임자로 낙점했다.  
찰스 E. 윌슨. 출처:wikipedia

 하지만 GM의 CEO로 청문회에 참석했던 그에게 일부 의원은 보유한 GM 지분을 문제 삼으며 GM과 국방부의 이익이 충돌할 때 어떤 결정을 내릴 수 있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찰스는 "미국에 좋은 것이 GM에도 좋고 미국에 안 좋은 것은 GM에도 좋지 않다"는 답변을 내놨다. 한 마디로 GM과 국방부의 이해 충돌은 없고 오로지 공동 이익만 있을 것임을 시사한 셈이다. 

 훗날 찰스의 답변은 "GM에 좋은 것은 미국에도 좋다"는 말로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며 미국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았다. 그만큼 거대 기업 GM이 가진 미국 내 영향력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실제 지난 2009년 GM이 파산보호를 신청했을 때 일부 소비자단체는 GM이 곧 미국이라며 GM 제품 구매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여론 덕분에 GM은 미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까지 등에 업고 파산 1년 만에 흑자로 돌아서 다시 글로벌 최대 기업으로 우뚝 섰다.  

 여전히 '미국=GM'이라는 인식이 컸을까? GM이 반도체 걱정을 쏟아내자 이번에는 바이든 정부가 전방위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곧바로 한국의 삼성전자를 포함해 대만의 TSMC, 인텔, 마이크론 등의 반도체 기업과 GM, 포드, 스텔란티스, BMW, 다임러 등의 자동차기업 그리고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IT 기업을 대상으로 반도체 회의를 열었다. 표면적인 명분은 부족한 반도체가 일으킨 미국 내 주력 산업의 어려움을 해결해보겠다는 것이지만 이면에는 중국 견제와 GM 지원이라는 두 가지 속내가 숨겨져 있다. 

 먼저 중국 견제는 반도체 부족에 목 마른 중국이 웃돈을 주면서까지 반도체 사재기에 나섰다는 의심이다. 이 경우 반도체 기업은 당연히 비싸게 구매하는 곳을 우선하는 반면 미국 기업은 오히려 반도체를 구하기 더욱 어려워 미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게 "대체 어디에 얼마를 받고 파느냐"를 공개하라는 압박은 말 그대로 국가 이익 우선 차원이다. 

 하지만 진짜 속내는 미국과 GM의 이익 일치다. 바이든 정부는 취임 전부터 친환경차 판매에서 중국을 능가할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중국이 연간 120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할 때 미국은 60만대에 머무는 상황을 지목하며 임기 중 200만대 수준까지 끌어올려 미국을 세계 최대 친환경차 시장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그러자면 미국 현지에 공장을 둔 글로벌 완성차기업이 다양한 전기차를 폭포처럼 쏟아내야 하는데 반도체 부족으로 쏟아내기는커녕 생산조차 버거워하니 "그 많은 반도체는 다 어디로 갔나"를 정부 주도로 직접 파악하겠다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좌)과 메리 바라 GM 회장

 그리고 미국 완성차기업 중에서도 바이든 정부에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친 기업이 GM이다. 포드 및 스텔란티스와 달리 일찌감치 전기차에 매진해 온 GM은 반도체가 공장 가동을 수시로 멈추게 하자 정부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차 실현이 반도체 부족으로 어려워지는 만큼 대통령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라도 정부가 반도체 수급에 개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줄곧 나타냈다. 다시 말해 'GM에 좋으면 미국에도 좋다'는 속담을 은연 중에 내비쳤고 바이든 정부 또한 이를 받아들였다. 앞서 미국산 전기차 제조사에 노조가 있을 경우 추가 보조금을 주겠다는 방안도 결국 GM 노조의 입김이었으니 이번 사안 또한 GM의 정치적 전략인 셈이다. 

 한때 자동차 산업에서 경쟁은 무조건 많이 만들어 많이 파는 양적 기준이 지배했다. 덕분에 기업 간 M&A가 활발했고 연간 1,000만대 이상의 거대 기업이 출현했다. 그리고 막강한 생산능력을 토대로 친환경차를 겨냥했는데 이 과정에서 반도체가 발목을 잡고 있다. 많이 만들고 싶어도 못 만드는 상황으로 바뀌자 GM이 미국의 강력한 국력에 기대며 미국 기업이 저렴하게, 그리고 우선적으로 반도체를 받을 수 있도록 바이든 정부를 압박(?)하는 것은 여전히 미국에 좋은 것은 GM에도 좋다는 인식이 미국 사회를 지배하는 방증이 아닐까 한다. 자동차야말로 미국을 대표하는 산업이니 말이다. 그리고 이런 보호와 자국 우선 분위기에서 한국차는 어떤 대처를 해야할까? 대전환에 따른 고민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권용주(자동차 칼럼니스트, 국민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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