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보훈단체와 수의계약 폐지 추진..상이군경·가족·직원까지 생계위협 받아"

정충신 기자 2021. 9. 28.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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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부산 북구 덕천동 GNT부산의용촌 복지공장에서 김명규(가운데) 부사장이 생산된 전투복을 살펴보며 직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GNT부산의용촌 제공

■ GNT부산의용촌 복지공장 르포

40년 넘게 전투복 등 납품해와

“자체 생산으로 하자 발생 적어

폐지해도 우선구매 적용해야”

27일 부산 북구 덕천동에 위치한 GNT부산의용촌 복지공장에서는 전투복을 만드는 미싱 기계가 직원들의 손길에 끊임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김명규(60) 부사장은 제품을 살펴보며 직원들에게 고칠 점을 지적하고 격려했다. 김 부사장은 40년 넘게 전투복 등을 수의계약으로 납품해왔지만, 하자나 납기 지연이 없었다는 점을 자부심으로 삼아왔다. 하지만 국방부가 보훈단체와 맺은 수의계약을 내년부터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상이군경 및 가족, 250여 명 직원 등의 생계 걱정에 잠을 못 이룰 때가 잦아졌다.

GNT부산의용촌은 6·25전쟁 직후 1급 중상이군경 63세대가 자활과 자립을 목적으로 복지공장을 운영 중인 보훈단체다. 현재 상이군경 대부분이 작고해 그 부인들과 일부 상이군경 등 36명이 주주로 있다. GNT부산의용촌 지난해 매출액은 약 250억 원이며 이 중 군납 수의계약 규모가 60% 이상인 160억 원 정도다. 수의계약을 통해 전투복과 방상외피(야전 점퍼), 운동복 등을 군에 납품하고 있다.

GNT부산의용촌과 같은 보훈단체는 정부 계약 시 수의계약을 허용한 ‘국가계약법’(7조 1항), 수의계약 단체로 보훈단체를 규정한 ‘국가계약법 시행령’(4조 1항)에 따라 수의계약권을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국방부 ‘장병생활 여건 개선 전담팀’이 급식 개선을 위해 ‘식자재 조달 경쟁시스템’ 도입과 함께 피복 등에 대한 수의계약 폐지를 추진하면서 보훈단체들은 위기에 몰렸다.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GNT부산의용촌과 평화·대방·화랑·무궁화·전우 용사촌 등 7개 자활용사촌 매출액(피복·급식류)은 지난해 668억 원, 상이군경회 매출액(김치)은 42억 원, 고엽제전우회 매출액(전투복)은 39억 원 등 보훈단체 수의계약 매출액은 총 749억 원이다. 이 중 급식비는 146억 원으로 국방부 급식비 전체 예산(1조4487억 원)의 1%, 피복비는 603억 원으로 전체 피복 예산(3627억 원)의 17%다.

김 부사장은 “수의계약을 하는 보훈단체 복지공장들은 직접 생산을 하기 때문에 자체 제조라인을 갖춰 하자 등 품질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하청업체를 사용하는 일부 경쟁계약업체보다 작다”며 “국방부가 대책 없이 수의계약을 폐지하면 우리 공장은 곧바로 폐쇄돼 상이군경과 가족들은 물론 직원들의 생계가 위협받게 된다”고 호소했다.

보훈단체들은 또 급식류 납품에 문제가 없는데도 국방부가 수의계약을 폐지하려 한다며 우려를 표시 중이다. 보훈처 관계자는 “보훈단체서 생산하는 조미김, 햄슬라이스, 치킨너겟, 김치 등은 품질 문제도 없고 장병들 선호도가 높아 장병생활 여건 개선과는 관련이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국방부 수의계약 폐지 추진이 보훈단체를 지원하기 위해 수의계약을 인정한 ‘국가계약법’과 ‘국가계약법 시행령’을 무시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가유공자 등 단체 설립에 관한 법률’(17조)도 보훈단체에 대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공공단체와 수의계약할 수 있도록 법령에 규정하고 있다. 상이군경회 등 국가유공상이자 3개 단체는 지난 14일 성명을 통해 “국방부의 급식·피복류 수의계약 폐지는 법적 근거가 없는 조치로 국가유공자와 유족의 생존을 위협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보훈처도 국방부의 수의계약 폐지가 법률에 위배되는 조치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보훈처 관계자는 “대책 없는 수의계약 폐지는 국가를 믿고 공장을 운영하며 제품을 생산해온 보훈단체의 신뢰를 저버리는 것은 물론 상이군경 자활 지원 원칙을 규정한 법률과 시행령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수의계약 축소나 폐지가 불가피할 경우 사전에 국방부 훈령 개정 등을 통해 보훈단체에 대한 우선구매제도 적용과 국방부 조달사업 입찰 시 가산점 도입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정충신 선임기자 csju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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