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대장동 그 돈,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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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상도 의원의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퇴직금으로 50억 원을 받은 것은 잘못된 일이다.
판돈 3억5000만 원을 댄 민간업체가 4040억 원이나 되는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들인 이 기상천외한 사업은 토건·법조 카르텔이 중심이 된 '대장동 생태계'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이미 9년 전인 2012년 12월 24일 트위터에서 '대장동 등 공영개발로 1조 원대 수익을 올릴 것'이라고 예언한 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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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민 전임기자
곽상도 의원의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퇴직금으로 50억 원을 받은 것은 잘못된 일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대장동 사태의 본질이 바뀌는 건 아니다. 배춧잎 섞였다고 생태탕이 김칫국 되지는 않는다. 대장동 사태는 수익의 원천은 관(官)으로부터 나왔지만, 수익의 귀착은 극히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소수 민간업자에게 돌아간 특혜사업이다. 이게 본질이다. 그리고 그 돈이 어떤 경로를 거쳐 어디로, 누구에게 흘러갔는지를 규명하는 게 핵심 과제다.
판돈 3억5000만 원을 댄 민간업체가 4040억 원이나 되는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들인 이 기상천외한 사업은 토건·법조 카르텔이 중심이 된 ‘대장동 생태계’ 때문에 가능했다. 토건세력이 돈을 쓸어담는 동안, 대법관·특검·검사장 출신의 법조세력이 뒷배가 됐다. 직업윤리나 법의 정신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2015년에 개발 로비 사건으로 구속기소 됐던 남욱 변호사와 법률 대리인인 박영수 전 특검, 그리고 수사 책임자였던 강찬우 전 검사장이 후일 화천대유에서 ‘삼위일체’가 된 건 기괴하다. 과거에 한 사건을 놓고 각을 세웠던 판·검·변이 돈독(毒)이 잔뜩 올라 동지로 뭉친 ‘생쇼’를 보니 카를 마르크스의 말이 떠오른다. 역사는 반복된다, 한 번은 비극으로 한 번은 소극(笑劇)으로.
권순일 전 대법관은 지난해 7월 대법원이 이재명 경기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을 때 다수의견을 주도했다. 그는 2020년 9월 대법관 퇴임하고 고작 두 달 후 화천대유 고문으로 위촉돼 고액 연봉을 받았다. 박근혜를 잡아넣은 특검 박영수의 딸은 화천대유가 보유한 대장동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대한민국의 특정 직역이 이렇게까지 썩어 문드러진 것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이런 몰염치와 파렴치로 누구를 수사하고 누구를 재판하고 누구를 변호할까.
‘대장동 생태계’의 최정점에는 여당 1위 대권주자 이재명이 있다. 그는 당시 인허권자인 성남시장이었다. 이재명은 대장동 사업에 대해 ‘고위험, 고수익’ 원칙을 들이대며 특혜 의혹을 부인해 왔다. 하지만 이미 9년 전인 2012년 12월 24일 트위터에서 ‘대장동 등 공영개발로 1조 원대 수익을 올릴 것’이라고 예언한 일이 있다. 대장동 사업의 배당금과 개발·분양 이익을 합산하면 예언은 거의 맞아떨어졌다. 오래전부터 대장동 사업을 ‘고위험, 고수익’ 아닌 ‘노(no) 위험, 고수익’으로 인식했다는 증좌다.
남은 의혹은 돈의 최종적인 행방이다. 대장동 그 돈, 다 어디로 갔을까. 2018년 지방선거와 2020년 총선, 그리고 내년 대선을 앞두고 수상한 자금 흐름은 없었을까. 당장 압수수색과 계좌추적을 포함한 신속하고 투명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나 검·경에 이를 기대하기 어렵다. ‘대장동 특검’을 해야 할 이유다. 이재명은 중원의 개혁을 꿈꾸는 변방의 투사, 황야의 일필랑(一匹狼) 같은 정치역정을 걸었고, 이제 대선을 목전에 두고 있다. “1원이라도 받았다면 후보를 사퇴하겠다”는 자신의 결백 선언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또 ‘곽상도 의혹’과 ‘국민의힘 게이트’를 파헤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자청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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