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17년사, 때마다 등장하는 그 이름이 있다

손현수 2021. 9. 28.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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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개발사업 논란]2009년부터 천화동인4호 남아무개 변호사 등장
24일 경기도 성남시청 인근 교차로에 성남 대장동 개발 사업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소속 경기도의회 의원과 국민의힘 지역 당협위원장 이름으로 상반된 의미를 담은 현수막이 함께 걸려 있다. 현수막 너머로 성남시청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성남/연합뉴스

대장동 개발사업은 성공한 공공이익 환수 모델(이재명 캠프)이라는 평가 외에도 ‘한국판 베벌리힐스’라며 한껏 바람을 불어넣은 개발이 잇달아 좌초하는 과정에서 정보와 인맥, 자금동원력을 갖춘 부동산업자들이 어떻게 이익을 챙겨갔는지를 한눈에 보여주는 축도이기도 하다. ‘공공→민간→공공→민간→공공+민간’ 개발 17년사를 훑어보면 시행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이전에 막대한 대장동 개발이익을 챙기고 해외로 출국한 남아무개 변호사(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4호) 부부 등 불법·편법 이력이 있는 민간사업자 이름이 곳곳에 등장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업 흐름을 살펴본 법조계에서는 남 변호사가 큰 틀을 짜고 김씨가 결합한 형태로 보인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대장동 개발사업은 2004년 12월 당시 한국토지공사가 128만㎡ 부지에 전원주택용 택지개발을 추진하며 시작됐다. 이듬해 성남시 공무원 등이 개발계획을 유출, 수용보상 부동산을 미리 사들인 사실이 드러나며 개발은 중단됐다. 그사이 토지공사 쪽 사업방식(수용)보다 더 많은 이익이 남는 사업방식(환지)을 바라는 주민과 개발업자들이 독자적인 민간개발에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 개발사업을 잠정 중단했던 토지공사가 2008년 7월 대장동 91만㎡ 개발사업을 다시 제안했고, 성남시가 이를 받아들여 공공개발이 재추진됐다.

여의도와 지역 정가가 압박을 가하기 시작한 것은 이 즈음이다. 2009년 10월 이명박 대통령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출범식에서 “LH가 민간회사와 경쟁할 필요가 없다. 민간기업이 이익이 나지 않아 일을 안 하겠다는 분야를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달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역구 의원인 신영수 한나라당 의원은 이 대통령 발언을 언급하며 “대장동 주민들은 민간에서 추진하자고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다”며 이지송 LH 사장을 압박했다. 결국 LH는 2010년 6월 재정난을 이유로 대장동 개발사업을 접는다.

2010년 6월 이재명 성남시장이 취임한 뒤, 성남시는 공영개발과 민간합작 개발 모두를 저울질했다. 당시 대장동에 땅을 가진 토지주들은 민간개발을, 건물 소유주들은 공공개발을 각각 요구했는데, 성남시는 2011년 3월 최종적으로 공공개발을 결정한다.

공공개발과 민간개발 수요가 충돌하는 이 시기를 전후해 남 변호사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다. 2009~2010년 대장동 민간개발 시행사 대표 이아무개씨는 LH의 대장동 개발사업을 좌초시키기 위해 신영수 의원 동생 등에게 뇌물을 전달하는 한편, 남 변호사에게 돈을 주고 정치권 로비를 하게 하고, 브로커를 통해 저축은행으로부터 1155억원을 대출 받았다. 이 시기 천화동인 5호 정아무개 회계사도 남 변호사와 함께 일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2017년 곽상도 의원에게 정치후원금 500만원을 각각 냈다. 곽 의원 아들은 화천대유에서 6년여 근무한 뒤 퇴직금 50억원을 받았다.

남 변호사는 2015년 수원지검 수사를 통해 뒤늦게 구속기소됐지만 법원에서 무죄 판단을 받는다. 이 때 변호인이 화천대유 고문을 오랜 기간 맡았던 박영수 전 변호사다.

2011년 7월 당시 남 변호사는 이 대표가 설립한 회사 이름을 판교프로젝트금융투자로 바꾸고 대표이사(지분율 49%)가 돼 직접 대장동 개발사업에 뛰어든다. 그리고 2015년 김만배씨와 손을 잡고 결국 대장동 민간개발에서 대박을 터뜨린다. 부동산을 전문으로 하는 한 변호사는 “남 변호사는 국회 쪽과 관계를 유지하며 부동산 관련 사업을 계속 해온 것으로 안다. 당시 성남시가 대장동 사업을 좌지우지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은 맞지만, 하필 대장동 민간사업자로 선정된 쪽이 종전에 이 지역에서 계속 사업을 추진해온 이들이라는 점은 문제로 보인다”고 했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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