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중위, 청년 목소리 들어야.."2030년까지 탄소 '영끌' 감축 최우선"

김민제 2021. 9. 28.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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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와 인권][인터뷰] '2040 기후중립 시나리오' 수립한 청년 기후운동가들
"배출가능 탄소량 2027년 바닥나
탄중위 초안, 감축목표 달성 못해
자체 시나리오 냈지만 피드백 없어
기후위기에 청년 대표성 더 커져야
탄중위, 소통 강화·추진력 발휘를"
노건우 1.5도클럽 활동가와 현유정 빅웨이브 활동가가 지난 15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2040 기후중립 시나리오’를 설명하고 있다.

대통령 소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 지난달 초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 1~3안을 발표했지만 논란은 진행 중이다. 탄중위 내·외부에서 시나리오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다수 나오는 가운데 빅웨이브, 긱(GYEK), 청년기후긴급행동, 1.5도클럽 등 청년 기후운동단체들은 지난 1일과 9일 ‘2040 기후중립 시나리오’를 공개하며 탄중위에 보다 적극적인 감축 계획을 수립할 것을 요구했다. 청년들은 지난 7월말 청년 기후운동 단체들이 공개토론회를 연 뒤 청년 252명이 참여한 설문조사 결과와 전문가 자문 등을 더해 이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정부는 ‘이산화탄소’ 감축만 집중하고 있지만 기후위기로 인한 달라질 평범한 시민들 삶의 적응 과제까지 고려하는 시나리오를 짜야한다는 의미로 청년들은 자체 시나리오를 ‘기후중립’ 시나리오라고 불렀다.

청년들의 시나리오는 탄중위의 안과 무엇이 다를까. ‘탄소예산’(파리협정의 1.5도 온도 상승제한 목표를 감안해 배출 가능한 온실가스의 남은 총량)에 근거하여 2030년까지 최대한의 탄소 감축을 해야 한다는 게 특징이다.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 61% 이상 감축, 2035년 화석연료 퇴출, 2040년 온실가스 순배출량 ‘0’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3개 안 중 2개 안이 2050년 국내 배출량만으로 탄소중립을 이루지 못하는 탄중위 시나리오보다 더 높은 목표를 달성하도록 했다.

이들이 자체 시나리오까지 그려가며 더 빨리, 더 많이 온실가스를 감축하도록 시나리오를 수정할 것을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겨레>는 지난 15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노건우 1.5도 클럽 활동가와 현유정 빅웨이브 활동가를 만났다. 이들은 “(기후위기 대응 과정에서) 기후위기 문제를 겪을 청년들이 과대 대표 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청년들이 탄중위에서 전혀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탄중위가 청년들의 시나리오를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탄중위의 변화를 촉구했다.

“탄소예산에 근거한 ‘과학적 시나리오’가 필요하다”

― 탄중위 시나리오 초안의 어떤 점이 미흡해서 대안 시나리오까지 만든 건가?

현유정(이하 현) “우리들의 진짜 목표는 2050년 탄소중립이 아니라 기후위기를 막는 일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러려면 남아있는 탄소예산에 기반해 계획을 짜야 한다. 이 기준에서 평가했을 때 탄중위 초안은 모두 탄소예산을 넘어갈 것으로 예측되는 부족한 시나리오다. 2050년에도 탄소중립을 달성 못하고 화석연료를 포기하지 않는 1·2안 뿐 아니라 3안도 탄소예산을 훌쩍 넘긴다. 또 1~3안 모두 상용화 가능성이 보장되지 않은 미래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문제도 있다.”

― 탄소예산 분석이 중요한 이유는?

노건우(이하 노) “2018년 기준 전세계 연평균 배출량은 420억 톤(CO2eq)이었다. 당시 과학자들은 전세계적으로 남은 탄소예산이 4200억 톤으로 추정했다. 현재 추세로 계속 배출하면 2027년 말이면 탄소예산이 소진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에도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적으로 배출량은 크게 줄지 않았고 반등이 예상한다. 각국의 책임, 역량, 평등 원칙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한국의 남은 탄소예산은 많이 잡아도 50억톤 정도로, 현재 7억톤 수준으로 계속 배출하다가는 2027년 상반기면 소진된다. 이번 시나리오 작업을 하면서 ‘현타’(현실자각 타임)가 왔다. 과학 기반 시나리오가 별 게 아니다. 탄소예산 개념을 가져와서 감축경로를 설정하는 게 최소한의 과학 기반이다. 탄중위에서는 이것마저 못 했고, 환경을 전공한 대학원생 등으로 구성된 우리가 작성해 제시했다. 탄중위 내부적으로 이뤄져야 할 일들이 외주화된 셈이다.”

―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도 2018년 대비 61% 이상 감축으로 제시했다. 탄소중립기본법이 정한 하한선인 35%보다 매우 높다.

“‘낮은 가지에 매달린 열매’부터 먼저 따야 한다고 비유하고 싶다. 우리 사회에는 온실가스 기술혁신이 덜 필요해 감축이 상대적으로 쉬운 분야가 있고, 반대로 감축 속도가 더뎌 느리게 뒤따라가는 분야가 있다. (2030년까지) 우선 감축이 수월한 분야에서 최대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놓으면, (2030년 이후) 감축이 더딘 분야가 뒤따라올 시간적 여유가 생긴다. 영혼까지 끌어 모아 최대한 오목한 감축 경로를 만들자는 것이다.”

― 2040년, 2030년 목표 모두 신기술 의존을 최소화했다. 기술에 기대는 게 문제인가?

