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어린이용 인스타그램 개발 '일시 중단'

방성훈 2021. 9. 28.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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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유해성 알고 있었다" WSJ 폭로 후폭풍
美의회·학부모·시민단체 등 비판·압박 더욱 거세져
30일 상원 청문회 앞두고 '백기'.."여전히 옳다고 믿어"
美정치권 "일시 중단 아닌 프로젝트 완전 폐기" 촉구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페이스북이 그간 추진해오던 13세 미만 어린이용 인스타그램(이하 인스타) 개발을 잠정 중단했다. 어린이들에 대한 인스타의 유해성을 알면서도 개발을 지속했다는 폭로 이후 미국 의회와 학부모들로부터 더욱 거센 반발과 압박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이날 성명을 내고 미 의회 및 단체들의 우려를 거론하며 “우리는 ‘인스타그램 키즈’를 출시하는 것에 여전히 좋은 결정이라고 믿고 있지만, 이를 잠시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아담 모세리 인스타그램 최고경영자(CEO)는 NBC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학부모들과 전문가, 정책 입안자, 규제기관의 우려를 경청하고, 어린이용 인스타의 중요성과 가치를 입증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페이스북은 지난 3월 13세 미만 어린이들만 사용할 수 있는 인스타 키즈 개발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기존 인스타는 13세 이상만 가입이 가능하다. 하지만 자격 요건이 안되는 수많은 아이들이 나이를 속여 이미 인스타에 가입했고, 이들을 노린 범죄도 적지 않아 통제·관리 가능한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페이스북은 주장했다.

하지만 미 의회 및 각 주(州)정부, 학부모, 시민단체 등의 반대에 부딪혔다. 미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4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에게 어린이용 인스타 출시 계획을 비판하는 서한을 보냈다. 5월엔 미 뉴욕주, 캘리포니아주, 텍사스주 등 44개주 법무장관들도 동참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어린이들은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가졌을 때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 외모에 대한 강박, 사회적 신분 차이 등을 수용토록 하는 사회 분위기를 부채질하는 등 어린이들의 건강과 정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더 많은 범죄에 노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인스타 키즈 출시 과정에서 규제당국 및 의회와 적극 협력하겠다”며 프로젝트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후 지난 14일 WSJ은 페이스북이 인스타가 청소년에게 해악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어린이용 인스타 개발·출시를 강행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당시 WSJ은 페이스북이 지난 2019년부터 자체적으로 실시한 내부 연구 결과 보고서를 인용 “인스타가 10대 청소년, 특히 10대 소녀들의 정신건강에 유해한 것을 여러 차례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미 의회와 학부모, 시민단체 등의 비판이 더욱 거세졌다. 미 상원 상무위원회 산하 소비자보호소위원회는 오는 30일 관련 책임자 등을 소환해 인스타 키즈의 해악성에 대한 청문회를 개최키로 했다. 플로리다 주지사는 WSJ 폭로와 관련해 주 국무장관에게 별도 조사를 지시하기도 했다.

이에 페이스북이 먼저 프로젝트 잠정 중단을 발표하며 백기투항하게 된 것이다. 페이스북은 이날 WSJ 폭로 기사에서 언급된 연구 결과도 공개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여전히 학부모 입장에선 아이들을 유해한 환경으로부터 더욱 잘 관리할 수 있다는 주장을 관철했다. 모세리 CEO는 이날 틱톡의 13세 미만 어린이용 버전을 언급하며 “옳은 일”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페이스북의 인스타 키즈 프로젝트 잠정 중단 발표 이후 미 민주당 소속 에드 마키 상원의원(매사추세츠주)은 트위터에 “페이스북이 어린이용 인스타 출시 계획을 멈추라는 우리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일시 정지’만으로는 부족하다. 프로젝트를 완전히 포기해야 한다”고 적었다.

켄 벅(콜로라도) 공화당 하원의원도 인스타를 통해 “프로젝트를 완전히 폐지하라”고 거들었으며, 44개주 법무장관들의 서한을 주도했던 마우라 힐리 매사추세츠 법무장관과 더그 피터슨 네브래스카 법무장관 역시 프로젝트의 완전 포기를 촉구했다.

방성훈 (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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