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종전선언' 승부수 北 '조건부 화답'..향후 전망은?

허주열 2021. 9. 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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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추석 연휴 기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종전선언 승부수를 재차 띄운 이후 북한이 잇달아 유화적인 담화를 내놓으면서 남북 관계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문 대통령이 2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文정권 "北 유화적 반응만으로도 의미"…野 "완전한 비핵화가 평화의 시작점"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말 국제무대에서 '종전선언'을 재차 띄우면서 지지부진했던 남북·북미 관계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북한이 관련한 담화를 잇달아 세 차례나 내놓으면서 조건부로 대화 재개 가능성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정부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최근 북한의 반응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실질적인 남북 관계 진전에 대해선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북한은 문 대통령의 이번 종전선언 제안을 지렛대 삼아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한국 정부가 태도를 바꿀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북한의 대남·대미 정책을 총괄하는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의 24~25일 두 차례 담화에는 이런 의도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김 부부장은 문 대통령의 제안을 "흥미 있는 제안, 좋은 발상"이라고 평가하면서 '이중 기준'과 '적대시 정책' 철회, 공정성과 서로에 대한 존중의 자세 유지 등의 조건이 충족될 경우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재설치', '남북 정상회담 개최'도 건설적인 논의를 거쳐 이른 시일 내에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김 부부장에 앞서 북한 리태성 외무성 부상은 종전선언에 앞서 미국이 대북 적대 정책을 먼저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담화를 발표하기도 했다.

다만 북한은 유화적 담화와는 달리 27일까지도 우리 측의 남북 통신연락선 통화에는 응답하지 않았다. 통신연락선을 통한 남북 연락은 지난해 6월 북한이 개성공단 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하면서 중단됐다가, 지난 7월 27일 남북 정상 간 합의에 의해 13개월 만에 전격적으로 복원됐다. 하지만 북한은 복원 2주 만에 후반기 한미 연합군사훈련 개최를 이유로 다시 응답하지 않고 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24~25일 잇달아 담화를 내고 조건부로 종전선언, 나아가 남북 정상회담까지 가능하다고 밝혔다. 지난 2018년 9월 18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열린 2018 평양정상회담 공식 환영식에 참석해 문 대통령 내외를 영접하는 김 부부장.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이 가운데 문재인 정권은 북한의 유화적 반응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내놨다. 통일부 관계자는 27일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북한도 김 부부장 담화를 통해 남북 관계의 조속한 회복과 한반도 평화·안정을 바라고 있으며 종전선언,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재설치, 남북 정상회담 등 남북 간 관계 개선을 위한 여러 문제를 건설적 논의를 통해 하나씩 해결해나갈 수 있다고 밝힌 데 대해 의미 있게 평가한다"라며 "이러한 논의를 위해서 남북 간 원활하고 안정적인 소통이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한 만큼 우선적으로 남북 통신연락선이 신속하게 복원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단 직접적인 대화를 재개한 뒤 남북 간 여러 현안을 차근차근 풀어나가겠다는 뜻이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도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비슷한 입장을 밝히면서 "(북한이) 과거에 비해서 구체적 요구 사항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는데, 대화의 여지를 과거보다 능동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본다"라며 "북한의 담화가 연속으로 나오고, 미국도 반응을 계속 발신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에게 좋은 의미로 해석이 된다면 문 대통령이 쏘아 올린 공이 충분한 모멘텀을 보이고 있고, 좋은 성과로 이어질 수 있겠다 하는 기대는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부부장의 발언이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남북 관계 대화의 시작과 북미 관계 대화의 시작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당에서도 뒷받침해가겠다"라며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협상의 문이 다시 열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뒷받침하겠다"고 김 부부장 담화와 정부 대응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최근 담화에서 '개인적 의견'을 전제로 조건부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와 교감 없이 나온 메시지를 아닐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뉴시스DB

하지만 일각에선 북한이 대화의 문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지만, 들어줄 수 없는 조건을 철회하지 않는 한 실질적인 남북·북미 관계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문성묵 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문제는 조건이다. 타협의 여지, 수용 가능성이 있어야 하는데 북한이 말한 이중 기준 철회는 자신들의 핵 보유·개발을 인정하고, 비핵화가 아니라 핵 군축 협상에는 나갈 수 있다는 이야기"라며 "그러려면 대북 제재도 풀라는 것인데 우리도, 국제사회도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센터장은 "북한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통신선 연락을 하고, 대화를 한다고 해서 남북 관계가 좋아지고 지속가능한 평화는 오지 않는다"라며 "미국도 북한이 조건을 내려놓고 진정성 있는 자세로 대화에 나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북한이) 우리보고 선택을 하라고 하는데, 남북 관계 발전을 위한 선택은 우리가 아니라 북한이 해야 한다. 북한의 태도 변화는 요구하지 않으면서 대화만 요구하는 것은 진정한 목표 달성(비핵화)은 어렵다"고 내다봤다.

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대화와 타협을 통해 평화를 얻을 수 있다면 거부할 이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문재인 정권 임기 동안 반복되어왔던 것처럼 북한에 휘둘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진정한 평화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그 시작점"이라며 "평화가 아니라 대화하는 모습 자체가 목표가 되어선 곤란하다. 앞선 세 차례의 실패(남북 정상회담)를 반면교사 삼아 실질적인 성과가 있도록 이성적인 접근을 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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