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의 보험 인사이트]선취수수료의 늪②
다수의 설계사가 선취 수수료의 늪에 빠진 이유는 당장 돈이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종신보험이나 암보험 등 장기인(人)보험을 판매하기 위해 집중한다. 하지만 매달 장기보험을 팔기에는 모집 시장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가구 당 보험 가입률이 98% 이상이며, 인구도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저출산도 문제지만 보험 계약은 인수 연령 제한이 있어 고령자의 급격한 증가가 시작되면 유효 피보험자의 수가 급감한다. 따라서 다음 달 수수료 매출을 위해 매달 장기보험을 꾸준하게 판매하는 것이 불가능해 보인다. 이 때문에 다수의 신인 설계사가 1년을 견디지 못하고 소속을 변경하거나 일을 그만두는 현상이 관찰된다.
인생을 살면서 소비하는 재화 중 가장 비싼 세 가지는 주택과 자동차 그리고 보험이다. 모두 일시납으로 구매하기에는 부담스러워 할부로 구입할 정도로 비싸다. 투자 목적이 아니라면 주택을 2~3년 마다 구입하거나 매년 이전 집을 팔고 새로 구입해 이사를 다니는 사람은 드물다. 동일하게 자동차도 5년 정도를 타야 기존 차를 중고로 팔고 신차 구입을 고려한다. 차를 오래 타는 사람은 10년 이상 한 자동차를 운전하는 경우도 흔하다. 장기보험도 이와 유사하다. 월납 10만원, 20년납 계약을 체결하면 총 납입보험료는 2400만원이다. 월납 보험료가 높아지면 총 납입보험료는 더 높다. 이런 비싼 계약을 2년 혹은 3년 마다 체결하는 것은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 다수의 관리자는 매달 1일이 돌아오면 당월 마감을 강조하며, 장기 신계약 체결을 강요한다. 주변 지인이 아무리 넉넉하더라도 이런 구조에서는 1년을 넘기기 어렵다. 이 때문에 최초 모집자를 상실한 고아계약, 계약 체결에만 집중하여 발생한 상품설명 부실 등 대면채널의 고질적 문제가 발생한다. 물론 이런 일의 모든 책임이 관리자에게 있는 것은 아니다. 보험사 또는 GA 본사가 수수료 구조로 관리자 및 설계사를 통제하고 늪에 빠트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대면채널의 소비자 보호는 불가능하며, 고객 신뢰가 깨져 장기적인 채널의 존속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보험사나 GA 본사의 적극적인 투자와 관리자의 의지가 중요하다. 설계사에게 여유를 만들어 주고 장기 신계약을 꾸준히 받을 수 있도록 고객을 관리하는 전략을 알려줘야 한다. 여유는 설계사가 한 명의 고객을 만났을 때 5년 내 언제든지 장기계약 1건을 체결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둔다는 의미다. 누구나 2~5천만 원씩 하는 상품을 구매하는 결정을 쉽게 하긴 어렵다. 구매 방법이 장기 할부라도 큰 부담이 된다. 특히 보험은 무형의 계약이기에 설계사와의 신뢰 관계 구축이 계약 체결 이전에 이뤄져야 한다. 따라서 무조건 고객을 만나 장기 계약 체결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관계를 맺고 관리를 할 시간적 여유를 줘야 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설계사 조직과 이를 이끄는 관리자는 매달 장기 계약을 당장 받아 올 것만 강요한다. 방법도 알려주지 않고 포화된 모집 시장의 상황도 고려하지 않는다. 물론 장기 신계약으로 인한 수수료는 생활인으로서 설계사의 주 수입원이 되기에 중요하다. 하지만 꾸준하게 고객을 관리해 오랜 시간을 두고 장기 계약을 지속적으로 체결할 수 있는 기초 체력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 되어야 한다. 매달 장기 신계약을 2~3건 내외로 판매하기 위해서는 개별 설계사에게 등록되고 관리 받는 고객이 최소 500명 이상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선취수수료 늪에 빠진 구조에서는 이런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고객 확보와 관리의 중요성은 각 보험사 전속 채널의 지점을 관찰해보면 명확해진다. 대다수의 지점이 15년 이상 근무한 설계사와 2년 미만 설계사가 8할 이상을 차지한다. 고객을 확보해 유지하는 전략을 알려주고 이를 실행할 수 있게 여유를 주지 않아 5년 내외로 근무한 설계사는 소수다. 신입 설계사는 계속 유입되지만 장기 계약을 꾸준히 받지 못해 지속적으로 탈락한다. 반면 보험 산업의 성장기에 설계사를 시작해 이미 고객을 1000명 정도 확보한 설계사는 보유 고객을 관리하며 지속적으로 장기 신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따라서 선취수수료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장기보험 외 다양한 보장성 및 저축성 보험에 대한 새로운 관심과 보험 외적 상품을 통한 고객 발굴이 절실하다. 또한 장기 신계약을 제대로 체결할 수 있는 교육 지원과 고객을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CRM(Customer Relation Management) 데이터 구축 및 활용에 대한 투자도 지속되어야 한다. 이런 여유 제공과 투자를 통해 오랜 시간 일할 수 있는 능력 좋은 설계사를 육성하고 성장시키는 것이 대면채널 미래를 보장한다.
농사를 지을 때 수확을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쓸모없어 보이는 잡초 뽑기 등을 꾸준히 해야 한다. 물론 적당한 일조량과 비도 필요하다. 설계사 역시 장기 신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고객을 꾸준히 만나고 이를 관리하며 체결 확률을 높여 성장할 수 있게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 당장에는 쓸모없어 보이더라도 고객 관계 관리를 위한 장기적인 투자를 할 수 있도록 보험사와 GA의 지원과 관리자의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늪에 빠져서 행복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무엇보다도 고객과 설계사가 불행하면 대면채널은 존속할 수 없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진수 인스토리얼 대표 겸 칼럼니스트>
김진수 (kjinsoo@fineve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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