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 황동혁 감독 밝힌 각종 논란 "제작진 통장으로 456원씩 들어와"[EN:인터뷰②]

이민지 2021. 9. 28.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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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

[뉴스엔 이민지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지난 9월 17일 첫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은 456억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오징어 게임'은 어린 시절 골목길에서, 학교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했던 다양한 추억의 게임을 잔혹한 어른들의 서바이벌로 옮겨왔다.

'도가니', '수상한 그녀', '남한산성'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은 '오징어 게임' 연출과 각본을 맡았다. 2009년 대본을 완성한 그는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넷플릭스에서 이 작품을 완성했다.

- 장르의 유사성 때문인지 표절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오징어게임'의 독창성은 어디 있다 생각하나 ▲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차이점은 두가지이다. 게임보다는 사람이 보이는 작품이라는 것이다. 다른 게임장르는 게임이 어렵고 복잡하고 천재같은 주인공이 나와 이걸 풀어내면서 진행된다. '오징어게임' 게임들은 아이들 게임 중에서도 가장 단순한 것을 골랐다. 전세계 모두가 30초 안에 룰을 알 수 있어서 게임 파악에 시간이 안 걸리고 사람들의 감정에 집중할 수 있게 했다. 두번째는 다른 게임물이 한명의 영웅을 내세워 어려운 게임을 이겨내고 영웅이 되는데 '오징어 게임'은 루저들의 이야기다. 영웅도 천재적인 사람도 없다. 기훈(이정재 분)도 남의 도움을 통해 간신히 한단계씩 앞으로 나아간다. 그런 의미에서 다섯번째 징검다리 게임이 가장 상징적이라고 생각한다. 상우(박해수 분)와 기훈이 게임 후 대화를 나누는데 '다른 사람 덕이다'고 하고 '내가 죽도록 노력했다'고 한다. 상우는 자신이 승자고 자신의 능력으로 여기까지 왔다 생각하고 기훈은 패자들의 희생과 노력으로 끝까지 갔다고 이야기 한다. 그런 관점 차이가 보인다.

- 극중 놀이 구성은 어떻게 하게 됐나 ▲ 놀이 구성은 십몇년전에 한거라 정확히 기억이 안나는데 당시 첫 게임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로 시작해 대량 학살로 충격을 준다고 생각했다. 몇 백명이 하는 집단게임이라 기이하면서도 아름다운 그림이 나올 수 있는 게임이라 생각했다. 마지막 게임은 오징어 게임으로 결정해놨었다. 오징어 게임은 룰을 따르기 보다 도형 안에서 펼쳐지는 검투사들의 대결 같은 느낌이었다. 가장 격렬한 게임이라 주인공 둘이 마지막에 목숨을 걸고 하는 처절함을 생각했다.

- 부자가 서민을 갖고 노는 게임이라는 부분은 어디서 영감을 받았나 ▲ 부자가 가난한 사람을 가지고 노는 게임은 이런 장르에서의 클리셰 같은 것이다. 2008년 이 작품을 처음 구상할 때 만화에 빠져있었다.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라 만화가게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많은 만화를 봤다. 거기서 나오는 전제들이 어려운 사람들을 빚을 미끼로 가져와 게임에 참여 시키는 것이었다. 거기서 처음 영감을 떠올렸다.

- '오징어 게임'에 등장하는 게임 중 가장 애정을 갖고 있는 게임은 무엇인지 또 작품에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마지막까지 작품 속에 넣고 싶어 고민했던 다른 게임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 내가 생각하는 가장 상징적인 게임은 '징검다리 건너기'이다. 전통 게임은 아닌데 개천 건널 때 어떤 돌을 밟으면 흔들리거나 넘어지는데 거기서 착안했다. 이 게임은 앞 사람이 희생해 길을 터줘야 뒷 사람이 갈 수 있다. 승자들이 패자들의 시체 위에 서 있는 것이고 그 패자들을 기억해야 한다는 의미의 게임이다. 작품 주제와 가장 잘 맞닿아있다 생각한다. 초반 딱지치기에서 실뜨기도 생각했었다. 두 남자가 앉아서 실뜨기를 겨뤄도 웃기는 그림일 것 같았는데 보는 분들이 룰을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았다. 고무줄이나 공기놀이처럼 여자한테 유리한 게임을 넣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긴장감 면에서 어떨까 했고 설명도 힘들 것 같아서 가장 단순한 것을 선택하다 보니 뺀 게임들이 있다.

