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아픈 김기동 감독, 그에게 주어진 세 가지 선택지

김태석 기자 2021. 9. 28.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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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김기동 포항 스틸러스 감독은 요즘 머리가 아프다. 최후방에서 팀을 수호해야 할 골키퍼 문제 때문이다. 주전 골키퍼 강현무의 부상 이후 그의 공백을 뼈저리게 절감하고 있다. 시즌을 치르다 보면 한번쯤은 경험할 수 있는 악재긴 하나, 하필 순위가 결정되는 시기에 이런 일이 빚어져 손해가 막심하다.

전북 현대를 원정에서 1-0으로 잡으며 기세를 드높였던 포항이지만, 이후 하나원큐 K리그1 2021 세 경기에서 모조리 패배를 당하며 고꾸라졌다. 이중 두 경기를 발목에 피로 누적 부상 상태인 강현무 대신 조성훈을 내보냈는데, 연거푸 패하는 등 그 결과가 매우 좋지 못했다. 이때문에 포항은 그룹 A가 아닌 B 순위인 7위까지 밀려버렸다. 남은 세 차례 K리그1 정규리그 경기에선 결과에 집착하지 않으면 1차 목표인 그룹 A 진출에 실패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골키퍼를 누굴 내세워야 할지 고민을 거듭할수밖에 없다. 하지만 고민한다고 해도 선택지가 뻔해 더 갑갑하다. 김 감독에게는 세 가지 선택지가 주어져 있다. 어느 것도 쉽게 선택하기 힘들다.

① 강현무의 대안 조성훈을 계속 신뢰하기

김 감독은 지난 제주 유나이티드전에서 2-4로 패한 후 조성훈의 경기력을 두고 비판하기를 꺼려했다. 아직 어린 선수인데다 잠재성이 충분한 문지기인 만큼 데뷔가 혹독하다고 해서 다그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 감독의 기대처럼 모질긴 해도 이런 경험을 흡수해 향후 더 좋은 골키퍼가 될 가능성은 여전히 충분하다. 강현무가 제 컨디션이 아닌 상태에서 조성훈의 기마저 꺾는 건 자충수다. 게다가 조성훈의 뒤를 받치는 골키퍼는 이준. 이준 역시 K리그1 출전이 단 한 경기도 없는 루키다. 바꾼다고 해서 큰 효과를 장담하기 힘들다.

문제는 조성훈의 멘털이다. 조성훈은 지난 울산전서 1-2로 패할 당시 실수로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고, 제주전에서도 그 여파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선수 처지에서는 최선을 다하고는 있지만, 현재 선수 상태와 흐름이 매우 좋지 못하다. 믿고 밀고 나가기엔 다음 경기에서는 잘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가지기가 쉽지 않다.

② 백업 대기 중인 이준에게 기회주기

이준 역시 잠재성만큼은 충분하다고 평가받는 젊은 수문장이다. 2017 FIFA U-20 월드컵 당시 송범근과 주전 경쟁을 했던 선수이며, U-23대표팀에서도 한 경기 출전 경험이 있다. 2019시즌 포항에 입단한 후, 붙박이인 강현무에게 밀려 단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하는 설움을 맛보긴 했지만 본디 지닌 실력은 또래 레벨에서는 톱 클래스로 평가받는다.

문제는 경험이다. 지난 두 경기에서 골문을 지켰던 조성훈의 경기력이 크게 흔들린 건 결국 경험 문제였다. 잠재성과 가진 재능이 아무리 출중하다고 한들, 프로 레벨의 경기력은 어린 골키퍼가 쉽게 감당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문제는 이준에게도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성훈이 흔들린 상황에서 이준까지 같은 상태에 빠지면 향후 경기에서 승부하는 게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이러한 부담은 이준뿐만 아니라 4번 골키퍼인 노지훈에게도 적용되는 사안이다.

③ 부상 중인 강현무에게 의지하기

현재 강현무는 발목에 피로가 누적된 상태다. 부러지거나 타박인 상태는 아니지만, 통증이 있다. 때문에 강현무를 서울로 보내 보다 정확한 검진을 하고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포항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강현무의 몸 상태가 출전하기에는 많이 좋지 못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통증을 감수한다면 아예 못 뛸 수준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적어도 그룹 A 혹은 B행이 결정되는 남은 세 경기에서 무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00%는 아니라 할지라도 포항 처지에서는 강현무가 어려움을 감수해준다면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는 김 감독의 지도 철학과는 전혀 맞지 않는 결정이라는 점이다. 때문에 설령 강현무가 아픔을 참고 뛴다고 자원하더라도 김 감독이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다. 선수 생명을 갉아먹는 결정임을 김 감독 스스로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진퇴양난, 김 감독은 과연 어떤 선택을 내릴까? 확실한 건 어떤 선택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글·사진=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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