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탓 아니다"..'보이스' 악랄한 지옥도로 감독이 말한 것(종합)[EN:인터뷰]

김노을 2021. 9. 28.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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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김노을 기자]

영화 '보이스'의 김선 감독이 간결하고 묵직한 메시지를 전했다.

영화 '보이스'를 연출한 김선 감독은 9월 28일 진행된 화상 인터뷰를 통해 촬영 비화를 비롯해 다채로운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김곡 감독은 개인 사정으로 자리하지 못했다.

국내 최초 보이스피싱을 소재로 한 '보이스'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덫에 걸려 모든 것을 잃게 된 한서준(변요한 분)이 빼앗긴 돈을 되찾기 위해 중국에 있는 본거지에 잠입, 보이스피싱 설계자 곽프로(김무열 분)를 만나며 벌어지는 리얼범죄액션 영화다. 지난 15일 개봉 이후 연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흥행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지만 누구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보이스피싱 범죄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파헤친 '보이스'. 여기에 CG와 스턴트 대역 없의 거의 모든 액션 연기를 소화한 변요한을 비롯해 김무열, 김희원, 이주영 등 배우들의 열연이 불꽃 튀듯 러닝타임 내내 스크린을 채운다.

'보이스'는 100만 관객 돌파를 목전에 뒀다. 김 감독은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에 대해 "정말 감사하고 더 많은 분들이 찾아주시면 좋겠다. 뿌듯하다. 코로나 시국에 한국영화를 여전히 찾아주는 분들이 계시다는 사실에 감사하다. 보이스피싱은 시의성도 있고 무거운 주제이기도 하지만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갖고 찾아주셔서 뿌듯한 마음이다. 100만 돌파도 예상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피싱 관련 범죄가 주요 소재로 처음 시도된 영화로도 화제를 모았다. 보이스 피싱이 사회 문제로 대두된 지는 오래됐지만 한 번쯤 꼭 파헤쳐보고 싶다는 마음에서였다. 김 감독은 "본격적으로 시나리오를 쓴 건 재작년이다. 보이스피싱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꽤 있었지만 작은 사건이나 에피소드 형태라 우리는 본격적으로 파헤치고 싶었다. 보이스피싱 적진에 들어가서 관객들이 온몸으로 느끼게 해보자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은 층위도 많고 점조직화 돼 있어서 한 집단이라고 볼 수는 없다. 넓게 군데군데 삶에 침투해 있으니 전부 보여주기엔 무리이지만 최대한 많이 보여주고자 했다. 핵심인 콜센터가 메인 공간이고 환치기상, 변작소 등 층위를 시나리오에 배치하며 주인공이 그것을 따라하게 만들었다. 현실을 최대한 고증하고 반영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간접 자료 말고 직접적인 사례도 넘쳐났다. 지옥도를 보여주고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이 목적 중 하나인 이유이다. 영화 속 대사에도 나오듯 속은 피해자 잘못이 아니라 악랄한 범죄자들이 나쁜 것이라는 위로도 건네고자 했다.

김 감독은 "영화를 준비하며 더 많은 분들을 만났는데 피해를 입은 분들이 의외로 굉장히 많더라. 악당 역으로 출연한 분도 보이스피싱을 당한 사례가 있고 친척 중에도 꽤 큰 액수를 피해입으셨더라.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책을 많이 한다. 당해보지 않으면 '그런 거짓말에 누가 속냐'고 질책할 수 있지만 속아본 사람들은 안 속을 수가 없단다. 범죄자들은 공포를 파고 들어 전화기를 못 놓게 세팅한다. 여러분의 잘못이 아니라 그들이 어마무시하게 치밀하고 악랄하기 때문이라는 말을 꼭 하고 싶다"고 전했다.

