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가 아니라 아저씨네', 다저스 '배트 보이'의 모든 것

이사부 2021. 9. 28.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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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다저스 경기 중 감독과 같은 레벨(?)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배트 보이.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OSEN=LA, 이사부 통신원] '어, 보이(boy)가 아닌데. 완전히 청년인 걸.'

LA 다저스의 덕아웃에서 온갖 잔일을 다하는 배트 보이(bat boy). 이름만으로는 소년들이 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은 그들도 엄연한 직업인이다. LA 타임스가 28일(한국시간) 다저스에서 일하는 배트 보이의 모든 것에 대해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배트 보이가 배트만 줍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다저스타디움 내 홈팀과 원정팀 클럽하우스에서 선수들의 뒷바라지를 담당하는 모든 직원(클러비·clubbie) 중 가장 막내들이 번갈아 가며 배트 보이를 한다. 왜냐하면 가장 월급이 적고 일이 많기 때문이다. 정확한 액수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LA의 최저 임금보다 조금 더 받는다고 한다. LA의 최저 임금은 현재 많이 올라서 시간 당 14달러(약 1만6500원). 월급이 더 많은 클러비가 되기 위해선 배트 보이를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셈이다.

덕아웃에서 경기를 직접 볼 수 있는 특권이 있긴 하지만 경기를 즐길 틈은 없다. 해야 하는 일은 많기 때문이다.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이 훈련을 하기 전 덕아웃에 기본적인 세팅을 한다. 수건과 음료수, 간식 거리 등을 챙겨 놓는다. 그리고 타격 훈련 중에는 외야의 다른 선수들이 잡은 공들을 모아 배팅 볼 투수에게 전해주는 일을 한다. 그리고 경기 시작 직전 대기 타석에 파인 타르와 배트 웨이트 등 준비물을 챙겨놓는다.

경기가 시작되면 운동장으로 통하는 덕아웃 계단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우리가 알고 있는 일들을 한다. 선수가 배트를 던지고 출루하면 나가서 배트를 집어오고, 혹시 배트가 부러지면 조각들까지 다 챙긴다. 그리고 루상에 나간 선수들의 각종 보호대를 뛰어가서 받아와야 하고 주심이 가지고 있는 공이 떨어지기 전에 재빠르게 가져다 줘야 한다. 한 경기에 보통 150개 정도의 공을 가져다 준다. 또 덕아웃 인근에 떨어지는 파울 볼을 챙겨야 하고, 피칭할 때 바닥에 튀긴 공을 포수가 던져주면 챙겨서 바구니에 넣어야 한다.

이뿐 아니다. 투수가 교체될 때마다 바쁘다. 그는 감독이 투수 교체를 위해 마운드로 향하면 다른 코치로부터 새로운 투수에 맞는 수비 위치가 쓰여진 카드를 받아 마운드 주변으로 달려 나가서 모인 내야수들에게 전달한다. 또 외야로 전력질주를 해 역시 새 카드를 외야수들에게 전달하고 있던 카드를 받아온다. 혹시 잘못 전달이라도 되면 타석이 바뀔 때 있는 힘껏 뛰어가 교체해줘야 한다. 경기가 끝나고 선수들이 클럽하우스로 들어가면 덕아웃과 경기장에 남은 것들은 모두 챙겨야 한다. 그리고 선수들이 모두 퇴근하면 그제부터 클럽하우스를 다른 클러비들과 함께 치우고 다음 경기서 선수들이 입을 저지와 용품들을 그들의 라커에 가져다 놓는다.

다저스의 경우 8명의 클러비 중 연차가 짧은 3명이 돌아가면서 배트 보이를 맡는다. 경기 중 2명은 덕아웃에서 일하고 한 명은 클럽하우스에서 다른 클러비들과 일한다. 선수들의 저지를 빨고, 클리트(야구화)를 닦는 등 모든 잡일들을 한다. 경기마다 순번대로 임무가 돌아가는 것도 아니다. 만약 다저스가 이기면 그 다음 경기에는 무조건 이긴 경기 때 덕아웃에서 일했던 배트 보이가 그대로 일을 한다. 징크스 때문이다.

[사진] 경기 중 투수 교체 때 내야수들에게 카드를 교체해주고 있는 배트 보이(오른쪽에서 두번째).ⓒ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현재 다저스에서 일하는 클러비 중 막내는 올해로 25세인 브랜든 밴달이다. 다저스 게임을 보면 거의 모든 경기에서 그가 배트 보이로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콧수염과 턱수염을 기른 배트 보이. 그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학사 학위 소유자다. 그는 2015년부터 배트 보이를 시작했고 일하면서 공부를 했다.

배트 보이나 클러비로 일하는 것은 판검사가 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기존의 클러비가 그만 둬 공백이 생겨야 새 직원을 뽑는데 웬만해서는 그만두지 않기 때문이다. 다저스에는 모두 8명의 클러비와 배트보이가 일한다. 가장 고참은 지난 42년 동안 다저스스타디움으로 출근했다. 1979년부터 원정팀 클럽하우스에서 25년을 일하다 지금은 심판실 라커룸을 담당하고 있다. 현재 원정팀 담당 클러비는 32년째 일하고 있다. 현재 다저스 클럽하우스 매니저 알렉스 토레스는 1996년 배트 보이를 시작해 25년째다.

옆집에 살던 친구가 다저스 배트 보이여서 그의 소개로 클러비 일을 시작한 토레스는 자신이 뽑은 사람은 밴달이 유일하다면서 이 일은 한 번 시작하면 굉장히 오래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뽑을 일이 없다고 했다.

기본 월급은 많지 않지만 클러비들이 웬만한 선수나 코치보다 더 오래 한 팀에서 일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월급은 적더라도 선수나 코치로부터 받는 팁이 상당하다. 원정팀 클럽하우스의 경우 한 팀이 와서 3일 경기를 하고 가면 선수와 코치 등이 각자 팁을 놓고 간다. 액수는 모두 다르지만 연봉이 많은 선수들이기 때문에 팁 액수가 상당하다. 추신수가 메이저리그에 뛰던 시절에는 한번 원정갈 때마다 몇백 달러를 팁을 놓는다고 했었다. 많이 벌수록 팁을 후하게 줘야 욕을 먹지 않기 때문이다.

배트 보이에게는 보이지 않는 많은 특권이 있다. 물론 즐길 수는 없지만 경기를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고, 엄청난 스타들과 다른 팬들은 한 번 들어가 보기도 힘든 덕아웃에서 스스럼없이 지낼 수 있다는 것도 큰 메리트다.  게다가 요즘에는 자신의 이름과 등번호가 적힌 선수들과 똑같은 저지를 입을 수 있고, 이제는 얼굴도 많이 알려져 관중들로부터 많은 박수를 받기도 한다. 

또 요즘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원정을 갈 때 선수들과 동행한다. 선수들이 다른 팀 관계자들과 부딪히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다. 비록 잡일을 하는 클러비들이지만 출장을 갈 때에는 선수들과 같은 고급 호텔을 이용하며 똑같이 식사비를 받는다. 그리고 결정적인 것은 클러비와 배트 보이도 작년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우승를 받았다는 점이다.

그리고 대학까지 나온 청년이 클럽하우스에 유니폼 빨고, 운동화 닦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 이유는 또 하나가 더 있다. 클럽하우스에서 벗어나 야구단에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LA 에인절스의 단장인 페리 미내시안은 바로 배트 보이 출신이다.  /lsbo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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