“기술이 발전하면 탄소를 흡수해줄 것이라고 전제하고 에너지를 평소처럼 쓴다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탄중위 시나리오 3개 안에서도 에너지 수요를 거의 줄이지 않았더라. 에너지 수요를 줄이고 건물 에너지 등급을 효율화하고 생활양식을 바꾸는 둥의 감축 노력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탄소포집·저장·활용(CCUS) 같은 기술이 문제가 되는 건 당장 감축 노력을 하지 않으려는 명분으로 이용될 때다. 감축 책임을 미래로 미루기 위한 기술에 반대하는 것이다. 예컨대 산업 부문에서 배출량을 아무리 줄여도 남는 온실가스가 있을 수 있다. 그건 기술로 흡수하는 게 맞다. 최대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인 후에 기술을 쓰자는 것이다.”

‘2040 기후중립 시나리오’에서 제시하는 감축경로와 탄중위 시나리오 초안 1∼3안에 따른 감축경로 등을 표시한 그래프.

― 산업계에선 탄중위 초안이나 탄소중립기본법의 엔디시 하한선도 무리라는 비판이 있다. 기후중립 시나리오는 이보다 더 높은 목표를 설정했는데 실현 가능할까?

“산업계에서는 국제시장에서의 경쟁력 저하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기후위기를 막지 못하면 산업도 존속할 수 없다. 우리만 탄소중립하자는 게 아니다. 유럽연합(EU)집행위원회가 발표한 탄소국경세처럼 선진국이 선도하는 면도 있다. 역사적으로 산업이 크게 변화한 시기는 항상 있었고, 대비가 된 기업과 사람에겐 기회일 수 있다.

“‘실현 가능하냐’는 질문에 깔린 관성을 탈피하면 가능하다. 과감한 감축을 못하는 것은 우리가 능력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여러 요인들에 가로막혀 있어서다. 부처 간 이견,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의 갈등, 지역 기반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 부재 등이 그 예다. 기후위기를 정말 위기로 인식하고 과감성을 가지고 바꿔나가야 한다.”

“기후위기 논의서 청년 목소리 과대대표 돼야”

― 탄중위에선 기후중립 시나리오를 제출받고 답변을 했나?

“공식적으로 전달된 피드백은 없었다.”

― 청년의 목소리가 논의 과정에 잘 반영되지 못하는 건가?

“탄중위에서는 청년들이 과대대표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청년들은 죽을 때까지 기후위기 문제를 겪을 사람들이다. 손쉽게 당장 해야 할 숙제를 뒤로 미룰 수가 없는 이들이다. 그런 청년들이 탄중위에서 전혀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시민사회에서는 탄중위가 깜깜이 위원회라는 지적이 많다. 공감한다. 많은 사람들을 모아서 의견수렴 하는 데 어떻게 되고 있는지, 잘 되는지 자세히 모르겠다. 탄중위가 정책 부서를 대상으로 한 소통뿐만 아니라 대외소통, 내부소통도 해야 한다.”

― 탄중위 구성에 문제가 있다고 보나?

“IPCC처럼 과학 기반의 분석을 제시하는 그룹이 탄중위 내에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농민이나 노동자 등 기후위기로 영향을 받을 주체들도 논의 주체로 포함시켜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더 다양한 국민들 의견이 반영되도록) 국회의원 수를 더 늘리자는 논의처럼, 제대로 하려면 대변할 사람들이 더 필요하다. 다양한 사람들 다 빨아들이는 것도 방법이다.”

현유정 빅웨이브 활동가가 지난 15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 탄중위는 각계 의견을 수렴하는 역할, 기후위기 대응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 등이 주어져 있다. 이 중 어떤 역할이 더 필요하다고 보나?

“의견 수렴을 위한 노력은 하고 있는 것 같다. 탄소중립 시민회의도 숙의라고 보긴 어렵지만 나름의 시도라고 생각했다. 시민들이 궁금증을 해소하는 자리라도 마련돼 다행이었다. 다만 의견 수렴을 해서 모두를 만족시키는 게 사실 불가능하고, 우리가 진짜로 달성해야 하는 건 기후위기 대응이다. 결국 탄중위가 추진력을 더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탄중위가 이제는 기후위기 대응의 컨트롤타워로서 리더십을 가지고 가져가면 좋겠다. 기후위기도 재난인데, 재난 상황에 어떤 국가가 의견 수렴만 하고 있겠나.”

― 남은 계획은 뭔가?

“단기적으로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확정되기까지 시간이 촉박하니까 우리 시나리오의 핵심적인 내용들을 반영해달라고 탄중위 쪽에 추가로 요구하려고 한다. 곧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 위주로 이야기를 할 것 같다.”

“5개 정도 요구를 정리를 해서 줄 테니까 이게 아니면 파리협정의 1.5도 목표도, 2도목표도 못 지키는 ‘앙꼬 없는 시나리오’라는 의견을 부처 총괄회의나 마지막 전체회의 전에 표명할 계획이다 .”

― 시나리오를 보완할 계획도 있나?

“청년 시나리오가 절대 완벽하진 않지만 시작점으로서 의미가 있다. 탄중위든 (시민사회에서 탄중위 해체를 요구하며 조직한) 탄중위 해체 공대위든 청년들의 아이디어를 많이 가져가면 좋겠다. 다양한 주체들에게 우리의 의견을 제시할 의향이 있다. 다만 청년 시나리오는 탄소예산에 기반한 감축이라는 명확한 원칙을 가지고 있다. 받을 거면 제대로 받아야 한다.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에는 속지 않는다.”

“첫 제안은 청년이 했지만 청년에 국한되지 않고 계속 참여 주체를 넓히려고 한다. 여러 주체를 대상으로 의사도 피력 중이다.”

9일 열린 ‘2040 기후중립 시나리오’ 발표 기자회견. 청년들 제공

글·사진/김민제 최우리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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