- 전화나 통장번호 등 극중 등장한 번호들이 드라마 인기 때문에 관심을 받아 논란이 되기도 했고 피해자도 나왔다 ▲ 전혀 예상을 못 했다. 없는 번호라고 해서 썼는데 안전한 번호라고 해서 썼는데 제작진이 010이 자동으로 걸리는걸 예측을 못 한 것 같다. 죄송하게 생각한다. 끝까지 체크 못한 부분에 대해 죄송하다. 제작진 쪽에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피해를 입은 분께 죄송하다. 통장 번호는 제작진 중 한명의 것이다. 그 친구 통장에 456원이 들어오고 있다고 하더라. 협의를 하고 쓴 번호인데 나중에 무슨 일이 생길 줄 몰라서 그 계좌를 정리하기로 했다.

- 일각에서는 한미녀가 육체를 재화로 삼는 설정, 보디프린팅 된 여성의 도구화 등 젠더감수성 부재를 문제로 지적하기도 했다 ▲ 한미녀가 몸을 재화로 삼는다기 보다 극한 상황에 몰린 사람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행동을 생각했다. 여성을 비하하거나 혐오하겠다는 것은 전혀 없고 인간이 최악의 상황에 몰렸을 때 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했다. VIP로 대변되는 권력자들이 사람을 어디까지 경시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기 위해 사람을 사물화 한 보디 프린팅을 선택했다. 모두 다 여성이 아니라 VIP별로 한명의 여자와 한명의 남자가 서 있다. 인간을 도구화 한 VIP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바디프린팅을 썼다. 7080 보편적인 기억을 쓴 것이지 남성을 초점에 두고 쓴 것은 아니다.

- 공개 초반 국내에서 나온 호불호 반응과 해외에서 쏟아지는 호평 사이의 온도 차이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나 ▲ 반응을 최대한 안 보고 있었는데 주변에서 불호 반응이 꽤 있다고 알려주더라. 남녀노소 세대를 구분하지 않고 인종을 구분하지 않고 전세계 사람들이 다 좋아할 법한 작품을 만들자는 야심으로 시작한 작품인데 불호 반응이 나온다고 해서 '역시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구나' 생각했다. 근데 뒤에 외국에서는 좋은 반응이 더 많이 나온다고 해서 의도가 먹히고 알아주는 분들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 연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신경 쓰신 부분은? ▲ 이 작품은 어떻게 보면 말도 안되는 이야기이다. 게임물이 잘못하게 되면 말도 안되는 이야기가 된다. 현실성도 없고. 그러면 소수의 마니아만 즐기는 이야기가 된다. 나는 이 작품을 현실적인 이야기처럼 만들고 싶었다. 판타지적인 요소와 리얼한 요소를 동시에 구현하는게 연출에 있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고 어려운 부분이었다.

- 세트와 의상 등 미술 구성은 어떻게 했나 ▲ 내가 한 작업 중 미술이 가장 어려웠다. 보통 작품은 현실을 레퍼러니스로 하는데 일남이 만든 섬 안의 게임장은 레퍼런스가 없는 공간이라 상상에 의지했다. 미술 회의를 몇 번 했는지 모를 정도로 많이 했다. 처음엔 인더스트리얼 세트를 생각했는데 너무 클리셰적이고 흔한 것 같았다. 일남이 아이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으로, 자기가 들어가서 놀려고 설계한 거니까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느낌으로 갔으면 좋겠다는 의견으로 모아졌다.

(인터뷰③에 계속)

뉴스엔 이민지 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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