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부채 72조원 발전 공기업 6사, 신재생에 39조원 쏟아붓는다

안준호 기자 2021. 9. 28. 12:5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20년 8월 태양광 사업 공사중인 전북 장수군 천천면의 한 야산./김영근 기자

탈(脫)원전·탈석탄,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으로 70조원이 넘는 부채를 안고 있는 발전(發電) 공기업들이 2034년까지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 투자에 40조원에 달하는 금액을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석탄발전 상한제 등으로 재무상황이 악화일로에 있는 발전 공기업들이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따라 신재생 설비를 늘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한국전력 산하 한국수력원자력과 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 등 발전 공기업 6사가 국민의힘 권명호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들 공기업들은 9차 전력수급 기본계획(2020~2034년)에 따라 2034년까지 태양광·풍력·연료전지·바이오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에 총 39조3054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이들 발전 공기업 6사의 총 부채는 72조3124억원에 달한다.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상황에서도 수익성이 떨어져 회사 재무 개선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현 정부 들어 탈원전 정책의 직격탄을 맞아 80%에 달했던 원전 이용률이 지난 2018년 66%, 올 상반기 73.4%까지 하락한 한수원은 올 상반기 부채가 36조7000억원까지 불어났다. 한수원은 그러나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발맞춰 2034년까지 태양광에 4조6711억원, 풍력에 7조1734억원 등 총 13조1055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한수원이 현재 안고 있는 부채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을 신재생에너지 설비에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석탄발전량을 줄여오던 발전 5사도 2034년까지 신재생에너지 설비에 2조~7조여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들 발전사들은 국제 유연탄과 LNG(액화천연가스) 가격 상승으로 전력 생산비가 높아지는 바람에 이중고를 겪어 왔다. 한전에 따르면, 유연탄 가격은 지난 8월 ㎏당 158.93원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9월 111.1원 대비 43%(47.83원) 치솟았다. 그러나 전기요금은 지난 1분기 kWh(킬로와트시)당 3원 내렸다가 2·3분기엔 국제 유연탄과 LNG 가격 등이 급격히 치솟았는데도 물가안정을 이유로 동결됐다. 4분기 kWh당 3원을 인상하기로 했지만, 1분기 3원 내렸던 것을 원상회복하는 것에 불과해 한전의 전력 구입 부담은 여전하다. 전기요금을 연료비 상승분만큼 올리지 못하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발전 공기업들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최근 유연탄·LNG뿐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의무 구입 비용까지 급격히 늘고 있어 전기요금이 적정 수준까지 오르지 않으면, 한전의 적자 폭이 커져 한전은 발전 자회사들에서 사들이는 전력 구입비를 줄이기 위해 가격을 후려칠 것”이라며 “이 경우 발전 자회사들 역시 재무 구조가 악화돼 성장이나 고용 여력이 줄게 돼 전력 산업 생태계 전반이 어려워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이들 발전 공기업들은 앞다퉈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늘리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 올 상반기 기준 부채가 6조9248억원에 달하는 남부발전은 2034년까지 7조1937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6조8036억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 서부발전도 6조6087억원을, 동서발전(부채 5조1249억원)은 6조1561억원, 남동발전(부채 6조6014억원)은 3조8193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부채가 10조1592억원에 이르는 중부발전도 2조4221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한전도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변압기·변전소·송전선로 설치 등에 2034년까지 12조2925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자회사를 제외한 한전의 부채는 올 상반기 62조9500억원에 달한다.

익명을 요구한 에너지 전문가는 “지금 당장은 전기요금을 kWh당 3원밖에 올리지 않았지만, 발전사들의 수익성을 개선하기는커녕 악화시키는 신재생을 무리하게 늘리다간 결국 적자와 부채가 불어나게 돼 전기요금 인상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권명호 의원은 “생산원가를 낮춰 저렴하게 국민들에게 전기를 공급해야 하는 발전 공기업들이 재무 건전성이 급격히 악화하는 상황에서도 문재인 정부의 무리한 탈원전·탈석탄·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충성하듯 공조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의 아마추어 에너지 정책이 전기요금 인상을 가속화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