극 중 주인공 서준(변요하 분)이 몰래 침투한 보이스피싱 콜센터, 즉 본거지는 마치 경매장이나 증권가, 도박장처럼 느껴져 그 자체로 희열을 주는 동시에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경매장이나 도박장처럼 욕망이 날뛰는 뜨거운 열기가 보여지는 공간이기를 바랐다"는 김 감독은 "좋은 의미의 열기가 아니라 지옥불이다. 컨트롤 없이 욕망이 날뛰고 악마가 서식하는 지옥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들이 일관되게 말하는 건 죄책감이 없다는 거다. 돈을 뜯어먹는 데 일말의 죄책감이 없다는 것이 비대면 범죄인 보이스피싱의 특징 같다. 칼로 찌르는 것 이상의 고통을 주는데도 불구하고 죄책감이 없다니 더 악랄하지 않나. 들어본 사례 중에는 범죄자가 피해자에게 다시 전화 걸어서 조롱하는 말을 했다고 한다. 어떻게 그럴 수 있나"고 참담한 심정을 내비쳤다.

보이스피싱 피해자이자 전직 형사 서준을 연기한 변요한, 악의 무리 수장인 곽프로를 맡은 김무열, 천본부장 역의 박명훈, 깡칠 역을 소화한 이주영 등 배우들에게도 각별한 마음을 전했다.

김 감독은 변요한을 서준 역에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눈여겨 보고 있었다. 방송, 영화 등 종횡무진 아닌가. 물론 연기를 잘하지만 영화를 선정하는 데 있어서 모험심이 있다고 생각했다. 좋은 영화면 달려들어서 멋지게 해내는 모습이 보였다. 주인공 서준이 액션도 많고 절박함을 가진 역할이라 기존에 못 본 터프한 변요한의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밝혔다.

액션을 99% 직접 소화한 변요한의 맨주먹 액션도 상당히 화려하다. 기술적 화려함이 아닌, 처절함이 묻어나는 그의 주먹질에는 보이스피싱 범죄를 당한 피해자들이 느낄 분노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김 감독은 "액션도 무술보다 맨주먹, 개싸움, 진흙탕 싸움을 원했는데 그러한 콘셉트가 변요한과 잘 합의가 됐다. 사실 스턴트를 써도 되는 부분인데 하나라도 더 자기가 직접 하려고 하더라. 영화를 마치고 나니 액션 대역을 쓴 장면이 손에 꼽을 정도라 99%는 변요한이 소화했다고 보시면 된다. 저도 놀라고 스태프도 다 놀랐다. 변요한이 피해자의 아픔과 분노에 공감하고 서준을 잘 이해한 덕이다"고 말했다.

김무열은 매력적인 빌런 곽프로를 열연했다. 김무열에 대해 "역할마다 카멜레온처럼 변하는 배우"라고 표현한 김 감독은 "젠틀한 외모에서 악의 기운이 나오면 영화가 더 풍성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만났을 때 김무열도 곽프로 캐릭터를 굉장히 궁금해했다. 캐릭터 전사를 구축하며 전사에 대해서도 많이 나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작전' 이야기가 나왔다. 재미있는 작업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모든 배우들이 잘 해주셔서 모든 장면이 마음에 든다. 원진아가 등장하는 장면은 초반에 찍었는데 굉장히 걱정이 컸다. 피해자의 마음이 잘 표현돼야 하기 때문이다. 원진아가 진정성 있게 잘 해줘서 정말 마음에 든다. 박명훈도 묵직한 인물로 콜센터의 철옹성 느낌을 온몸으로 뿜어줬다. 촬영장에서 마음으로 박수를 치고 쾌감을 느꼈다. 박명훈의 강렬한 눈빛이 콜센터 분위기를 한 번에 보여주니 저절로 쾌감이 생기더라. 이주영은 캐릭터 고민을 한방에 날리게 해줬다. 똑똑한데 말괄량이, 동시에 의리도 있는 복잡한 인물이다. 이주영이 오면서 모든 게 해결됐다"고 출연한 배우들을 향한 애정을 표했다.

(사진=CJ ENM)

뉴스엔 김노을 wiw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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