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바게뜨 점주들 "민노총 때문에 빵집 망할판.. 정부는 왜 손놓고 있나"
40대 자영업자 A씨는 지난 1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화물연대 불법파업으로 인해 죽어가는 자영업자를 살려주세요’라는 글을 올렸다. “코로나 장기화로 인한 최악의 경영 환경, 노조 간 갈등에서 힘없는 자영업자를 볼모로 삼았고, 피해는 고스란히 점주가 떠안고 있다”는 그의 주장에 27일까지 5700여 명이 동의했다. 그는 호남 한 지역에서 15년째 파리바게뜨 매장을 운영하는 가맹점주다. 이날 본지의 인터뷰 요청에 응했지만 그는 “좌표가 찍힐까 두렵다”고 했다. 신상이 노출되면 민노총 조합원들이 피켓 들고 가게 앞에서 시위해 영업을 접어야 할 수도 있다는 우려였다.
이날 오전 A씨 매장 샌드위치 매대는 텅 비어 있었다. 7종, 60개가 넘어야 할 샌드위치가 2종, 4개에 불과했다. 그는 “각종 소스와 드레싱, 양배추와 양파 등을 공급하는 SPC 청주공장이 (화물연대 노조원들에게) 틀어막히다 보니 비축한 소스와 간단한 재료로 런치 샌드위치밖에 내놓지 못한다”며 “매출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고 했다. 청주공장은 라면으로 따지면 맛의 핵심인 스프를 생산하는 공장에 해당한다. 크림빵의 크림, 샌드위치 각종 소스와 채소 등 빵의 맛을 내는 식재료를 전국 3400개 매장에 납품한다. A씨는 SPC 물류센터가 전국 가맹점주에 보낸 ‘출하되지 못한 품목’을 펼쳐보였다. A4 용지 1장에 설탕 시럽, 자몽 퓨레, 슬라이스 양배추, 피자 내용물, 부드러운 감자 샐러드 등 55개 제품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는 이날 방울토마토와 양상추 등 샌드위치 재료를 대형 마트에서 구입해 하루를 버텼다고 했다. 지난 2일 이후 ‘오전 6~7시’ ‘오전 중’ ‘오후 1시 직전’ 등 매일 3차례 이어지던 물류 배송이 오후 5시로 늦춰졌다. 아침 일찍 확보해야 할 식재료를 오후 늦은 시간에서야 받게 된 것이다. 배송 차량 증차와 노선 배정을 놓고 호남샤니 광주공장에서 시작된 민노총과 한노총의 갈등으로 화물연대 운송 거부 사태가 터지면서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그는 “빵이 있어도 속을 채울 내용물이 없으면 그 빵마저 버려야 한다”고 답답해했다.
그는 코로나로 손님이 줄어 매출이 최대 30%까지 줄었는데, 이번 화물연대 파업으로 매출이 더 떨어져 반 토막도 안 된다고 했다. 청와대 청원에 글을 올린 것도 “정말 이러다간 다 죽을 수도 있는데, 손 놓고 있는 정부가 답답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제빵기사 인건비와 임차료, 공과금을 내기 위해 매달 1000만원 이상의 고정 비용을 내야 한다”는 그는 “이제 더는 못 버티겠다고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난 자영업자들이 남의 일 같지 않다”고 했다.
A씨 주변의 한 파리바게뜨 가맹점주는 화물연대 파업으로 최근 고정 거래가 끊겨 대성통곡을 했다고 한다. 병원이나 어린이집, 급식 업체 등에 빵을 납품해 매달 수백만 원의 고정 매출을 올려주는 ‘버팀목’이 끊겼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화물연대의 청주공장 ‘심야 술판’ 소식이 전해지자 점주들이 분노했다고 한다. 그는 “점주들 단체 채팅방에선 ‘우리의 생명선을 끊고서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는 분노가 들끓었다”고 했다. 전국 파리바게뜨 점주 3400명 중 2400명이 참여한 가맹점주협의회는 화물연대의 조속한 파업 철회 등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한 배송 기사가 최근 ‘죄송하다. 최대한 빨리 복귀하길 희망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며 “화물연대 집행부와 달리 대부분 배송 기사 심정은 이럴 것”이라고 했다. 그는 “배송 기사나 우리 점주나 모두 노동자다. ‘을’이 ‘을’에게 총질해서야 되겠느냐. 이러다간 공멸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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