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화장품의 진실]③ PX시장 급성장하는데 폐쇄적 납품구조.. "실사 강화해야"

윤희훈 기자 2021. 9. 2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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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마트 매출, 3년새 77.8% 성장해 작년에 1조6000억원
성일종 의원 "기존 납품 제품도 전수조사 해야"

군 마트(일명 PX) 입찰을 놓고 화장품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정가 대비 싼 가격에 팔아 수익성은 낮지만 안정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는데다 브랜드 인지도를 빠르게 올릴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중소·신생업체들이 대거 뛰어들고 있다. 군 마트 위탁판매는 정상 판매 제품을 장병 복지 차원에서 저렴하게 제공하겠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경쟁이 격화하면서 PX 납품을 노린 기획 상품이 횡행하고 있다. 신제품을 출시한 뒤 정상가를 턱없이 높게 잡고, 입찰 제안에서 고할인율을 제시하는 식의 ‘낙찰 매뉴얼’이 있을 정도다. 이 과정을 중간에서 알선하는 전문 브로커 업체까지 등장했다. PX 화장품의 실태를 3편에 걸쳐 보도한다.[편집자주]

국군복지단이 운영하는 군 마트(PX)의 지난해 매출은 1조6000억원을 기록해 2017년 9000억원에서 3년 만에 77.8% 성장했다. 같은 기간 군 병력이 63만 3000명에서 55만 5000명으로 줄었음에도 매출은 급성장했다.

PX의 매출이 급증한 가장 큰 이유는 장병 급여가 급증하면서 소비력이 향상됐기 때문이다. 2011년 10만4000원에 불과하던 병장 월급은 2017년 21만6000원, 지난해 54만1000원으로 늘었다. 올해 병장 월급은 60만8000원이다. 국방부는 2025년까지 병장 월급을 96만3000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장병들의 소비력이 커지면서 PX 소비 트렌드도 달라졌다. 과거엔 ‘양 많고 저렴한 제품’이 인기였다면, 이제는 가격보다 품질을 우선시하고 있다. 트렌드가 바뀌면서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의 매출이 크게 늘었다. 다양해진 장병들의 기호와 달리 PX에는 입찰 심사를 통과한 소수의 상품만 들어온다. 병사들이 입대 전에 사용했던 제품이나 시중에서 인정받은 상품은 PX에서 살 수 없다.

서울 용산구 녹사평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영외 군 마트(PX)에서 군인 가족으로 추정되는 고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윤희훈 기자

◇ “장병 선택권 늘리고, 할인율이 당락에 미치는 영향력 줄여야”

군납업계 관계자들은 PX 납품 시장의 문제점으로 ‘폐쇄성’을 꼽았다. 시장은 급성장하는데, 거래할 수 있는 품목을 제한해 병사들의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국군복지단이 PX 납품의 문을 활짝 열어 장병들이 다양한 상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최선의 복지”라면서 “가격 할인으로 보상한다고 하지만,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상품을 구입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PX에 납품하는 것 자체가 특권이 되기 때문에 화장품회사든 식품회사든 납품업체가 되기 위해 온갖 수단을 총동원하고 이 과정에서 비리가 발생한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엔 군 관계자 다수가 특정 업체의 상품이 계속 PX에 납품될 수 있도록 담합을 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당시 군 관계자들은 납품 탈락 위기에 처한 제품들을 허위 주문해 납품 심사에서 탈락하지 않도록 돕고, 그 대가로 금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거품 가격을 만드는 할인율 배점 제도도 개선 대상으로 꼽힌다. 조달 업무에 능통한 한 정부 관계자는 “특정 상품을 시중 가격 대비 95% 이상 할인해 납품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이런 할인율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은 시중 가격이 잘못됐거나 군납 용품이 시중 용품과 다르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업체들이 담합해 가격을 조정했을 가능성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할인율 평가를 현행대로 유지한다면 정확한 시장 가격을 확인하기 위해 대형마트 영수증 상 특약매입과 직매입을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군납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에 입점한 임대매장은 해당 상품의 가격을 직접 결정한다”며 “영수증 제출시 해당 마트에서 발행한 세금계산서를 함께 제출하도록 해 시장에서 정상적으로 판매되고 있는 상품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형마트 한 곳에서 한 달에 한 개만 팔리는 등 비정상적인 거래가 발생하는 상품은 걸러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관계자는 “업체들이 여러 꼼수를 부리는데 사실 복지단만 부지런하게 움직인다면 다 검증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서류에 적힌 숫자만 볼 게 아니라 현장 실사를 제대로 하면 해당 상품이 실제로 팔리는 상품인지 확인이 가능하다”고 했다.

철조망이 쳐진 서울 용산구의 국군복지단 청사. /윤희훈 기자

◇ 성일종 “복지단, 현장 실사로 정상 거래 상품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2030세대가 화장품을 많이 구입하는 올리브영과 랄라블라와 같은 H&B 스토어의 서류심사 영수증 점수가 낮은 것도 개선 대상으로 꼽힌다. 국군복지단은 군 마트(PX) 입찰에 나서는 업체들에 출품 제품들의 시장 가격을 오프라인 매장의 영수증으로 증빙하도록 요구하는데, 업체 규모에 따라 배점이 다르다.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하나로클럽 등 대규모 점포는 영수증 하나당 2.5점이고 올리브영·랄라블라와 같은 전문점은 1.5점이다.

한 군납업계 관계자는 “화장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H&B 스토어가 화장품 평가를 제일 잘한다”면서 “국군복지단이 ‘대형마트’로 분류한 일부 업체 중에서는 납품 희망 업체에 월 1000만원을 내면 매대에 진열시켜주겠다고 유혹하는 경우도 있다. 매장 크기로만 영수증 점수를 배정하는 현행 방식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심의위원 심사 과정에 국군복지단 관계자가 참여하는 것을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군납업계 관계자는 “복지단에서 근무하다 전역한 인사가 법인을 설립한 뒤, 인맥을 동원해 정보를 독점해 입찰 심사에서 유리한 고지를 취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적어도 심사 과정에는 국군복지단 관계자가 관여해 심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야당 간사인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PX 시장의 규모는 급격히 성장하는데 운영 방식은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장병 복지를 최우선으로 PX 납품 절차를 개선하고, 곳곳에서 드러난 부당거래는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 의원은 이어 “현재 2022년 납품 심의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복지단은 현장 실사에서 판매 명세나 세금 계산서를 검토해 입찰 제품이 정상적으로 판매되고 있는 상품인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며 “문제가 발견된 업체에 대해선 향후 입찰 심사에 반영하고, 기존에 납품하던 제품도 전수 조사를 진행하는 등 입찰 과정에서의 불공정 관행을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보일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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