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 황동혁 감독 "정신적으로 힘들어 치아 6개 빠졌다, 시즌2는"[EN:인터뷰③]

이민지 2021. 9. 28.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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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이민지 기자]

(인터뷰②에 이어)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지난 9월 17일 첫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은 456억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오징어 게임'은 어린 시절 골목길에서, 학교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했던 다양한 추억의 게임을 잔혹한 어른들의 서바이벌로 옮겨왔다.

'도가니', '수상한 그녀', '남한산성'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은 '오징어 게임' 연출과 각본을 맡았다. 2009년 대본을 완성한 그는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넷플릭스에서 이 작품을 완성했다.

- 극중 성기훈(이정재 분)은 쌍용차 해고자를 연상시키는 인물로 나온다. 쌍용차 해고자로 설정한 이유가 있나 ▲ 드래곤 워터스라는 가상의 회사를 만들어 정리해고 되고 파업에 참여한 기훈의 이야기에 쌍용차 사건이 레퍼런스가 된 것은 많다. 뉴스를 많이 접한 기억이 있고 그 후에 많은 일들이 벌어진 것을 알고 있었다. 평범했던 기훈이란 사람의 인생이 어떻게 바닥까지 굴러가게 됐는가의 시초에 그 사건을 레퍼런스 삼아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다. 그걸 읽어주신 분들이 있는 것 같다. 잘 다니던 직장이 어느 날 도산할 수 있고 해고 위기에 몰릴 수 있다. 지금도 그런 곳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을 대표하는 인물로 그려보고 싶었다. 한명의 아티스트로서 그런 것을 레퍼런스 삼아 사회 문제를 몸에 지니고 있는 인물을 만드는 것까지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 최근 정치권까지 언급하면서 사회적으로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치 패러디도 나오고 있는데 창작자 입장에서 부담은 없나 ▲ 창작자가 작품을 세상에 내놓고 나면 그 작품은 창작자의 손을 떠난거다. 그 다음은 수용자의 세상이다. 내가 거기에 대해 코멘트를 남기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수용자들의 세상에서 다뤄지고 회자되는 문제이다.

- 456명이 참석해 456억원의 상금을 받는데 왜 456으로 설정했나 ▲ 숫자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떠돌더라. 처음 대본을 썼을 때는 1천명이었고 천만원씩 해서 100억이었다. 시간이 지나니까 100억이 작은 돈이 돼 상금을 올려야겠다 생각했다. 한국에서 가장 큰 로또 당첨액을 찾아봤는데 초창기 400억 정도더라. 그거보다 조금 더 큰 액수를 생각해 400억대를 생각했고 한명당 1억 정도의 몸값을 책정해 중간에 있는 기억하기 좋은 숫자를 선택했다

- 최후 승자, 세 명의 마지막 만찬 메뉴에 담긴 의미는? ▲ 식사가 양은 도시락으로 시작해 점점 열약해지고 나중엔 감자 하나까지 온다. 파이널리스트들에게 이들이 베푸는 마지막 은혜 느낌의 만찬을 생각했다. 옷도 연미복으로 갈아입히고. 최후의 만찬 느낌을 주고 싶었다.

- 출연자들이 지내는 공간 벽에 모든 게임이 스포돼 있었다는 것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가 됐다 ▲ 벽그림을 뭘로 할지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게임의 비밀을 숨겨놓자. 경쟁하면 서로만 쳐다보기 바빠 아무도 뒤나 벽을 쳐다보지 않고 모두가 죽고 텅 비면 이미 비밀이 숨겨져 있었구나 하는 전율을 주고 싶었다. 그걸 보고 협업했더라면 더 많은 사람이 승자가 될 수 있을텐데 그런 느낌을 주고 싶었다.

- 진행 요원들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네티즌들이 초반 딱지 게임에서 선택한 딱지 색깔에 따라 참가자와 진행요원의 운명이 갈리는거라는 해석을 하기도 했는데 ▲ 다양한 해석들을 해주시더라. 나보다 더 창의적인 해석도 해주신다. 모집책으로 나온 공유씨도 내 머릿 속에서는 진행요원을 거친 사람이다. 신임을 얻어서 밖에서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됐다. 기본적으로 빨간 딱지, 파란 딱지는 '빨간 휴지 줄까 파란 휴지 줄까'라는 심플한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 공유, 이병헌 등 특별출연 배우들의 캐스팅 비화는? ▲ 공유씨는 평소에 친하게 지낸다. 개인적인 자리에서 슬쩍 부탁했더니 바로 OK를 해줬다. 어떤 역을 시킬까 고민하다 딱지남이 떠올랐다. 이병헌 배우도 '남한산성' 이후 연락을 계속 주고 받다가 좋은 자리에서 기분 좋을 때 슬쩍 물어봤더니 '하죠' 해서 승낙을 받아냈다.

