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미의 현장에서] 숫자에 담기지 않는 엑시트 능력

2021. 9. 28.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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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PEF) 운용사에 인터뷰를 가면 가장 먼저 하게 되는 질문이 운용자산(AUM)과 내부수익률(IRR)이다.

AUM으로 운용사의 규모를 알 수 있고 IRR로 그간의 성과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PEF 운용사에게 당장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IRR가 중요할 수 있지만 엑시트 능력은 숫자에는 다 담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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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PEF) 운용사에 인터뷰를 가면 가장 먼저 하게 되는 질문이 운용자산(AUM)과 내부수익률(IRR)이다. AUM으로 운용사의 규모를 알 수 있고 IRR로 그간의 성과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누적 AUM이 커질수록 높은 IRR를 유지하기 어려워 보인다. 예기치 못했던 악성 매물이 전체 IRR에 영향을 끼친 탓이다. 일찌감치 PEF시장에 뛰어들어 중형을 넘어 대형 운용사로 성장한 하우스일수록 더욱 그렇다.

PEF 운용사는 투자에 앞서 검토를 거듭하고, 계약서에 겹겹이 안전장치를 넣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을 만나곤 한다. 기업 또한 사람이 경영하다 보니 다양한 리스크가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투자 후 정부 정책·규제 변화 등으로 사업이 순식간에 악화되기도 하고, 오너의 변심으로 계약이 이행되지 않는 경우도 있으며, 임직원 횡령이 드러나 기업공개(IPO) 계획이 연기되기도 한다. 각종 장치로 이를 예방하기엔 역부족인 게 사실이다.

그래서 PEF 운용사들은 이런 예상치 않은 변수에 적절히 대응해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성공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한 목소리로 강조한다. IRR이라는 숫자에 녹아들지 않은 위기극복 스토리가 진정한 실력이라는 평가다.

업력이 쌓인 PEF 운용사를 만날 때 소위 대박을 터뜨린 포트폴리오뿐 아니라 어려움을 극복하고 엑시트에 성공한 포트폴리오에 대한 설명에 열을 올리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전체 IRR로 보면 ‘아픈 손가락’이지만 말이다.

국내 주요 연기금, 공제회 등 투자의 큰손들이 대체투자 비중을 꾸준히 늘려나가면서 출자자(LP)의 운용사 선정경쟁 또한 더 치열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때 가장 중요한 평가 기준이 여전히 IRR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콘테스트에 참여한 PEF 운용사들을 보면 시장 성장기에 후발주자로 뛰어든 운용사들이 업력이 오래된 곳보다 IRR가 압도적으로 높다. 업력이 짧은 PEF 운용사는 투자 후 엑시트한 포트폴리오가 적은 탓이다.

이들의 높은 IRR도 물론 실력이다. 특히 최근 평균 투자기간보다 짧은 2~3년 만에 엑시트까지 완료하는 성과를 내는 신생 하우스들을 보면 더욱더 놀랍다. 하지만 이들도 언젠가는 악성 매물을 만날 수 있다.

결국 투자 후 예상 못한 위기를 만났을 때 어떻게 문제를 해결했는지가 PEF 운용사의 진정한 실력일 것이다. 20%를 훌쩍 넘는 화려한 성과는 아니더라도 투자 기업, 주주, LP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긴밀한 소통을 통해 큰 잡음 없이 엑시트를 성사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10년도 훌쩍 넘은 펀드가 아직 청산이 안 된 경우도 결국 적극적인 문제해결에 나서지 않은 사례에 불과하다. PEF 운용사에게 당장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IRR가 중요할 수 있지만 엑시트 능력은 숫자에는 다 담기지 않는다. 초대형 인수·합병(M&A)이 이어지며 PEF 운용사들의 지형도도 급변하고 있다. 이들을 바라볼 때 IRR 숫자 너머를 바라볼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할 때다.

miii0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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