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회사 주택 24만채 몰수, 공공임대 전환"..베를린 주민투표 56% 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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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수도 베를린의 시민 과반수가 대형 부동산 업체 소유 주택 24만채를 몰수하는 방안을 지지했다.
27일(현지시각) 주택 3천 채 이상을 보유한 민간 부동산업체의 주택을 몰수해 공공임대로 돌리는 방안에 대한 베를린 주민투표 집계 결과, 56.4%가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데페아> (DPA)가 보도했다. 데페아>
이번 주민투표는 2019년 이래 대형 부동산업체의 주택 몰수를 주장해온 '도이체 보넨 몰수 행동' 등이 발의해 이뤄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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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수도 베를린의 시민 과반수가 최근 몇 년 사이 기록적으로 치솟은 주택 임대료를 잡기 위해 대형 부동산업체 소유 주택 24만채를 몰수하는 조치를 지지했다.
27일(현지시각) 베를린에 아파트 등 주택 3000채 이상을 보유한 민간 부동산업체의 주택을 강제 수용해 공공임대로 돌리는 방안에 대한 베를린 주민투표를 집계한 결과, 56.4%가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데페아>(DPA)가 보도했다. 반대표는 39.0%에 그쳤다. 이번 주민투표는 독일 총리와 연방의원을 뽑는 총선거와 주의회 선거, 베를린시 의회 선거 등과 함께 치러졌다.
이번 주민투표 결과는 최근 몇 년 사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베를린 시내의 극심한 주택 임대료를 진정시키기 위해 정치권이 적극 나서라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 베를린 시장 후보 “주민투표 결과 존중”베를린에서 아파트 등 임대주택은 모두 150만채 남짓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3000채 이상을 보유한 기업형 부동산업체는 도이체보넨, 보노비아, 아켈리우스 등 10여곳으로, 이들이 베를린에 보유한 임대주택은 전체 물량의 15% 남짓한 24만채이다.
이번 주민투표는 2019년 이래 대형 부동산업체가 보유한 주택을 몰수해 공공임대 주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도이체보넨 몰수 운동’ 등이 발의해 이뤄진 것이다. 이 운동 단체의 이름에 포함된 도이체보넨은 독일 전역에 15만5천여채를 보유한 대표적인 부동산기업으로 프랑크푸르트 증시에도 상장돼 있다.
도이체보넨 몰수 운동은 이번에 새로 구성되는 베를린 시정부에 이번 주민투표에서 확인된 민심을 즉각 이행하도록 압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단체의 칼레 쿤켈은 “우리는 이번 투표로 주민 의사가 확인된 조처를 중단하거나 연기하려는 어떤 시도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부동산업체의 주택에 대한 공공소유가 이행될 때까지 포기하지 않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이번 주민투표는 법안에 대한 투표가 아니어서 법적 구속력은 없다. 지난 26일 총선과 함께 실시된 베를린 시의회 선거 결과에 따라 새로운 시정부가 구성되면, 이번 주민투표 결과를 어떻게 이행할지를 두고 본격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베를린 선거에서는 사회민주당이 24.1%로 제1당의 지위를 지켰다. 베를린 시정부의 연정도 사민당 중심으로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대체로 진보 진영의 정당일수록 강제수용 및 공공임대 전환 방안에 비교적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보수 진영의 정당들은 이에 반대하고 있다고 <에이피>(AP)가 전했다.
베를린의 첫 여성 시장으로 유력한 사민당의 프란치스카 기파이 시장 후보는 선거 기간 내내 민간 부동산업체의 주택을 강제수용하는 방안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총선 뒤에는 주민투표 결과를 존중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그는 공영 방송에 출연해 “주민투표 결과를 뒷받침할 법안을 마련하겠다. 다만 법안이 위헌이 아닌지 면밀히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녹색당의 베를린 대표 베티나 야라시는 “주택난이 이번 연정구성에서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녹색당은 이번 베를린 시의회 선거에서 18.1%를 득표한 제2당이어서, 사민당의 연정 파트너로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
■ 베를린시민 82% 임대주택 거주…임대료 5년간 42% 폭등도이체보넨 몰수 운동이 주택 강제수용에 대한 주민투표를 발의한 근거는 독일 기본법이다. 독일 기본법 15조는 “토지, 천연자원 및 생산수단은 사회화를 목적으로, 보상의 종류와 범위를 규정한 법률에 근거해 공유 재산화 또는 기타 유형의 공동경제화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베를린은 시민 82%가 임대주택에 살 정도로 세입자 비율이 높다. 이런 이유로 강력한 세입자 보호법이 시행되어 임대료의 대폭 인상이 법으로 제한돼 있다. 그러나 베를린에 최근 몇 년 사이 창업 회사와 예술가들이 몰려들면서 주택난이 심화했고 이에 따라 임대료가 폭등했다. 부동산 포털 사이트 ‘이모벨트’에 따르면, 베를린의 주택 임대료는 2016년 상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5년간 무려 42%가 올라서 독일 최고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임대료 폭등이 주민들의 항의 시위까지 부르는 등 사회문제로 비화하자, 베를린 시정부는 지난 2020년 2월부터 5년간 임대료를 동결하는 내용의 ‘베를린시 주택 임대료 법안’을 시행했다. 그러나 이 법안은 지난 4월 헌법재판소에서 “임대료 관련 입법권은 지방정부가 아닌 연방정부의 권한”이라는 취지의 판결이 나오면서 무효가 됐다.
앞서 이달 초에는 베를린 시정부가 이번 주민투표와 별도로 24억6천만유로(3조6천억원)를 들여 부동산업체 두 곳에서 주택 1만4750채를 구입해 공공 임대주택으로 돌리겠다고 발표했다.
그럼에도 이번 주민투표 결과가 베를린 시정부의 정책으로 실현될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 주민투표 결과가 시정에 반영되지 않는 전례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17년 베를린 테겔공항 폐쇄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가 부쳐졌을 때는 폐쇄 반대가 56%로 과반수를 넘겼으나, 테겔공항은 결국 지난해 11월 문을 닫았다.
사업 추진에 막대한 재정이 소요되는 점도 걸림돌로 지적된다. 도이체보넨 몰수 운동에서는 사업 추진에 필요한 재정을 73억~137억유로(10조~19조원)로 산정했지만, 베를린시 정부는 290억유로(40조원) 남짓 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베를린/한주연 통신원,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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