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 김선 감독 "100만 돌파 예상, 악마 날뛰는 지옥도 그렸다"[EN:인터뷰①]

김노을 2021. 9. 28.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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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김노을 기자]

영화 '보이스'를 연출한 김선 감독이 100만 관객 돌파를 앞두고 촬영 비화를 밝혔다.

영화 '보이스'를 연출한 김선 감독은 9월 28일 진행된 화상 인터뷰를 통해 다채로운 이야기를 나눴다. 김곡 감독은 개인 사정상 자리하지 못했다.

국내 최초 보이스피싱을 소재로 한 '보이스'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덫에 걸려 모든 것을 잃게 된 한서준(변요한 분)이 빼앗긴 돈을 되찾기 위해 중국에 있는 본거지에 잠입, 보이스피싱 설계자 곽프로(김무열 분)를 만나며 벌어지는 리얼범죄액션 영화다. 지난 15일 개봉 이후 연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흥행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지만 누구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보이스피싱 범죄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파헤친 '보이스'. 여기에 CG와 스턴트 대역 없의 거의 모든 액션 연기를 소화한 변요한을 비롯해 김무열, 김희원, 이주영 등 배우들의 열연이 불꽃 튀듯 러닝타임 내내 스크린을 채운다.

'보이스'는 100만 관객 돌파를 목전에 뒀다. 김 감독은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에 대해 "정말 감사하고 더 많은 분들이 찾아주시면 좋겠다. 뿌듯하다. 코로나 시국에 한국영화를 여전히 찾아주는 분들이 계시다는 사실에 감사하다. 보이스피싱은 시의성도 있고 무거운 주제이기도 하지만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갖고 찾아주셔서 뿌듯한 마음이다. 100만 돌파도 예상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피싱 관련 범죄가 주요 소재로 처음 시도된 영화로도 화제를 모았다. 보이스 피싱이 사회 문제로 대두된 지는 오래됐지만 한 번쯤 꼭 파헤쳐보고 싶다는 마음에서였다. 김 감독은 "본격적으로 시나리오를 쓴 건 재작년이다. 보이스피싱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꽤 있었지만 작은 사건이나 에피소드 형태라 우리는 본격적으로 파헤치고 싶었다. 보이스피싱 적진에 들어가서 관객들이 온몸으로 느끼게 해보자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은 층위도 많고 점조직화 돼 있어서 한 집단이라고 볼 수는 없다. 넓게 군데군데 삶에 침투해 있으니 전부 보여주기엔 무리이지만 최대한 많이 보여주고자 했다. 핵심인 콜센터가 메인 공간이고 환치기상, 변작소 등 층위를 시나리오에 배치하며 주인공이 그것을 따라하게 만들었다. 현실을 최대한 고증하고 반영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나날이 악랄하고 치밀해지는 피싱 범죄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휴대전화에 '가로치기 앱'까지 깔아봤다는 김 감독은 "내가 어디에 전화를 걸어도 악성 앱을 깐 주체에게 전화가 걸린다. 금감원이든 어디든 전화를 걸어도 그들에게 전화가 걸리는데 그걸 실제 두 눈으로 보니 황당하더라. 숫자로만 보이스피싱을 듣다가 악성앱의 위용을 보며 깜짝 놀랐다"고 털어놨다.

또 "시나리오 처음 나왔을 때는 기사들을 통해서만 썼고 얼추 완성됐을 때 금감원, 사이버수사팀, 화이트해커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정교한 부분을 글에 녹였다. 꽤 오래 지속됐다.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계속 시나리오가 버전업 됐다"고 전했다.

물론 간접 자료 말고 직접적인 사례도 넘쳐났다. 지옥도를 보여주고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이 목적 중 하나인 이유이다. 영화 속 대사에도 나오듯 속은 피해자 잘못이 아니라 악랄한 범죄자들이 나쁜 것이라는 위로도 건네고자 했다.

김 감독은 "영화를 준비하며 더 많은 분들을 만났는데 피해를 입은 분들이 의외로 굉장히 많더라. 악당 역으로 출연한 분도 보이스피싱을 당한 사례가 있고 친척 중에도 꽤 큰 액수를 피해입으셨더라.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책을 많이 한다. 당해보지 않으면 '그런 거짓말에 누가 속냐'고 질책할 수 있지만 속아본 사람들은 안 속을 수가 없단다. 범죄자들은 공포를 파고 들어 전화기를 못 놓게 세팅한다. 여러분의 잘못이 아니라 그들이 어마무시하게 치밀하고 악랄하기 때문이라는 말을 꼭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극 중 주인공 서준(변요하 분)이 몰래 침투한 보이스피싱 콜센터, 즉 본거지는 마치 경매장이나 증권가, 도박장처럼 느껴져 그 자체로 희열을 주는 동시에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경매장이나 도박장처럼 욕망이 날뛰는 뜨거운 열기가 보여지는 공간이기를 바랐다"는 김 감독은 "좋은 의미의 열기가 아니라 지옥불이다. 컨트롤 없이 욕망이 날뛰고 악마가 서식하는 지옥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들이 일관되게 말하는 건 죄책감이 없다는 거다. 돈을 뜯어먹는 데 일말의 죄책감이 없다는 것이 비대면 범죄인 보이스피싱의 특징 같다. 칼로 찌르는 것 이상의 고통을 주는데도 불구하고 죄책감이 없다니 더 악랄하지 않나. 들어본 사례 중에는 범죄자가 피해자에게 다시 전화 걸어서 조롱하는 말을 했다고 한다. 어떻게 그럴 수 있나"고 참담한 심정을 내비쳤다.

'보이스'를 함께 연출한 김선, 김곡 감독은 비타협영화집단 '곡사'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졌다. 주류에 편승하지 않고 과감한 연출로 문제의식을 드러내온 쌍둥이 감독은 이번에도 역시나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경각심을 깨웠다.

"범죄에 대한 영화이지만 범죄에 맞서는 영화가 되기를 원했다"는 김선 감독은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작품, 사회에 긍정적인 보탬이 되는 영화로 남기를 바란다. 피해자들에게는 작은 위로라도 되면 좋겠다. 액션영화의 장르적 쾌감도 드리고 싶다. 의미있는 영화이기 바란다. 비타협영화집단은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는 사회에 관심이 많고 해부하는 데 늘 관심이 있다. '보이스'가 가장 그 수식어에 어울리는 영화 아닐까 싶다"고 전했다.

(사진=CJ ENM)

뉴스엔 김노을 wiw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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