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한 공무원'..하청업체에 책임 떠넘기고 업무미숙으로 해고 불러
[경향신문]
서울시 옴부즈만위, 개선 권고 ‘2제’
서울시 시민감사옴부즈만위원회가 공무원의 책임전가와 업무미숙으로 피해를 입은 업체와 개인 등의 피해를 인정하고 해당 부서에 개선 권고를 내렸다. 한 업체는 폐업에도 불구하고 1000여 만원을 갚아야 했으며 택시운전을 해온 한 운전기사는 졸지에 직장에서 쫓겨나기도 했다.
① 코로나19 탓에 연기됐는데…하청업체에 책임 물은 서울시
서울시 박물관과는 지난해 2월 국제행사 ‘국제박물회의(icofom) 연례회의’ 개최를 위해 A업체와 용역계약을 맺었다. 국제박물회는 당초 지난해 5월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확산하자 행사 개최 자체가 불투명졌다. 계약 취소 등의 조치가 있어야 했지만, 서울시는 A업체에 아무런 통보 없이 시간을 끌었다. 용역발주를 기다리던 A업체는 서울시에 행사개최 예정일 등을 문의했다. 돌아온 답은 당초 예정일보다 1년 연기된 2021년 5월이었다. 행사개최가 계약일로부터 15개월 가량 연기된 셈이다.
A업체는 서울시에서 어떠한 발주 비용도 받지 못했다. 서울시는 올해 5월이 돼서도 A업체에 행사개최 여부를 알리지 않았다. 업체 문의에는 “2022년으로 연기될 것 같다”고만 했다. 서울시뿐 아니라 각종 국제행사 용역계약이 취소되면서 영업을 계속 유지할 수 없게 된 A업체는 결국 폐업을 하게 됐다.
문제는 이후였다. 서울시 박물관과는 재무과에 계약해지 관련해 보고하면서 계약해지 사유를 ‘계약대상자(A업체)의 부도, 파산, 영업정지 등의 사유로 계약이행이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라고 작성했다. 서울시가 계약을 15개월 이상 미루는 과정에서 하청업체가 폐업했지만 업체 잘못으로 계약이 해지된 것처럼 기재한 것이다. 보고서만 보고 계약해지 사유가 A업체에 있다고 판단한 재무과는 서울보증보험에 A업체 계약불이행에 따른 계약이행보증금을 청구, 1000여 만원 계약이행보증금을 받았다. A업체는 용역수행도 못한 채 서울보증보험에 1000여만원을 갚아야 하게된 셈이다.
서울시 시민감사옴부즈만위원회는 27일 “용역수행기간 연장을 제안한 것은 서울시이며, 그 기간 안에도 용역수행의 핵심인 행사 개최일을 확정해주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연기한 것은 서울시라는 점을 종합해보면 용역계약 불이행 귀책사유가 A업체에 있다고 판단한 것은 가혹하고 불합리한 업무처리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옴부즈만위는 “박물관과는 계약해지 사유를 변경통보하고, 재무과는 서울보증보험에서 지급받은 계약이행보증금을 반환해 서울보증보험이 A업체에 구상권을 청구할 원인을 없애야 한다”고 권고했다.
② 공무원의 ‘미숙함’이 불러온 해고
서울 성동구는 올해 초 서울시 택시물류과에서 ‘2016~2021년 5월말 기준 범죄관련 택시운전자격 미취소자 긴급 처리 통보’ 공문을 받았다. 성동구는 공문에 따라 관내 택시법인에 소속된 운전기사 B씨의 택시운전자격 취소처분을 회사 측에 통보했다. B씨가 과거 절도죄로 한 차례 처벌받은 적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1회성 단순절도는 택시운전자격 취소대상이 아니었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및 시행령에 따르면, 절도죄 및 절도미수죄로 3번 이상 징역형을 받고 다시 누범처벌을 받은 ‘상습절도’에 대해서만 택시운전자격을 취득할 수 없도록 했다. B씨와 같은 단순절도는 면허취소 사유에 해당하지 않았다. B씨는 주인이 놓고 간 물건을 가져갔던 혐의가 전부였다.
절도와 상습절도의 차이를 몰랐던 담당 공무원 탓에 B씨는 졸지에 실업자가 됐다. 정부가 지급한 택시기사 재난지원금 역시 받을 수 없었다. 옴부즈만위는 이번 사안의 경우 전적으로 담당직원의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또 “상습절도와 절도는 형사재판확정증명서 및 판결문만 봐도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었으나 성동구 교통지도과 담당자의 업무미숙으로 이 같은 일이 발생했다”면서 “B씨가 개인적으로 자격 취소의 적절여부를 파악해 성동구 교통지도과에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다면 자격철회 정정통보도 이뤄지지 못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옴부즈만위는 “성동구청장은 성동구가 부적절한 업무처리를 한 해당직원에 대해 신분상 조치인 ‘주의’를 내리도록 하고, 민원인이 국가배상법에 따른 배상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라”고 권고했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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