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탈퇴의 '대가'

한겨레 입력 2021. 9. 28. 05:06 수정 2021. 9. 28.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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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바게뜨 노동탄압 연쇄기고 _2

[왜냐면] 김재민공인노무사·SPC파리바게뜨 시민대책위 간사

먼저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께 먼저 질문을 하나 드리려 한다. 만약 당신이 가입한 아이돌 팬클럽을 직장 상사가 탈퇴하라고 강요하고 나아가 다른 아이돌 팬클럽에 가입하라고 한다면 어떻게 하시겠는가? 아마도 이게 무슨 황당한 소리인가 하는 반응이 먼저 나올 것이다.

파리바게뜨는 전국에 약 3500개의 지점을 가지고 있는, 프랜차이즈 제과점의 대표주자다. 그런데 이 파리바게뜨에서 이와 유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파리바게뜨에는 제빵 및 카페기사들이 가입된 노동조합이 복수로 존재한다. 노동조합의 한축은 민주노총이고, 다른 한축은 한국노총이다. 제빵기사들 말을 들으면, 제빵기사 업무 관리자(BMC)가 민주노총에 가입한 제빵기사한테 민주노총 탈퇴를 강요하는 집요한 압박을 가했다고 한다.

파리바게뜨의 민주노총 탄압의 역사는 2017년 파리바게뜨에서 불법파견 문제가 처음 밝혀졌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7년 고용노동부에 의해 불법파견이 확인되고 노동조합들이 설립되자 파리바게뜨는 민주노총은 탄압하고 한국노총은 우대하는 일관된 태도를 보여왔다. 심지어 신입사원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면서 한국노총 가입원서를 작성하도록 요구하는 일이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 일이 불법파견 등 기존의 행위보다 더 참담하고 충격적인 점은, 민주노총 조합원에 대해 1명을 탈퇴시킬 때마다 1인당 1만원, 탈퇴와 함께 한국노총에 가입시키면 1인당 5만원을 책정하여 지급한 것이 관리자의 증언으로 드러났다는 사실이다.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에 따라 각자의 판단과 선택을 통해 노동조합에 가입했다. 그런데도 파리바게뜨는 마치 현상금 사냥꾼이 범죄자를 사냥하듯이 5만원이라는 돈을 내걸고, 민주노총 조합원을 푼돈 몇만원이나 받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켰다. 제빵기사들이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존엄과 가치를 파괴한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민주노총을 탈퇴한 제빵기사들은 본인에게 가해졌던 집요한 탈퇴 강요와 압박의 배경에 단돈 몇만원의 푼돈이 있었다는 것을 알았을까? 자신이 민주노총에 가입했다는 이유만으로 타인에게 몇만원을 받기 위한 수단이 되어 본인의 선택을 바꿨어야만 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의 심정은 얼마나 비참하겠는가. 그리고 단돈 몇만원이라는 푼돈을 벌기 위해 민주노총 가입 제빵기사들의 탈퇴를 강요했던 일부 관리자들, 그들 역시 몇만원을 받기 위해 민주노총 탈퇴를 강요하며 행복했을까? 모르긴 해도 앞서 말한 정황들이 관리자의 증언에서 나왔다는 점을 본다면 그들 역시 참담함을 느꼈을 것이라고 짐작해본다.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에스피씨(SPC)그룹은 홈페이지를 통해 기업이미지(CI)를 “함께 나누는 기쁨”이라고 소개했다. 최고경영자(CEO)는 인사말을 통해 “정직한 맛으로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지금 파리바게뜨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조파괴의 상황이 과연 시아이와 시이오 인사말에 등장하는 미사여구를 뒷받침하고 있나? 이는 단순히 노조파괴라는 범죄를 넘어 인간의 자유로운 판단을 사용자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강제로 바꾸려 한 시도다.

아이돌의 팬들은 자유롭게 각자 어떤 아이돌을 좋아할지 결정하고, 아이돌을 좋아할 이유를 찾고, 아이돌을 좋아하며 행복해할 것이다. 팬클럽도 이럴진대 하물며 노동조합은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고 있는 단체다. 특히 복수노조가 존재하는 사업장에서, 노동자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단결권에 근거하여 자유롭게 노동조합을 선택하고 가입할 권리를 가진다. 그리고 사용자가 특정 노동조합에 가입하기를 강요하거나 반대로 탈퇴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엄연한 범죄 행위다. 그렇기 때문에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에 따라 파리바게뜨의 제빵기사들 역시 아무런 제약과 강요 없이 자유롭게 노동조합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함이 마땅한 것이다.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 만든 빵을 먹고, 어찌 기뻐할 수 있겠는가. 파리바게뜨는 지금이라도 선택적 노조탄압이라는 범죄 행위를 중단하고 구성원들을 인간으로 존중하라. 그것이 파리바게뜨의 시아이대로, 파리바게뜨에서 일하는 노동자, 가맹점주, 고객 모두가 함께 기쁨을 나누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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