- 마지막에 이정재가 빨간 머리로 염색한 의도는? ▲ 사적으로도 많이 받는 질문이다. 설명이 어렵다. 이 작품을 쓰고 찍으면서 한동안 기훈으로 살았었다. 거의 다 찍어갈 무렵 그런 생각이 들었다. 기훈은 자기 자신을 다시 수습하고 정상으로 돌아가려 노력해야 하는데 과연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내가 기훈이라면 미용실에 앉아 어떤 생각을 했을까. 평소 기훈이라면 절대 안할 것 같은 짓을 할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전의 기훈과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미친 짓이 뭘까 했을 때 빨간머리가 생각났다. 내제 돼 있는 기훈의 분노가 있다고 생각했다.

- 황준호는 사망했나, 시즌2 계획은? ▲ 황준호 죽었는지는 비밀이다. '오징어 게임'을 하면서 너무 힘들었다. 다 쓰고 연출하는 과정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든 과정이라 당분간 이걸 할 수 없다는 말을 했었다. 근데 너무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안 한다고 하면 난리날 것 같기도 하다. 머릿 속에 떠오르는 그림 몇가지가 있긴 하다. 마무리 하는 과정에서 떠오른 영화가 있어서 그거 먼저 해야겠다 생각하고 있고 시즌2는 넷플릭스와 이야기를 해봐야겠지만 한다면 그 다음 단계 아닐까 한다. 시즌1 하면서 이가 6개가 빠졌다. 시즌2를 하게 된다면 혼자 할 수 있을까, 하게 된다면 틀니를 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서 걱정되긴 한다. (웃음)

- 어떤 부분이 가장 힘들었나 ▲ 십여년 전에도 그랬지만 이번에 만들면서도 모험이라 생각했다. 걸작 소리 안들으면 망작일거라고 했다. 콘셉트 자체가 실험적이라 '애들 게임을 목숨걸고 하는게 말이 되나, 사람들이 비웃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다. 쓰면서도 그랬고 찍으면서도 그랬다. 거기다 너무 긴 작업이라 계속 고민하고, 허점이 있진 않나 하면서 계속 대본 작업을 했다. 그러다 보니 매일 스트레스 지수가 차있었다.

- 만약 시즌2를 한다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나 ▲ 시즌2는 죄송하지만 노코멘트 하겠다. 더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 말씀드리기는 이른 것 같다. 여러가지 방향을 열려있게 마무리 해서 더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 다수의 한국 콘텐츠들이 해외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고, 외신에서도 할리우드를 위협할 정도라고 소개하고 있다. K콘텐츠만의 저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한국은 다이나믹한 나라다. 분단국가라는 점도 그렇고 분단과 전쟁 후 짧은 기간에 성장을 이뤄냈다. 역동적이고 그만큼 경쟁도 심하다. 그 경쟁이 어느 나라보다 한발 더 앞서 나갈 수 있는, 트랜드를 선동하는 동력을 계속 만드는 것 같다. 이 작은 나라에서 문화적으로 가장 앞서 나가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 넷플은 인기가 많은 것에 대한 추가 수익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쉬움은 없나 ▲ 아쉬움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겠죠(웃음) 알고 계약서에 사인했는데 아쉬워 하면 어쩌겠냐. 그냥 뜨거운 반응만으로도 창작자로서 너무 감사하다. 내 생전에 뭔가 만드는 사람으로서 이런 반응을 언제 얻겠나. 그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축복 받았다 생각한다.

- 만드는 과정이 힘들었다고 하지만 결국 좋은 결과를 냈다. '오징어 게임'이 어떤 의미로 남을 것 같나 ▲ 처음 해본 시리즈인데 말도 안되는 성공을 거뒀다. 평생의 훈장과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작품이 될 것 같다.부담이자 영광일 것 같다. 뭘 만들든 '오징어 게임'과 비교될거고 '오징어 게임' 크리에이터로 불릴 것 같다.

(사진=넷플릭스)

뉴스엔 이민지 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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