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었다가 늘어났다가..뱀처럼 신축성 있는 배터리 개발
[경향신문]
국내 연구진이 뱀처럼 부드럽게 휘고, 늘어났다 줄어들기도 하는 유연한 형태의 배터리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사람의 몸에 착 감기는 착용형 전자기기나 재난 현장의 잔해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는 구조용 로봇 등에 활용될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했다.
한국기계연구원 장봉균 선임연구원과 현승민 책임연구원이 이끄는 연구팀은 뱀의 비늘 구조를 모사해 안전성과 유연성을 모두 갖춘 신축성 있는 배터리 구조를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소프트 로보틱스’ 최신호에 게재됐다.
뱀의 비늘 하나하나는 매우 단단하다. 그런데도 뱀은 땅 위를 자유자재로 기어다닌다. 작은 비늘들이 서로 조금씩 겹쳐 있는 구조로 몸을 덮고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이 구조는 중세 시대의 군인들이 편하게 몸을 움직이면서도 적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방어하기 위해 착용한 갑옷과 비슷하다.
연구진은 이런 뱀 비늘의 전체적인 형상을 기계적으로 구현했다. 여러 개의 작고 단단한 배터리를 뱀의 비늘처럼 연결한 것이다. 비늘 한 조각에 해당하는 육각형의 작은 배터리 셀을 제작한 뒤 이를 폴리머와 구리로 만든 연결부에 붙여 경첩처럼 접었다 펼 수 있게 만들었다. 기존 전자기기는 본체와 배터리가 덩어리 형태로 단단하게 결합해 있는데, 이런 구조를 깨뜨린 것이다. 연구진은 이번 기술이 인체의 피부나 옷에 붙이는 형태의 로봇, 재난 현장의 잔해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매몰된 사람을 찾는 구조용 로봇 등에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공급할 것으로 기대했다. 연구진은 “향후 에너지 저장 용량을 늘리고, 관련 로봇 개발에도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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